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생각을 적어야 한다 적어야 한다라고 생각했더랬는데, 막상 PC 앞에 앉아 이 글을 적을라 치면, 더 답답해져 오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네트만 돌아다니다가 다음에 적자면서 내팽겨두기 일쑤였다.


오늘은 어쩌다가 얘기가 나와, 얘기가 나온 김에 계속 타이핑을 해볼까 싶다.
역시 운명이란 이런거지. (응?)


또 다른 우울의 극.


꿈이 없다는 것이 이렇게 절망적이고 희망적이지 않은 일임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사실 깨달았다기보다 알았다는 것이 더 어울리는 법 싶기도 하고.

하루하루 사는 데에 보람이 없고, 그저 멍하다.
내가 왜 회로 실험을 하고 있는 건지, 공업 수학을 붙잡고 있는 것인지 전자 기학은 왜 배우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멍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갖고 살아온 전자공학의 꿈이 불과 몇 달만에 무너져버렸다.
근 10년 이상을 가져왔던 것이 무너지면서 갖고 있던 익숙함마저 잃어버렸고, 적응에 항상 힘겨워하는 나는 그 자체만으로도 벅차서 더더욱이 말이 없어지고, 무얼 해도 더 둔해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과연 내가 꿈꾸왔던 것은 무엇이고, 내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미래는 무엇인가.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나는 전자공학이나 컴퓨터의 길을 머리에서 지워본 적이 없었다.
중1 시절에 이전엔 소극적이었던 성격을 완전히 탈바꿈시키면서 잠깐 동안 미래에 대한 생각을 다시 가져보는 시간을 갖었지만, 돌이켜 보면, 진지한 고민은 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진지하지 않았다는 것은 다분히 과학기술 계열이나 공학 계열 안이라는 틀을 갖고 생각했었기 때문.
그 때에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게 된 나를 보면서 정치가나 경영가를 꿈꿔보기도 했는데, 내 기질이 그 정도는 아니라 생각했고, 기술을 다루는 것이야말로 인간만이 영위할 수 있는 진정한 하이테크닉이라 생각했다.
그리고는 내가 아직 많은 것을 알지 못하니, 이 정도만 가닥을 잡고 후에 다시 생각해보자고는 뒤로 미루어버렸다.

진지한 고민을 했어야 할 고등학교 시절이 와서 그런 고민을 했어야 했는데, 내가 의지가 약했던 것인지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던 것인지 여러모로 많은 사연이 있었던 것 같다.
더불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말수를 줄여 나갔고,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에 와서 중학교 시절을 떠올려 보면, 나는 또 다른 옛적의 나에게 많은 이질감을 느낀다.
발표하는 것을 좋아하고, 앞에 나서서 연설 따위 하는 것을 즐겨했으며, 학급의 장을 맡으면서는 리더의 역할이 그렇게 재미나는 것이 아닐 수 없었던 것 같다.
책임감이 많이 따르기는 했어도 내 판단과 의지를 갖고 움직일 수 있었으니, 그 얼마나 자유로운가.

아, 이 얘기를 하려던 건 아니니까 넘어가서.


어쨌든, 나는 내 미래에 대해 더 진지하게 고민해봤어야 했다.
단순히, '문과는 돈을 벌지 못해.'라던가 '인간으로 태어나 공학 기술 하나 갖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면 그 얼마나 안타까운가.'라는 둥, 자기 합리화에 급급했던 시절도 있지 않았어야 했고.
더욱이 20년 동안 나의 어머니의 말씀에서 조금 떨어져 생각해봤어야 했다.
우리 어머니는 아들과 딸을 20년 동안 키우시면서 줄곧, 아들은 복잡한 것을 좋아하고, 원리를 중요시하니까 이과고, 딸은 단순하고, 성격이 급하니까 문과다라는 말씀을 하시곤 했더랬다.
초등학교 때부터 이 말씀을 들었던 지라 처음에는 내가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수가 없으나 후에는 나도 이 말에 끄덕거리곤 했다.
어른의 말씀이 곧 하늘의 말씀이라 여겼던 나는 더욱이 고개를 끄덕거렸을지도 모르겠다.

역시나 예상대로 나는 이과로, 나래는 문과로 갈 길이 정해졌다.
그래서 나는 이과의 꽃봉오리 공대로 왔고, 나래는 외고로 가서 1학년부터 문과반에 흡수되었다.
헌데, 나래는 1학년을 문과로 지내고, 나와 고작 몇일 동안의 얘기를 나눈뒤, 과감히 이과를 선택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나서 나에게 자신은 명확히 이과생이고, 자신은 화학이 너무나도 마음에 든다고 했다.

