아이 엠 샘
감독 제시 넬슨 (2001 / 미국)
출연 숀 펜, 다코타 패닝, 미셸 파이퍼, 다이앤 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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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아이 엠 샘.

나는 이 영화를 분명히 영화관에서 보았더랬다.
아직 나의 정체성이 정해지지 않았을 때에 나는 학교에서 클럽 활동으로 '역사탐구반'에 속해 있었는데, 흔히 클럽 활동이란 것이 그렇듯 언제쯤 클럽 활동으로 영화볼까..라는 기대를 했던 것 같다.
(후에 나의 정체성이 정해진 뒤로는 중2 때부터 고등학교때까지 '과학탐구(실험)반'에 종속되었다.)
여하튼, 그런 기대 속에 이 영화를 보았더랬다.

그 때의 감상은 이랬다.
샘이 안쓰럽다.
여운이 남는다.
끝.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 영화, 언젠간 다시 볼 것만 같다..라는 생각이 선명했고, 22살이 된 나는 이 영화를 다시 보았다.
그리고, 보다 많은 감상을 하게 되었다.


그 시작은 비틀즈.
  내가 비틀즈라는 그룹의 이름을 알게 되었을 때가 아닌 비틀즈의 음악을 듣기 시작할 때에 비틀즈를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된 것이 한 영화의 감상을 이렇게 뿌듯하게 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일단, 귀여운 여자 아이인 '다코타 패닝'이 역을 맡은 '루시'.
샘은 딸이 태어나 이름을 지을 때, 비틀즈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를 흥얼거리며, '루시 다이아몬드 도슨'이라고 딸 아이의 이름을 짓는다.
후에 '애니'라는 음악을 전공한 사람은 이 곡에 대해 언급하며, 평론가들은 이 곡이 마약을 의미한다며, 악평을 했다고 말하는데..




비틀즈 'Lucy in the Sky with Diamond' - 위 영상은 Yellow Submarine 의 애니메이션(?).

아직 비틀즈의 음악을 즐겨 듣기만 해서 사실 비틀즈를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민망한 나였기에 후에 구글링을 해보았더랬다.
곡 제목의 대문자들을 따와서 LSD가 된다고.
LSD는 환각제라고 한다. ( - LSD 위키백과 링크)

여하튼, 비틀즈의 음악을 논하자는 것은 아니고, 본 영화를 보면, 수많은 비틀즈의 곡들이 나온다.
비틀즈의 역사와 이야기들이 본 영화 시나리오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샘과 루시와 샘의 친구들이 루시의 신발을 사고, 풍선을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1968년작 'Abbey Road'의 음반 자켓 패러디)에 미소를 띄어야 '지구인'이라고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구에 살면서 어베이 로드의 곡들을 안들어 본 사람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쨌든, 나는 비틀즈에 대해서 문외한이지만, 퀸을 어느 정도 알았다고 생각할 때에 비틀즈에 대해 알아갈 참이다.
그리고 아이 엠 샘을 다시 보면, 이 영화를 더 유쾌하게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이 영화는 비틀즈와 뗄 수 없는 영화이다. :)



처음 봤을 때엔 샘을. 다시 봤을 때엔 루시를.
 부제목을 위처럼 적었지만, 사실.
어렸을 적엔 샘을, 어른아이가 된 지금은 루시를.
이라는 부제목을 쓰고프긴 하다.

아이에게 해주고픈 것을 다해주지 못하는 샘이 어릴 적에는 안쓰럽고, 안타까웠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다시 본 이 영화에 루시의 마음은 거의 표현되지 않고 있었다.
어릴 적에 볼 때는 샘만을 비춰주어서 샘이 안타깝고, 샘의 고민과 고통 등이 보였더랬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 보이지 않은 루시의 고민과 고통 등이 보였다.
샘과 앉아서 다른 아빠들과 아빠는 달라라고 말할 때까지의 그 고민.
하지만, 샘이 난처해하는 모습을 보이자 바로 다른 아빠들은 공원에 같이 가지 않는다는 말로 아빠를 달래주는 루시.
아빠가 읽지 못하는 단어는 읽기 싫다고, 나는 스투피드해서 읽을 수 없다고 말하는 루시.

