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스캔들
감독 강형철 (2008 / 한국)
출연 차태현, 박보영, 왕석현, 황우슬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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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스캔들.

거진 1년 반만의 극장행.
 작년 언젠가부터 아마 극장을 가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예전 블로그에서 기록을 보니, 8월 9일자로 '화려한 휴가'의 감상이 올라오고는 극장 영화에 대한 글이 없다.
 아마 내가 극장을 갈 계획이 있었다면, 흔히 있는 기회가 아니므로 신중히 영화를 골라 갔을텐데, 어쩌다가 심야 영화를 보게 되는 바람에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 제목에서 풍기는 가벼움에 그냥 실망만 하고 나오는건 아닌가 싶었더랬다.


하지만, 엄지 손가락을 들다.
 영화를 보고 나와 꽤 유쾌한 웃음을 지었더랬고, 영화를 잘 선택했다면서 엄지 손가락을 치켜올렸다.
유쾌한 웃음에 대한 보답이랄까.

부제목을 '즐겁고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영화'라 지었는데, 내 느낌은 그 한문장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즐거웠다.
유쾌한 웃음이라고 하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지만, 어쨌든 즐거웠다.
큰 웃음을 내지는 않았지만, 작은 부분에서 미소를 띄우며 웃을 수 있었더랬고, 오히려 그런 웃음이 길고 오래 가는 편이기에 이 영화를 보면서 작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아기자기했다.
거창하거나 큰 소재가 아니고, 작고 귀여운 소재들로 하나의 영화를 만들었다는 데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황기동'이라는 꼬마 아이가 그 중 포인트였다.
고스톱을 치거나 세상살이를 다 했다는 표정을 지을 때 등등.
그런 작은 소재거리들이 모여 여운을 남기고 웃음을 지은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따뜻했다.
결국 영화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사랑', '정'이 중요한 것이라는 메세지 아닐까?
그래서 따뜻했다.


탄탄한 구성력.
 따뜻한 영화를 코믹적인 소재로 다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수 많은 영화들이 인기의 고비를 넘지 못하는 것이고.
차태현과 박보영의 훌륭한 연기도 연기였지만, 그보단 훌륭한 구성력에 점수를 주고 싶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구성력에 박수를 치고 싶다.
뭐, 황기동이 갑자기 피아노를 잘 치는 부분에선 좀 아닌 듯 싶었으나 살짝 눈 감아준다 치고.


박보영의 훌륭한 연기.
 많은 사람들이 차태현을 보기 위해 이 영화를 본다고들 하던데, 보고나서 하는 말은 '박보영!'이 아닐까 싶다.
뭐, 나는 차태현을 보기 위해 이 영화를 본 것은 아니어서 그냥 그런 듯 했지만,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이 영화가 여운이 남았던 것은 박보영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명장면이라 생각하는 장면은 기동이 어린이가 실종되었을 때, 황정남(황제인)역을 맡은 박보영이 뛰어다니는 장면.
동시에 공개방송의 사회를 맡은 남현수(차태현 역)를 붙잡고 그 주체하지 못하는 감정에 쏟아붙는 연기력.
아마, 실제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그 장면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물론 이 장면을 명장면이라 뽑은 것은 그 뒤의 남현수가 황정남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장면 때문에 명장면이라 생각한 것이지만.

이 영화에서도 황재인의 노래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는데, 박보영의 가창력이 훌륭하다고 하기에는 애매모호한 부분이 많지 않나 싶다.
어차피 라이브가 아닌 레코딩된 거라 해봐야 고음 처리 매끄럽게 하고 애절한 부분까지도 잡아낼 수 있는 기능과 성능이 담긴 기기들이 있는 것이어서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공식 홈페이지에 나온 박보영의 녹음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
즐거운 음악이 이 영화에서 주가 되어 분위기를 이끌어준 데에는 두개의 엄지를 올리고, 멋진 음악을 들려준 박보영에게도 박수. :)


여운이 남아 공식 홈페이지를 들어간 영화.
 영화를 보고, 다른 사람들의 평이나 줄거리 등을 다시 한번 눈여겨 보는 경우는 있어도 사실 공식 홈페이지를 들어가는 일은 흔치 않다.
들어가봐야 홍보 영상과 플래시로 도배가 되어 있을 뿐이고, 내가 원하는 정보는 있지도 않기 때문.

하지만, 이 영화는 다르게 여운이 남아 들어가보았다.
아무래도 노래 부르면서 끝난 장면에 아쉬움이 남아서였을까?
아니면, 박보영과 기동이의 콤비 연기가 보고 싶어서였을까?

http://www.speedscandal.co.kr/sscandal.html

들어가서 조금 헤매이긴 했는데, 가족 사진을 촬영하는 뒷장면을 볼 수 있어 뿌듯했다.

딸인데요. 아들인데요.. 할..할아버지? ..ㅋ'


기억에 남는 장면들.
 하나는 황정남씨와 남현수씨의 전화에서 황정남씨가 "진짜 갑니다?"라고 했던 부분.
영화의 줄거리 한 문장이라도 보고 갔으면 키득하고 웃었을텐데, 나는 응? 이라는 반응을 냈던 장면.

 다른 하나는 위에서 쓴대로 기동이의 실종 때 황정남(박보영 역)이 뛰어다니며, 신발까지 벗겨지는 장면.
애절하고 절실함을 저런 연기로 보여주다니 놀랬다.
선입견 때문에 만약 이런 상황의 연기라면 쉽지 않을 어린 연기자들은 연기가 쉽지 않을 꺼라는 생각을 멋지게 깨주었고, 이후 남현수(차태현 역)에게 달려가 말을 차마 하지 못하고, 울먹거리다 끌려나오는 장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애절한 장면을 표현하기 위해 온갖 말들을 속에 담지 않고 내뱉는 경우가 있는데, 잘 모르는 듯 싶다.
정말 애절하고 절실하다보면, 할 말도 하지 못하고, 모든 것이 엉성할 뿐이되지 않나 싶다.
박보영의 연기력은 정..말 끝내줬다.

 그리고 마땅히 한 장면을 잡으라고 하기엔 어렵지만, 황정남이 답답해하는 장면들.
뭐, 예를 들면, 남현수와 박보영이 화장실 문을 사이에 두고, 자기 얘기만 하는 남현수의 그 장면 같은..
또 다른 한 장면은 결국 아버지임에도 불구하고, 외면하고 나가라는 장면.
관객으로써 보는 내가 많이 답답했다.
사람이란 실수도 할 수 있고, 감정이란 것이 세어나올 수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조차도 용서받지 못하는 때가 있지만, 만약 이성이 있다면 자기 자신도 잘못했다는 걸 알지 않나 싶다.
그럴때면 얼른 돌아서서 미안하다고 해야하는 것이 옳은 것이지, 자존심이다 뭐다 싶어서 자기도 돌아서고 말면, 그건 그 뿐이다.

관객인 내가 답답했다는 것은 또 그만큼 그 설정이나 상황이 정점에 달했다는 것이고, 박보영의 연기가 그 정점의 문턱을 넘을 듯 말듯 아슬아슬한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감상을 쓰면서 박보영의 연기력 얘기만 하는 것 같지만..;



* 결론.
 다시, 유쾌하고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영화라고 쓰고 싶다.
제목을 조금 더 그럴싸하게 지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드는데, 아무렴 어떤가.
박보영에 대해서 조금 더 알고 싶고, 다음 영화를 기약해본다.


2009.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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