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끄적거리는 글이 아닌가 싶다.
물론 1월 31일에도 끄적거림이 올라가기는 했지만, 그거야 컴퓨터 얘기로 범벅거린 글이어서 일상과는 거리가 멀지 않나 싶다.
디지털 외적인 끄적거림은 아마 오랜만일 것이다.

말이 없어졌다.
흔히들 말수가 줄었다 정도로 표현할테지만, 그냥 말이 없어졌다는 표현도 얼추 맞다고 생각한다.

어쨌뜬, 말이 없어졌다.
본론으로 쉽게 들어가지 못하는 것을 보니, 확실한 것 같기도 하다.
여기까지 쓰고, 생각해보니, 현실에서의 말만 없었던 것이 아니라 블로그에서조차 안정감을 찾지 못한 것은 아니었나 싶다.
그러라고 만든 블로그가 아닐텐데?



거진 1년을 넘게 사람들을 만나지 않다가 11월이 지나고, 12월 그리고 2009년의 1월이 와서 친했던 사람들도 만나고 있고, 다양한 사람들, 사회적 관계를 위한 사람들, 더 가까워질 법한 사람들 등.
여하튼,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잘은 모르겠지만, 내 가치관이나 중심축을 담당하던 생각들은 엎어지고, 깎이거나 덧붙여져 많은 것이 달라졌다.
때문에 내 친구들이나 친했던 사람들은 다소 당황해하는 모습까지 보였고, 그렇게해서 아직은 그 시간이 오래지 않아 확신할 수 없지만, 멀어져 가는 것 같은 사람들도 보인다.
다만, 절대 그러지 않기를 바랄 뿐이지만,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까지는 생각하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다.

또한, 친구들도 당황해하는 눈치다.
변했다라는 말을 조금 듣기도 했는데, 난 자신있게 대답했다.
난 변한게 맞다라고.
그리고 친구들이기에 내가 어떻게 무엇이 변했는지 왜 변해야만 했는지 그간 1년 동안의 무슨 생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일러주기도 하였다.
그래봐야 돌아오는 건 없었지만, 내 도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말이 없어졌다.

얼마 전, 지인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

거북이는 꿈이 뭐니?

꿈?
3초를 머뭇거리다가 에라 모르겠다는 심보로 '프로그래머'요..라고 대답했고, 그 주변에 있던 지인들은 우려 섞인 목소리로 프로그래머는 힘들어, 바뻐, 시간이 없어..라는 등의 얘기를 했다.
그런건 나도 안다.


사실 말이 없어졌다기보다 모든 것에 자신감이 사라졌다.

얼마 전에 또 다른 지인에게는 이런 말을 들었다.

거북이는 왜 뭐든 시키면, 못한다고부터 하니?

응?
머뭇거리다가 그냥 못들은 척 했다.
못한다고부터 한다라..



불과 몇 년전만 하더라도 비록 대입에는 실패했었지만, 나는 자신감에 가득차 있었다.
누구보다도 뚜렷한 꿈을 가졌고, 누구보다도 나의 취미나 관심사은 확실하다고 자부했다.
비록 세상에 대한 시작은 초라하지만, 그 꿈을 지녀서 앞으로 나가면, 그 꿈의 적어도 50%는 도달할 수 있을 거란 희망으로 달렸다.

그래서 나는 누구든 꿈을 물어보거든 전자 연구원이요, 개발자요, 프로그래머요..라고 뚜렷하게 대답했고, 더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내가 왜 그것을 꿈으로 하고 있는지 어떤 희망을 보고 지금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답했다.
그리고 내 나이 또래 누구보다도 내 꿈에 대한 것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작년을 지나면서 그것이 허풍 혹은 겉치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 이어서 들리는 이전에는 전혀 들은바 없던 조언들을 들으면서 큰 혼란에 빠졌다.
나는 그 조언들을 결코 들은 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꿈과 관심사에 대해 뚜렷했기 때문에.



돌이켜보면, 아마 내 관심사에 대해 희망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07년 중반을 지나면서부터였을 것이다.
아버지께서 계시는 회사에 비록 아르바이트생이었지만, 신입사원과 동일한 일을 하면서 아니, 실제로는 신입사원보다 더 많은 일을 해보면서 조금씩 알게 되지 않았나 싶다.
내가 알던 IT와 디지털이라는 것이 내가 알던 IT와 디지털이 아님을.
이후 실제로 다른 분야는 어떤지 네트를 떠돌며, 알아가게 되면서 두렵다거나 하는 것도 생겼더랬고, 이건 아니다 싶은 것도 많았다.
하지만, 내 관심사는 이러니까, 이런 일을 해도 재미있으니까..라는 식으로 헤쳐나갈 수 있다 생각했다.


그러나 다른 것을 좋아하거나 다른 관심사가 더 컸으나 일부러 외면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문득 해보자 이제서야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주변에서 나를 향해 조언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아니, 어쩌면, 나는 그들에게 바보같이 이제서야 조언을 요구했는지도 모른다.


실력은 없지만, 그 누구보다도 꿈에 대한, 관심사에 대한 확신은 있었기에 늘 자신감 있었다.
꿈이 먼저이고, 실력은 나중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이제 막 실력을 쌓으려던 참이었다.
그러나 그 확신에 대한 자신감이 물거품처럼 빠져버리자 다른 어떤 것에도 자신감이 빠져버렸다.
과연 나는 이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 자신감은 고작 물거품과 같은 것이었나?



덕분에 나는 말이 없어져 버렸다.
누가 그랬다.
말이 없는 거북이라고.
난 글쎄라고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근래에 들어선 나는 말이 없는 것이 분명했다.

말이 없는 것 뿐만 아니다.
일상에 재미도 없어졌다.
디지털 소식을 봐도 그런가보다 할 뿐, 별다른 매력이 없다.
이전과 같은 초롱초롱 빛나는 내 눈은 사라진지 오래다.
이것이 마냥 디지털 세계에 대해 많은 이해를 했기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그러기엔 변명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바보 아닌가.



앞으로의 과제는 분명하다.

첫번째, 그 동안 갖고 있었던 꿈과 관심사에 대한 재고찰이 필요하며.

두번째, 그래서 그 고찰 뒤에는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며.

세번째, 그래서 결국 내가 향해야 하는 지점은 어디인지를 찾아야 한다.



2009.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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