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팅대디 2집 '청춘' 자켓 이미지



그렇게 CD를 넣고, 자켓을 펼쳐든다.

트랙 리스트.
첫번째 트랙, '내 맘 속에 비가...(Original Version)'.

오리지널 버전..??
그 아래 눈을 주루룩 내리면, 7번 트랙에 'Rain Rain Version'이 보인다.
레인레인 버전..??

트랙 리스트를 보면, 그들의 1집 때 나왔던 'Fighting Daddy Fighting'이 생각난다.
아, 그 곡도 다른 버전이 있었더랬지.

그리고 눈을 내리면, 12번 트랙에 화이팅 대디 화이팅의 Scream Version이 있다.
아, 그러고보니, 1집 곡을 2집에도 넣었구나.



첫번째 트랙, '내 맘 속에 비가...(Original Version)'.

이 곡을 처음에 들으며, 첫 부분에 나오는 조용한 기타 소리가 마음에 와닿았다.
그리고, 잠깐의 반주가 흐르고, 조용한 '한라산'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울고 싶은 날.. 내버려둬요."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일종의 '사랑'이라는 것을 알기 마련이다.
그것이 어떤 의미의 사랑이던 어쨌든, 사람에게 사랑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있기 마련.

이 쯤에서 두번째 트랙, '사랑한다 말하지마'.

타이틀곡에 가까운 첫번째 트랙을 리뷰하다 말고, 이렇게 내리는 것은 이 곡이 내 맘 속에 비가...에서 이어지는 곡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굳이 얘기하자면, 사랑을 그리워하는 이야기가 첫번째 트랙이었다면.
그 추억을 들추어내어 보니, 그 사랑이 내 눈 앞에 있고, 그 사랑이 싫어지고 미워진다는 이야기가 사랑한다 말하지마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물론, 싫어지고 미워지는 것은 아니다.

여하튼, 이런 흐름으로 곡을 듣고 있다보면, 이 곡들의 감정 절제가 어찌나 훌륭한지 가슴을 메워오다 결국 삼키고 만다.
가슴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고개를 숙이게 되는 기분이랄까.
매번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인간의 감정이란 참 알 수 없는 것이다.

사실, 이 두 곡은 가사집을 펼치지 않고 듣는 편이 더 나은 것도 같다.
그냥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하고, 손을 불끈 쥐기도 하고, 가슴을 손으로 쓸어내리기도 하는.
그런 감상.

어쨌든, 위 두 곡은 그런 사랑 추억을 떠올리며 듣는 곡이 된다.


세번째 트랙, 'I Wanna Sunshine'.

여기서부터 음반의 본론이다.
본론이라고 해서 앞의 두 곡이 서론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첫번째, 두번째 트랙은 본론1이었을 뿐.

"내맘 속 잠들었던 꿈을"


그리고 네번째 트랙, 'Don't Forget To Remember'.

"하얗게 남았죠".

이 곡에서 포인트는 마지막에서 빠른 비트로 전무님께서 "우~ 흘러갔던 세월 속의 그대"를 시작하시는 부분이다.
그러면서 곡은 마무리되는데..


그리고 다섯번째 트랙, '제주 소년의 꿈(Dream of Island)'.

조용한 피아노 소리와 함께 곡은 시작된다.
왜 제주 소년일까?
그 비밀은 보컬 '한라산'님께 있는데, 한라산님의 고향이 제주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 의미라면, 조금 실망일 수 있다.
게다가 이 곡의 작사자는 심전무('심재웅'님의 예명)님으로 되어 있다.
그럼, 무슨 제주 소년이야?

'제주도'라는 단어는 '섬'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적지 않은 의미가 담길 수 있다.
게다가 대한민국의 역사적 의미로 보았을 때도, 지리적 조건으로 보았을 때도 섬, '제주'는 무언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동 떨어진 섬.
바람이 부는 그 곳에서.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꿈을 찾아서..
꿈..


여섯번째 트랙, '청춘 독백'.