이어서 나온 나래의 말이 나에겐 매우 충격적이었다.
자신은 사회 과목이 너무나도 싫고, 오빠가 초등학교 때부터 세계 지도를 펼쳐서 나라의 위치를 찾으라고 하거나 각 나라의 수도 이름을 맞추라고 할 때가 너무나도 싫었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도 나중에 사회 과목을 배울 때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
게다가 자신은 물리가 조금 걸리긴 해도 화학과 생물 과목 때문에 과학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고, 답이 명쾌하게 나오는 수학에 높은 흥미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나래가 자기 자신에 대해 많은 고찰을 했다고 생각하면서 이어서 나래가 오빠가 1년 전에 자기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보라기에 생각해보았다고 하는 말 덕분에 뿌득하기도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하지만, 오빠를 바라보니, 자신과 정반대라는 것이다.
오빠는 어릴 적부터 세계 지도와 한국 지도를 방 벽에 붙여두고는 누가 보면 정신병자인 것 마냥 멀뚱거리며, 바라보는 때가 많았고, 잘 못하다가 자신이 붙잡히면, 오빠에게 세계 지도 강의를 들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 때엔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후 자신이 고등학교 과정을 밟으면서 오빠에게 사회나 과학 과목에 대해서 질문할 때에 오빠의 눈빛이 달라짐을 확인했다고 했다.
오빠는 과학 과목에 대해서 질문할 때에 머뭇거리기도 하고, 한참을 생각해보기도 하고, 나름대로 원리 위주의 설명을 해주기는 하나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고 한다.
헌데, 사회 과목이나 사회 이슈에 대해서 물어보면, 오빠의 눈빛이 완전히 달라져서는 말 그대로 초롱초롱 빛난다는 것이다.
더욱이 오빠는 평소에도 언어 즉, 말하는 것에 유달리 이상한 관심을 보이는데, 근거나 이유가 불충분하면, 꼭 찝어내서 자신이 자주 짜증이 났지만, 돌이켜보면, 자신이 아는 이과생 중에는 그러는 애들이 없을 뿐더러 보통의 사람들은 머리 아파할 부분에 오빠는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했다.
게다가 더욱이 자신이 오빠를 오랫동안 지켜본 결과, 수학에는 완전히 흥미가 있지 않음을 알았고, 물리도 사실은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고 자신은 느낀다고 했다.

내가 충격적이었던 것은 나도 사회 과목을 과학 과목보다도 더 좋아했고, 예전뿐만 아니라 지금도 지도 보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기 때문이다.
구글맵이 출시될 때나 다음에서 지도 서비스를 출시할 때에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였다.

그리고 나래는 이어서 오빠가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봤으면 좋겠는데, 나이 때문에 아쉽다면서 등을 돌렸다.
그리고 나래는 고3이다.



이후, 나는 잠깐의 고민의 시간을 갖고는 지인들에게 하나둘씩 물어보기 시작했다.

내 성격이나 취향 또는 생각하는 것으로 봐서 공대생이 어울리는가.
그 동안 나를 보았을 때, 내가 문과나 이과 중 어느 분야에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는가.
나라는 인간이 기술을 다루는 것과 사람과 대면 혹은 글을 보는 것 등에 있어서 어떤 것이 가장 어울리는가.
등등.

여기서 나는 두번째 충격을 받았는데, 실제로 많은 지인들이 나에게 문과가 어울린다는 말을 했더랬다.
지금까지 공대공대, 기술기술, 컴퓨터컴퓨터라고만 외쳤던 나에게 문과가 어울린다고 말하다니.
그래서 그 근거나 이유에 대해서 아주 상세히 물어보았고, 그들 나름대로 많은 이유를 갖고 있었다.

특히, 한 친구 녀석의 말이 의외였다.
고등학교 시절에 나란 녀석을 봤을 때에 이 녀석은 딱 이과생이고, 공대에 가지 못하면, 인생에 낙이 없겠구나 싶었더랬단다.
그런데, 막상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란 녀석과 지내다보니, 공대생 치고는 다른 것들에 많은 관심이 있음을 알았고, 말하는 투를 봐서는 전형적인 문과생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인생을 더 오래 살거나 한 것은 아니어서 그 동안 말을 꺼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지인의 상황도 의외였다.
이 상황은 내가 이런 진지한 고민을 하기 무려 6개월 전에 일어났는데, 나에게 뜬금없이, 하지만 진지하게 문과로 전향해보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물었고, 나는 다짜고짜 이 나이 들어서 무슨 전향이냐, 문과로 가면 뭐 먹고 살겠냐, 그냥 이 자리에서 기술 하나 배워서 먹고 살아야지 라면서 그냥 흘려보냈더랬다.
어쩌면, 그것은 내가 눈치 채지 못한 기회였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문과와 이과라는 두가지로만 나뉘는 것은 절대 아니고, 그 외의 것들도 무수히 많으며, 그 안에서도 또한 무수히 많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두가지로 나뉠 수는 없지만, 문과와 이과라는 것은 확실히 구분되는 성질을 갖고 있으며, 그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인생에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구분은 중요하다.

