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찮아 보이는 표정을 하고선 신발을 사기 위해 어머니와 길을 나섰더랬다.
가서는 신발을 무려 두개나 구입하고는.
가방을 보는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등을 메는 가방이 필요한데."

..라고 말해버렸다.

어머니는 이런 말을 잘 하지 않는 아들을 잘 아시기 때문에 바로 잡고선 가방 앞으로 끌고 가 가방을 고르게 하셨고, 용량, 색상 등을 보면서 아들은 엄마에게 자꾸 여쭈었더랬다.


점원: 요게 용량도 크고, 캐주얼하기도 하고, 괜찮아요.

어머니: 요게 잘 나가나요, 요게 잘 나가나요?

점원: 둘 다 잘 나가는데, 아무래도 시커먼 것보단 요게 잘 나가겠죠.

어머니: 넌 어때.

아들: 글쎄요..

어머니: 요게 캐주얼하니까 이걸로 해. 너는 그냥 너가 선택하는 거랑 반대로 하면 그게 캐주얼 한 거잖아.

아들: (-_ㅡ;; )

어머니: 응? 요걸로 할꺼지?

아들: 음.. 그래요. 그래도 조금이나마 캐주얼해야 좀 나아보이지. 아, 검은색도 있네?

어머니: 검은색? 검은색보단 요게 낫지.

점원: 아무래도 검은색보단 저게 잘 나가죠.

아들: 그래도 검은색이..

어머니: 한번 메보고 거울 봐봐.

아들: 그래야되요?

어머니: 그냥 메고 거울 보면 되잖아.

아들: 음.. 용량이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좀 쓸떼없이 큰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전공 책 들어가면 또 이 정도는 필요한가 싶기도 하고. 이럴 것 싶으면 그냥 집에 있는 옆가방 다시 들까 싶기도 하고. 검은색이 더 낫지 않나 싶기도 하고. 너무 캐주얼한가 싶기도 하고.. 그러네요.

어머니: 그러니까 이걸로 한다는거지?

아들: 뭐.. 네.


요렇게해서 고른 것이 위 사진의 것.


책상 밑에서 꺼내기 구찮아 그냥 찍었는데, 갈색 같기도 하고, 어두운 초록색 같기도 하고, 뭐, 그런 색이다.



나는 사실 등으로 메는 가방을 굉장히 싫어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구입했던 것이 옆가방이었고, 최근까지도 옆가방만을 애용했다.
이유는 짐을 풀 때, 불편해서이기도 하고, 등으로 메는 가방은 제어하기가 불편해서 다른 사람에게 부딪치는 경우도 있으며, 또 남이 와서 부딪치는 경우도 많다.
사람 간에 부딪치는 걸 싫어하는 나로써는 옆가방만이 애용할 수 밖에 없더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가방을 선택한건, 최근에 전공책이 무겁고, 원서와 번역서에 각종 자료들을 같이 들고 다니다보니, 옆가방으론 내 어깨가 빠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1학년 때도 지금보다 덜하기는 했어도 상황은 비슷했는데, 아무래도 그 때엔 고통이란 걸 잘 몰랐기 대문이 아닐까..라고 추측하고 있다.
그 때에도 나보다 덩치 큰 친구 녀석들이 내 가방을 들고선 이건 아니다라며 고개를 절레거렸으니까.


여하튼, 등가방을 구입했다.

그리고 얼마 전, 등가방을 메고는 집에 들어오다가 독서실에 가는 나래를 만났다.


나래: 오빠 안녕~?

오빠: 응. 안녕.

나래: 어! 그 가방 메고 왔네.

오빠: 샀으니까 메야지.

나래: 음.. 이번엔 선택 조금 잘 했네. 맨날 시커먼 것만 고르더니.ㅋㅋ

오빠: 응. 그래서 난 잘 적응이 안돼.

나래: 근데, 가방을 조금 올려.

오빠: 아, 맞다. 그걸로 고민 있어서 얘기 좀 하려고 했는데. 가방 올리는 게 나을까?

나래: 응. 올리라니깐?

오빠: 응. 나도 올리는 게 좋은데, 그러면 귀여워보이잖아.

나래: 응. 귀여워보이지.

오빠: 나는 그게 싫거든.

나래: 엥? 그것 때문에 올리라고 한건데?

오빠: 여하튼, 난 그게 싫어. 근데도 올리는 게 나을까?

나래: 올리면, 귀여워보이는데 그게 싫으면 올리지 말아야지.

오빠: 근데, 난 올리고 싶어.

나래: 응??

오빠: 이렇게 가방이 내려가 있으면 어깨가 눌리는 느낌이거든. 그래서 올리고 싶은데, 올리면 또 귀여워 보인단 말이지? 올리는게 나을까?

나래: ...;;

오빠: 응. 알았어. 그냥 내리고 있을게.

나래: 안녕~

오빠: 응~



그리고 오늘 버스를 기다리다가 끈을 반만 빼내어 가방을 올렸다.

이러면 되잖아.



2009.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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