청춘독백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내 음악 플레이어 아이팟 5.5세대와 음악 파일을 싱크하는 프로그램인 아이튠즈는 곡 재생 횟수를 보여주는 기능을 갖고 있는데, 이 청춘독백이 두번째 트랙, 사랑한다 말하지마와 함께 유독 가장 많은 재생 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 곡은 특별하게 전무님께서 노래를 하셨는데, 적절한 판단이셨던 것 같다.
아니,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르겠다.


이 쯤 되어서 이 음반을 다시 되돌려 볼 필요가 있다.
세번째 트랙부터 본론이라더니, 얼렁뚱땅 넘겨버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음반의 제목은 바로 '청춘'.
청춘.
그리고, 여섯번째 트랙의 이름은 청춘독백.
화이팅대디가 청자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었을까?
특별한 의미 따위라도 있는걸까?

사실 이 음반에서 줄기차게 노래하고자 하는 것은 음반 제목 그대로 청춘에 대한 그리움이자 추억이자 되새김이다.

다시 돌아오지 못할 청춘 시절에 대한 기억.
눈 감아도 잊지 못할 추억들.
그리고 그 속에 함께 있던 사람들과.
정말로 내 안에 있었던 꿈.
혹은 꿈들.

세번째 트랙, I Wanna Sunshine부터 이들이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꿈' 이야기다.
사실, 이야기하고 있다기보다 독백에 가까운데.. 라고 생각하던 차에 여섯번째 트랙에 청춘독백이라는 제목으로 청자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함으로써 이 음반의 절정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사람의 감정 기복이랄까.
그런 것이 음반 속에 숨어있는 것과 같다.

I Wanna Sunshine에서 목청껏 지르고 나서.
다시 숨을 되새기고, Don't Forget To Remember에서 추억을 되돌려보고.
이번에는 제주 소년의 꿈을 통해 조용히 청춘일적 시절의 꿈을 돌이켜보고.
그러고보니, 시간이 많이 지났구나 싶어 청춘독백을 통해 아쉬움을 달래본다.

이런 점에서 보았을 때, 이전 1집이 떠오르는데, 그러고보면 1집 때에는 이 '꿈'이라는 것을 화이팅대디는 이야기하지 않았더랬다.
2집에서는 그와 달리 꿈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혹시 화이팅대디가 그간 겪었던 여정과 관련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동시에 근래의 나란 녀석이 생각하는 이 '꿈'이란 것을 다시 되새겨 보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더군다나 이들이 말하는 이 청춘이라는 것.
사실 청춘이란 세상 모든 것이 그러하듯 기준을 어디에 잡느냐에 따라 다른 것인데, 보통은 내 나이대를 가리키므로 나도 예외일 수는 없다.
아니, 사실 나란 녀석은 더욱 빼지도 못하고 포함된다.
이런 때에 나에게는 꿈이냐 현실이냐라는 그 두가지 선택을 어떻게 부여잡느냐가 문제가 되는 것인데, 이들은 시간이 흘러서 그들의 청춘을 돌이키고 있다.
심지어 그들의 꿈이었던 노래를 통해 청춘을 돌이키고 있다.
그들의 꿈이었던 음악을 통해.



일곱번째 트랙, '내 맘 속에 비가...'의 (Rain Rain Version)이 흘러나온다.

레인레인버전.
처음에 음반 자켓만을 보았을 때에는 도대체 이 레인 레인 버전이라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 걸까 무척이나 궁금했다.
그런 연유로 사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음반을 처음 들었을 적에 내 맘 속에 비가...의 오리지널 버전을 먼저 듣고, 2번 트랙이 아닌, 레인 레인 버전을 들었더랬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은 다분히 음반을 듣는 나만의 철학관에 따른 것이므로 크게 개의치 않아도 되기는 한다.

