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팟 5.5세대


제목을 무어라 할까 하다가 나에게로의 선물이란 주제가 좋겠다싶어 이렇게 했다.
그리고 그게 맞고.

사실 그 동안 나 자신에 너무 많은 압박을 준 것은 아닌가 싶었다.
그것 때문에 비틀어졌는지 아니면 다른 것 때문에 압박을 준 것인지 모르겠다만.
하고프면 하는 것이지 쓸떼 없이 다른 잡스런 이유는 왜 그리 많은지 이것저것 잘 갖다 붙였던 것 같다.

아이팟은 작년 초부터 사고팠던 물건이다.
아이튠즈라는 음악 관리 프로그램의 훌륭함과 휙휙 돌리면 음악 목록을 볼 수 있는 휠이라는 매력적인 인터페이스.
이 단 두가지 때문에.
하지만, 당시에는 난 컬러가 필요없어. 음악을 듣는데, 아이팟 같은 싸구려 음질을 들을 순 없지. 난 나의 음악을 신봉하기 때문에 아이팟 따위로 내 음악을..
이런 하찮은 변명 따위로 그것들을 감추어 왔는지 모른다.
그게 뭐냐 대체.
그냥 사고프면 사면 되는 거고, 아니믄 아닌거다.
그렇다고 이것이 사치인가?
또 그렇지도 않다.
요거이 그래봐야 출시된지 2년은 벌써 된 물건이고. (내 고3때 출시되었던 것으로 기억.)
이미 지금은 아이팟 클래식 120기가바이트 짜리와 터치팟의 32기가도 출시되어 있는 상태다.
각각 30. 50.
나는 그래봐야 중고 15짜리 구해서 이렇게 쓰는데, 이게 사치일라구.
물론 마음 같아선 나도 32기가 터치팟으로 중무장하여 그 훌륭하고도 10년은 앞서간 인터페이스도 써보고프고, 어플리케이션도 돌려보고 싶다.
헌데, 고거이 얼만데.
그렇다고 16기가는 나한테 아니잖나.

어쨌든, 옳은 선택을 했다.
난 단지 아이튠즈 플레이어가 필요했다.
피시에서 듣는 음악을 밖에서 그대로 들을 수 있는, 그런 플레이어.
고거이 아이팟 5.5세대 정도면 훌륭하게 해결해줄 수 있다 믿는다. :)


이전까지는 몇몇 음악이 내 생활에 필수 아닌 필수였기에 20기가짜리 동반자가 필요했고, 정확히 20기가 정도면 충분했다.
그러나 앞으로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고, 또 그리 할 것이기 때문에 20기가 살짝 무리감이 왔기 때문에 80기가라는 용량도 어느 정도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여하튼.

역시 아이팟의 그 훌륭한 인터페이스는 2년이 지난 지금도 매력적이다.
아니, 아마 2000년도에 출시했던 1세대도 그 인터페이스는 그대로였으니 무려 8년이 지났어도 매력적인 것이다.
벌써부터 듣는 음악이 다양해져서 안그래도 가수 목록이 다양해졌는데, 이전에 애삼천(SONY NW-A3000)이 같았으면 버튼을 일일히 눌렀어야 할 것을 엄지 손가락으로 휙 돌려버리면 그만이니 이만한 것이 또 있나 싶다.
물론 애삼천이도 단일 방향이 아닌 양방향 인터페이스로 이전보다는 훌륭한 인터페이스를 자랑했다.
단지 이니셜 별로 나열한 것이 아니고, 가로 방향으로 A,B,C 순서를 바로 선택할 수 있어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역시 버튼으로 가야하므로 엄지손가락에 무리가 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예를 들어 자우림을 찾으려면 나의 경우 김윤아부터 아티스트 목록이 시작되므로 'ㅈ'단위까지 버튼을 눌러야 하는 것이다.
크라잉넛은 반대로 'ㅋ'이므로 다행히 왼쪽으로 한버튼 누르면 갈 수 있었으나 이 역시 한글 목록 다음에 영어 목록이 있었으므로 수없이 버튼을 눌러야 했다.

하지만, 아이팟은 휙 돌리면 자우림에 닿을 수 있고, 크라잉넛 역시 다르지 않다.
이 어쩜 훌륭하지 않을소냐.