단지 영화에는 한마디씩만 던지는 루시의 모습이 나왔지만, 그 이전까지 고민과 생각을 거듭했을 루시를 생각하니, 못내 안쓰러웠다.
동시에 나를 바라보게 되었음은 당연한 소리다.



포근했던 애니의 목소리.

 샘이 루시를 키우면서 난관에 부딪쳤을 때마다 도와주었을 애니.
음악 전공자였으나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시각 장애인으로 보였던 애니의 목소리는 따뜻하고 포근했다.
목소리가 포근했다니, 이상한 표현이지만, 또 그만한 표현이 없다고 생각한다.
난 그런 나긋나긋하고, 느리지는 않지만, 천천히 말하는 목소리가 좋다.
내가 지향하는 목소리에 맞게 내 목소리를 가꾸고프지만, 나는 늘 딱딱하고 부드럽지 못하게 말하는 경향이 있어 늘 답답해 하곤 한다.
(내 지인들이 더 답답해 하겠지만..; )

애니 역을 맡았던 사람은 '다이안 위스트'란다.
이미 연기의 절정을 넘어선 연기자 같이 출연작이 화려하다.
감상문 끄적거리고는 알아봐야겠다. :)



대신 울고 싶을 정도였던 '리타 해리슨'역의 '미셸 파이퍼'.
 자꾸 연기를 언급하면 민망해서 하지 않으려 했는데, 미셸 파이퍼의 연기는 대단했다.
사실 이름은 외우기 버거워해서 여기에 끄적거리고 또 잊어버리겠지만, 얼굴은 선명하게 기억한다. :)
여하튼, 그 막힌 듯, 답답한 듯, 울고픈 듯, 아닌듯한 감정으로 샘의 앞에서 울던 리타는 같이 울고 싶을 정도의 연기였다.
같이 운다기보다 대신 울고 싶을 정도.
사람이 우는 모습에도 여러가지가 있고, 그 때에 따른 감정을 넣기란 쉽지 않은 것인데, 정말 멋진 모습이었다.
미셸 파이퍼.


인상적인 장면, "노래만큼 사랑해. 노래 가사만큼 사랑해.".
 인상적인 장면이라 적어놓고, 샘의 대사를 적어놓았다.
이 무슨?

샘이 루시와 떨여저 지내다가 한동안 루시를 멀리서만 바라보고 부업을 구한 뒤, 개를 데리고 루시의 양부모 집에 찾아가 루시를 만나는 장면이다.
루시는 뛰쳐나와 한동안 오지 않은 듯한 샘을 때리고, 짜증을 부리면서 '해잇 유'를 외친다.
샘은 어젯밤에 편지를 썼는데, 마음을 모두 표현하지 못하겠다며, 짧은 편지 한통을 루시에게 읽어준 뒤.
마지막에 추신으로 노래만큼 사랑해. 노래 가사만큼 사랑한다는 대사를 외운다.

노래만큼 사랑해..
여기에 내가 무얼 더 수식해야 할까?




* 결론
 무엇보다 이 영화는 어릴 적에 보았다가 시간이 흘러 다시 보니, 감상이 많이 달라져 고개를 갸우뚱했던 영화였다.
하지만, 갸우뚱하면서도 어릴 적에 너무도 생각없이 보냈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후에 이 영화를 다시 볼 때엔 또 다른 생각이 들까? 라는 의문도 생긴다.
비틀즈를 알았을 때에.
그 때, 아이 엠 샘을 다시 보고 싶다.
그 땐 어떤 감상을 할 수 있을까.



2009.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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