레인레인버전.
이 버전을 나에게 번역해봐라라고 한다면, '귀여운 버전'이라고 바꾸어보겠다.
(사실은 Version도 번역해야하지만..)
이 곡을 들어보면, 1번 곡과 같은 가사이지만, 분명 같은 가사이지만 음악이 '통통' 튀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통 음악 듣는 사람들이 튄다고 하면, 레코드판이 튀었다..정도로 해석되곤 하는데, 절대 그런 의미가 아닌.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거려지고.
몸을 흔들게 되고.
반주에 맞추어 발을 움직이는.

그런 의미를 뜻한다.
표현을 하기는 했지만, 마땅치 않으니 직접 듣는 편이 나을지도.

나는 이 곡을 듣고, 많은 생각을 기울이게 되었는데, 1번 트랙과 가사가 같은 곡이므로 느낌이 같아야하지만, 전혀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사실 엄연히 보면, 내 맘 속에 비가...는 적지 않게 우울한 어조를 띄고 있다.
가사 자체가 사랑을 그리워하는 곡인데다가 곡의 제목을 보아하듯 많은 사람들이 비 오는 날에 감성에 젖을 법한 그런 곡이다.
굳이 얘기하자면, 비 오는 날,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 차에서 들으며, 울컥하게 되는..
뭐, 그런 곡이랄까.
하지만, 7번 트랙은 전혀 그런 느낌이 나지 않고, 나도 모르게 몸을 흔들게 되는 것이 과연 그럴싸하다.

이런 느낌을 떠올리며, 과연 음악이란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도 잠깐 블로그에 이야기했던 적이 있던 것 같은데, 나란 녀석은 음악 혹은 노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가사'라고 생각한다.
음악이란 가수가 세상에 하고픈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 중 하나이며, 그 하고픈 이야기는 바로 '가사'이기 때문이다.
또한, 본질적으로 노래라는 것의 근본은 바로 '시'에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헌데, 시라는 것보다 음악을 더 좋아하고 관심 있어 하는 것은 바로 전달의 방법 역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사가 아무리 훌륭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확실하더라도 전달 방법에서 실패한다면, 그 곡은 좋은 노래가 될 수 없다.
여하튼, 그런 전달의 방법에서 보자면, 이 내 맘 속에 비가...라는 곡은 첫번째 트랙과 일곱번째 트랙은 해석하기 나름이 된다.

1번 트랙인 오리지널 버전에서는 울고 싶고, 비가 내리는 날에. (이 비가 마음 속이던 실제 비이던 간에.)
떠올리기 싫어하면서도 잊혀진 추억과도 같아서 아쉽고, 그리워진다라면.
7번 트랙인 레인레인 버전에서는 같은 그리움이지만, 결국에는 다른 그리움이다.
이런저런 추억거리가 있었고, 아쉽고 그리운 건 사실이지만, 적어도 현재의 나에게는 중요한 것이 아니야..라는 정도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1집에서도 Fighting Daddy Fighting의 곡이 두가지 버전으로써 다른 해석이 가능했더랬고, 그런 점에서 두 곡이 다른 곡인마냥 느껴진다고 적었던 적이 있다.
2집의 내 맘 속에 비가...라는 곡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더군다나 2집에 Fighting Daddy Fighting이 들어있고, 오리지널 버전과 스크림 버전 둘 모두 들어있어 1집 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감상이 가능하다.)


여덟번째 트랙, '무지개'.
그리고 '비상'.

여기서 비상은 무지개라는 곡의 부제목에 가깝다.
사실 부제목이 이 음반에서 처음 나온 것은 아닌데, 5번 트랙, '제주 소년의 꿈'에서도 'Dream of Island'라는 부제목이 실려있다.
많은 음반에서 한 곡의 부제목은 결국 음악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담겨 있어 결코 무시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무지개.
어쩌면, 이전 곡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에 듣는 이에 따라서는 이질감 따위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화이팅대디 밴드는 이 곡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다. :)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곡이 이 음반의 숨겨진 절정을 찌른 곡에 가깝다.

아니, 조금 전에는 청춘독백으로 절정을 찔렀다더니, 이번에는 다른 이야기지?