또한, 혹자는 고등 교육(중학 과정부터 대학 과정에 이르기까지)에 있어서 문과와 이과라는 것은 단순히 구분을 해줄 뿐이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위에서와 마찬가지 이유로 그 구분은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따라서 판단의 기준으로 서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우리 나라와 같이 심화된 고등 교육 과정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고 생각된다.
아마 전세계에서 한국과 일본, 중국을 제외한 나라에서 고등학교 학생이 삼각함수의 미적분을 배우는 나라는 아마 없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어, 한 인간이 나아가야 할 길은 글을 쓰는 직업인데, 미분과 적분을 배우고 있다면, 심각한 시간 낭비 아닐까?
이런 간단한 예에서만 봐도 그 구분은 굉장히 중요하며, 판단의 기준으로 충분하진 않을 수 있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하튼, 꿈이 없다는 것이 이렇게 힘 빠지는 것이라고 생각해보지 못했다.
비록 고등학교 시절에 다른 일들로 힘이 빠지는 때에도 나중에 때가 되면, 나는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 기술을 터득하고, 비록 돈을 벌지만 인간이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데에 작은 도움이 되는 일을 할 것이라면서 희망을 갖고 살았더랬다.
그리고 그 인간이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들로 디지털 디바이스들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더랬고, 더불어 그 관심이 지금까지 이어졌더랬다.

헌데, 바라본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내가 꿈꾸는 인간을 편하게 하는 데에는 수많은 장벽들이 있었고, 단순히 전자공학이라고 해서 그런 내 꿈들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더욱이 내 적성이 아니면, 이도저도 쓸모 없게 된다.
더불어 기술 뿐만 아니라 그 외 많은 것들이 인간 세계에 작은 도움이 되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난 그것들을 알지 못했다.





비록 바보같지만, 나는 최근의 이런 과정 속에서 하루 빨리 해결점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이렇게 힘이 빠지고, 우울해하는 동안의 많은 시간들과 가치를 잃어버릴 것을 생각하니 더 아찔해졌다.
그리하여 만든 해결점은 두가지.

하나는 이런 때 일수록 철저한 시간 관리와 일정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
다른 하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나의 적성과 취향 등에 맞는 나의 운명적 일을 찾아보고, 탐구해볼 것.


첫번째의 것을 위해, 일단 현재 갖고 있는 미라지를 최대한 이용하기로 했다.
여러가지 일정 관리 툴들이 있지만, 이것저것 신경 쓰지 않고, 미라지에 최적화시킬 수 있는 아웃룩을 사용해보기로 마음 먹고, 최근 몇 일 동안 아웃룩 사용법을 익혔다.
덕분에 얼추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나름대로 그럴싸한 일정 관리를 아웃룩을 통해 가능하게 되었다.
더불어 PDA 특성상 빠른 입력이나 관리가 불가능하고, 약속이나 작업 등 데이터 정렬이 필요한 것들은 아웃룩으로 가능하고 유용하지만, 그 외의 시간 관리나 작은 나만의 일정 관리에는 종이로 된 다이어리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큰 마음 먹고, 30분조차도 용납할 수 없는 시간 관리의 최고봉에 서 있는 프랭클린 플래너를 구입했고, 이제 막 준비를 끝내고 있다.
부디 미라지와 시너지 효과를 내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두번재의 것을 위해, 웹서핑으로 먼저 정보를 탐색했으나 그닥 원하는 정보들이 있지 않았고, 웹을 통해서는 지금까지 그랬듯 다양한 경험으로 그것을 메우는 것 외에는 그닥 있지 않은 것 같다고 판단했다. (지금까지는)
하지만, 역시 네트를 돌아다니면서 웹과 아날로그의 연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관련 서적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알려져있다시피 이런 종류의 책들, 예를 들어, 자기 관리나 성공 사례,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 찾기 등에 관련된 책들을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열정을 부으라던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던지 등등.
누가 그런 것을 모르랴.
방법이 문제이거늘.

어쨌든, 그리하여, 학교의 도서관을 이용해 몇 권의 책을 살펴보고, 짤막하게 읽어보면서 한 권을 골라내 현재 독서중에 있다.
책의 제목은 '나에게 딱 맞는 일을 찾는법'으로 일본에서 출간된 책으로 한국에는 번역판으로 출간되어 있다.
역시 네트에서 한 블로거가 소개한 책으로써 책을 선택한 것이 아깝지 않고, 뒤의 내용이 궁금하지만, 생각을 다듬어보면서 읽어보기 위해, 차분하게 읽어보는 중이다.
현재 본 책으로 많은 것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내가 기대하는 바는 내가 문과이건 이과이건, 공대생이건 글쟁이이건.
만약, 공대생이라면, 그 이상으로 앞으로 가야할 상세한 길은 어디인지.
만약, 아니라면, 내가 다시 잡아야 할 길은 어디인지.
이런 것들을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답을 내려보는 것이다.
답이 틀리더라도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더 늦기 전에.



여하튼, 나는 이런 과정 속에 있다.

비록 군대라는 장벽도 있고, 돈이라는 장벽도 있지만,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인생의 가치관 설계라는 생각이 든다.



2009.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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