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다710을 보냈다.

세계 경제 불황으로 인해 나에게도. (...)

어쨌든, 총알은 커녕 자금난이 지속되어서 사용하지 않고, 돈이 될만한 것들을 찾아보니, 조나다710이 첫 후보로 꼽히게 되었다.
후보 리스트에는 A3000이나 소니 구형 CDP 시리즈 디스크맨의 절정판, D777도 있었고, 포터블 용의 CDP도 있었다. (이 녀석, 모델명이 뭐였더라..;; )
기타 다른 물건들도 있었으나 돈이 되지 않거나 팔기 민망한 것들도 있어서 넘기다가 조나다710이 당첨되었다.


아마 이번주 월요일에선가부터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월요일 하루 종일 그냥 마우스 휠이나 왔다갔다 하면서 고민고민했더랬고, 그냥 싱숭생숭했다.

팔아버리자니, 그 동안의 내 손 때가 아쉬웠고, 안 팔고 갖고 있자니 애물단지 뿐이 되지 않을 것을 알기에 착잡했다.

게다가 지금같이 넷북과 MID가 전성기를 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조나다와 같은 구시대적 유물인 HPC는 존재 자체가 민망한 시대가 되었고, 이제는 넷북이 문제가 아니라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이 각광받는 시대가 되었다.
두께는 3cm에 가깝고, 무게도 만만치 않지만, 막상 이 녀석은 네트와 연결할 수가 없다.
혹시 무선랜 PC 카드를 구입하거나 등등의 방법을 이용해서 한다한들 페이지 로딩을 하다가 뻗어버릴 것이 분명하다.

지금은 조나다와 같은 중고 HPC가 어느 정도 적정 가격을 유지하고 있으나 넷북이 더 대중화되면, 가격은 곤두박칠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애물단지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냥 팔아버리자니, 손 때 뿐만 아니라 그 동안의 정이나 추억 따위가 아쉬워졌다.
그래도 비록 이 녀석으로 적은 글들이 푸념이나 쓸떼없는 생각 따위였지만, 어쨌든 그런 글들이 적지 않고, 더군다나 작년 2008년과 같이 블로그를 그만 둔 때에 이 녀석만한 타이핑 기기가 있지 않았다.
오히려 네트에 연결되지 않아서 더 자유로이 글을 끄적거릴 수 있었던 것도 흥미로운 점이었다.

지금도 기억이 난다.
이 녀석이 처음 와서 설레이는 마음으로 작동시켰는데, 한글 타이핑조차 불가하던 때.
학교를 가야해서 부랴부랴 디오펜만 설치하여 한글 작동을 확인한 뒤, 버스에서 타자를 두드리며,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었던 그 때.
전공 교재로 가방이 무겁다 무겁다 할 때에 꾸역꾸역 조나다를 항상 챙기던 그 때.
남들이 이게 무슨 물건이냐라고 할 때, 그냥 전자사전이라고 둘러댈 때.
그 중 윈도우즈CE를 알아보는 녀석이 있어 잠깐 반가웠던 그 때.
하지만, HPC의 존재는 알지 못하고, 그래서 그냥 PDA에 키보드 붙인 것이라고 둘러댈 때. (그리고 틀린 설명도 아니었지만서도..)
나를 이해해주는 친구 녀석들에게 이 녀석을 보여주자 나다운 물건이라고 말해주던 그 때.
공원에 앉아 타이핑하면서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비틀즈를 틀자 친구 녀석이 부럽다라고 말하던 그 때.
하지만, 난 UMPC도 아닌 이 녀석이 못마땅했던 그 때.
그저 내가 돈이 충분치 않아서 그냥 과정상 쓸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둘러대던 그 때.
이 녀석 세팅하기가 얼마나 구찮고 어려운지 아냐고 불평할 때.
블로그에 다시 글을 끄적거리기 시작해서 이제 구형 전자제품들을 보관하는 박스에 넣어두었다가 몇달 뒤, 꺼내보니, 보조 배터리까지 방전되어 이전 세팅 모습이 모두 날아가 민망해하던 이 녀석의 표정을 볼 때.

그냥 그럴 때.


월요일에 이 녀석을 바라보면서 고민을 하고, 결정을 내렸지만, 선뜻 판매글을 올리기 어려웠다.
쿡오알지에서는 여전히 소수지만, 이 녀석을 바라는 사람들이 있었고, 판매글만 올리면 금방 팔릴 태세였다.
그리고 그냥 바라만보다가 이게 아니지 싶어서 후딱 올리고 팔아버리자라는 심보로 친구 녀석의 랩탑을 포맷해줄 때, 친구 집에서 그냥 몽땅 결정하고 판매글을 올렸다.

예상했듯이 다음날인 오늘 연락이 왔고, 나는 우체국에 가서 택배를 부친 뒤, 이 글을 끄적거리고 있다.


키보드 외에 윈도우즈CE 핸드헬드2000 버전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USB가 아닌 구시대적 유물인 시리얼 케이블을 사용한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STN LCD로 느린 반응 속도나 어두운 밝기 등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거운 무게는 당연히 마음에 들지 않았고.

단지 키보드가 좋았을 뿐인데, 그나마도 사실 스페이스바 인식이 잘 되지 않던 그런 녀석이었다.


비록 갖고 있어봐야 애물단지였을테고, 나중에 넷북 따위가 생기거든 더 그러했을테지만, 어쨌든, 나름대로 손 때 묻은 녀석이었고, 특히나 키보드라는 특별한 디바이스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애착이 많이 가던 녀석이었다.
그다지 정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판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새삼 놀래기도 했고, 그리고 A3000을 보자, 저 녀석은 목숨이 걸려도 절대 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여하튼.
그 동안 수고했다. 조나다710.
굿바이. :)


조나다710



조나다710 - 펼친 모습.


그리고보니, 뒤의 울트라나브도 꽤 오래 정들어가는 것만 같다.
언젠간 수명이 다 될텐데..
잘 다뤄줘야할텐데..
주인 잘못 만나 영 아닌거 같다. :(

조나다710 - 하드리셋 후 공장 출하 상태 모습.



아래는 우체국 가기 전에 급하게 찍은 사진들.
때문에 화벨 맞추는 것을 깜빡했다. ;
마지막 모습을 저리 찍다니.. (...)

조나다710


그 동안 조나다를 사용하면서 사용한 프로그램 설치 파일이나 세팅에 필요한 툴, 유틸리티 등을 담아 CD로 구워드렸다. :)

조나다710


이래뵈도 소니 바이오P보다 작다. :)
두께는 더 두껍.. (...)

조나다710



조나다710 - 윈도우즈CE 핸드헬드 PC 2000 버전.




여분의 보조 배터리를 찾아서 동봉.
글씨는 초딩이지만, 잘 쓰시라는 나름대로(;;) 정성 담긴 편지.

...




2009.02.2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