그래서 숨겨진 절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숨겨진 절정.

사실 청춘독백은 가사를 듣고자하면, 청자를 지치게 한다.
그 '지친다'는 표현이 가사가 빈약하다거나 지루하다는 뜻이 결코 아닌, 같이 공감되는 부분이 커서 한숨을 쉰다는 표현 정도랄까.

하지만, 무지개라는 곡에서 이들은 결코 그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았음을 못 박는다.

"난 포기하지 않을 거야. Never Never Never Never 무지개"

동시에 1집 때 그러했듯이 이들은 청자를 같이 꿈을 향한 세계로 이끌어간다.

"너와 나의 꿈들 모두 무지개".

"I just wanna be with you forever".

위드 유, 포레버.
이 곡의 포인트이자, 이 음반의 포인트이다.




청춘.

적어도 나는 청춘의 시절을 현재 경험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여럼풋이 보았을 때, 이들이 이야기하는 청춘에는 두가지 의미가 있는 듯 하다.

첫번째는 '사랑'에 대한 청춘.
두번째는 '꿈'에 대한 청춘.


이번 음반은 앞에서 이야기했다시피 길고 긴 화이팅대디 밴드의 여정이 담겨서 나오게 된 음반이다.
때문에 이번 음반에 실린 곡들은 음반을 만들기 위해 즉석에서 짜내어 만든 곡이 아닌.
다듬고 다듬고 다듬어서.
묵히고 묵히고 묵혀서.
그렇게 1년, 2년 이상을 잘 다듬고, 묵혀서 진국이 나는 곡들이다.
그런 연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가사의 깔끔함 뿐만 아니라 리듬과 반주 모두 멋진 구성을 하고 있다.

사실 처음 음반을 접했을 때는 각기 다른 분위기의 곡들로 인해 한 음반을 듣는 것이 아닌, 일종의 베스트 음반을 듣는 느낌이 들었더랬다.
하지만, 천천히 고분고분 들을수록 그 가사의 이어짐을 찾아낼 수 있었고, 결국 청춘이라는 단어의 두가지 의미에 도달할 수 있었다.
어쩌면,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그 청춘이란 것이 나에게는 생소한 것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렇게 음반을 이해하고나자 결국에는 청춘독백이라는 곡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게 되었다.

'꿈'이라는 것.
동시에 나란 녀석이 비록 공대생이기는 해도 이 꿈이라는 것에 회의감 혹은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바로 이 시기에 이 음반을 접하게 되어 다소 혼란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이들은 그렇게 청춘이란 시기가 흐르고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 그 꿈을 들추어내어 그 꿈이라는 것을 작지만, 실천하고 있는데, 나란 녀석은 그 꿈이란 것에 겁이 나서 멀리하지는 않았는가라면서 그 동안 생각을 거듭해갔던 것 같다.
아직 그 생각은 끝나지 않았지만, 금방 답은 나오리라 생각한다.



여하튼, 이렇게해서 화이팅대디 2집 '청춘'의 짧지만, 긴 여정이 끝이 났다.
그리고 화이팅대디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조용히 흘러나오는 Fighting Daddy Fighting에 몸을 담고, 1집 때의 곡에 흘러가게 된다.

계속해서 꿈을 이야기하는 그들이 좋다.
그리고 이렇게 쭈욱 그들의 3집, 4집, 5집 그리고 그 끝이 없는 때까지.
그들의 음반이 계속되고, 그들의 이야기가 계속되길 바래본다.


예전에 이렇게 그들의 음반을 듣고 주절주절거렸던 작은 글 때문에 그들과 연이 닿게 되었는데, 덕분에 비록 오랜 기다림이었지만, 2집을 들을 수 있게 되었고, 그런 화이팅대디와 심전무님께 감사드리며, 조촐한 이 글을 마쳐본다.
(감사합니다.:) )


화이팅대디 2집 '청춘' 자켓_'Special Thanks' 부분 "감사합니다."




2009.05.2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