또한 애삼천과의 다른 장점은 다른 것 다 필요없이 빠른 로딩.
애삼천이는 음악을 듣기 위해 버튼 눌러서 켜면 최소 20초 내지는 30초까지 기다려야 했으나 아이팟은 약 1초. 만약 잠자기 모드가 아니고, 전원이 완전히 꺼진 상태(이틀 정도 켜지 않은 상태)라면 약 3~5초 정도가 소요된다.

이전에 애삼천이의 이런 느린 반응은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음악을 듣기 전에 그 음악을 상상할 수 있고, 기다림에 따른 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며, 음악에 대한 예우를 갖출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음악에 매달려 있을 때의 이야기이지, 이제 음악은 단지 일상에서의 동반자 역할 뿐 그 이상, 그 이하를 넘지 아니한다.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내 생각의 확장을 위해 음악이 있는 것이지 음악이 없으면 살지 못한다는 바보 같은 생각은 이제 나에게 있어 구세대적인 생각이 되어 버렸다.
불과 몇달 전까지의 상황이다만 말이지.


여하튼, 아이팟은 멋진 기기임에 틀림없다.
조금 두껍긴 하지만, 그러면 셔플이 있으니 요거이 들고 손가락에 끼고 나가면 되는 것이지.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동영상 성능에서.
기능에선 역시 아쉬운 점이 없다.
그 폴더 관리 개념이 아닌 플레이리스트 기능이 어쩜 훌륭한지 모르겠다.
예를 들어, 이수영 뮤직비디오 파일이 있는데, 나는 요 놈을 뮤직비디오 폴더에도, 이수영 폴더에도 넣고 싶은데, 만약 이 접근이 폴더로서의 접근이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뭐, 불가능하진 않지.
대신 중복 파일이 생길 뿐이다.
허나 플레이리스트 기능으로 접근하면 그냥 하나의 파일로 여러 플레이리스트에 등록하면서 이전과 같은 효과를 나타낼 수 있으므로 이 또한 훌륭한 접근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위에서 아쉽다고 한 성능에선 인코딩이 필요하다는 점.
내가 보고픈 영상을 인코딩해서 아이팟에 넣어야 한다는 것은 아이팟의 음악 기능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아이튠즈 플레이어로서의 접근이 동영상 기능에서는 떨어진다라는 것이다.
내가 피시에서 봤던 영상을 아이팟에선 볼 수 없나? 없다.
이제 인코딩이 필요하나 인코딩이란 작업은 피시에게도 무리이고, 주인에게도 무리인 작업이기에 쉽지 않은 작업이다.
대신 나는 오른쪽에 구형 노트북을 놓고 인코딩을 시키고 있어 나에게는 무리가 아니지만,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다. ;
하지만, 현대 기술에서는 거기까지인 듯 싶으니 아쉽지만, 이 쯤에서 만족하는 선이 끝이 아닐까 싶다.
언제쯤 피시의 영상을 바로 동기화를 통해 미니기기에서 볼 수 있는 세상이 열릴까.
PMP?
그게 미니기기인가. ;


여하튼 만족한다.
굉장히 만족한다.

아이팟 5.5세대.
앞으로 멋진 동거를 기대한다. :)

아래는 사진.


아이팟 5.5세대_실리콘 케이스를 씌우고, 휠 부분은 칼로 도려냈다. ;


아이팟 5.5세대_아이팟의 유명한 스뎅(;;). 잔생채기(잔기스)에 완전히 그어진 생채기도 있지만, 뭐, 그닥 신경 쓰이진 않는다. 80기가바이트.


아이팟 5.5세대_아이팟 5.5세대의 동영상 기능. 이제 퀸 윔블리 콘서트의 영상을 들고 다니면서 언제든지 볼 수 있게 되었다. :)


아이팟 5.5세대_이수영 전집 뮤직비디오도 길에서든 어디에서든 언제든지. :)


아이팟 5.5세대_테스트용이지만, 다시 봐야할 공각기동대 1995년작 원편.


아이팟 5.5세대_그 많은 아티스트 목록을 한번에.



미라지에 오토포커스 기능이 있어 괜찮겠다 싶었는데, 막상 찍어보니 접사 기능이 좋지 않아서 거의 보이지 않는다. (-_ㅠ;; )


2008.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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