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길고, 또 짧다.
하루가 길고, 짧다.


오랜만에 글을 끄적거리려니, 영 어색하다.
모니터의 위치가 z축 방향으로 살짝 올라간 것 때문은 아니다.
어색한 것은 어색한 것이다.

글이라 해봐야 그야말로 신변잡기.
잡기.
잡다한 글들 뿐이지만, 어쨌든 글인 것은 글인 것이다.


하루가 길고, 또 짧다.

하루 종일 생각과 고민과 알 수 없는 의욕 상실 등에서 헤매이다 보면, 하루가 너무나도 길다.
이전에는 무작정 많은 것들을 하고팠기에 도서관에 앉아만 있다가 가는 몇 시간, 몇 시간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그리고 하루가 너무나도 짧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나는 왜 이리 느린가 하고는 빨리 걷고, 빨리 먹기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하루를 좀 더 유용하게 사용하려고 노력하기도 했더랬다.
그 당시엔 하루가 너무 짧았지만, 지금은 하루가 너무나도 길다.


헌데, 하루가 또 너무 짧다.
이전과는 달리 8시나 9시에 집을 나서면서 은행 갈 시간조차 없어져 버렸고.
학교에선 오후 11시나 되서야 학교를 나선다.
집에 와선 네트를 살짝 다니다가 잠에 들곤 한다.
전자공학이 이런 것이구나를 절실하게 깨닫고 있고, 1학년 때 배웠던 수학이 다시금 등장하면서 1년 휴학했던 것이 마치 군대를 갔다 온 마냥 허우적거리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는 그냥 남들처럼 군대나 갔다 올 껄이란 생각도 했다.
어쨌든, 주어진 바에 행하기 위해 하루 종일 도서관이 아닌 독서실에 박혀서 살고 있고, 나름대로는 그럴싸한 공대생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공 수업은 따라가기 벅찰 뿐인데, 참고로 교양 수업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나는 그 속에서 이게 내 전공인가? 라는 혼란 속에 능률은 바닥인 상태다.
그래서 하루 종일 독서실에 있지만, 사실 이전에 한두시간 있던 것 만큼의 효율도 없음을 본인인 나조차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저 바보 같이 이제서야(!) 전자공학이 이런 것이구나라고 절실하게 깨닫고 있고.
내가 왜 회론에 대해서 알아야할까? 라는 생각과 함께.
그래도 만약 조금이라도 아는 컴공이었으면 이렇게까지 고민하진 않았을텐데..라는 멍청한 생각도 더불어 겸하고 있다.
이 뿐만 이겠는가.
전과 생각에 문과라면 경영대는 어떤지, 경영대에선 무엇을 공부하는지, 산업경영은 또 무엇이고, 만약 컴공이면 또 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역시 세상의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동기 없는 행동에는 무성실과 무의미함이 존재할 뿐.

결국 나란 인간에게도 그 정의는 적용되어, 무성실과 무의미함이 동시에 부딪쳐 그저 혼란 속에 어리둥절할 뿐이다.


오랜만에 만난 형이 나에게 그랬다.
넌 지금 심적인 여유가 없는거야.

그렇다.
나에겐 지금 심적인 여유가 없다.



2009.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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