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만 쌓이네.

본래 노영심씨의 노래이지만, 곡이 좋아서인지 많은 가수들이 부르거나 리메이크하거나 했던 것 같다.
나 역시 요 노래를 좋아해서 내 아이튠즈에는 같은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재생목록으로 아예 '그리움만 쌓이네'를 만들어두기도 했다.
내 재생목록에 있는 가수는 노영심과 조영남, 유익종.

우연이었다.
김윤아씨의 솔로 음반이 나온걸 일찍이 알고 있었지만, 신분이 신분인지라 뒤늦게 접해야만 했고, 돈 문제도 있고 해서 고작 음반하나 못 구해두고 있었더랬다.
그러다 소리바다에서 김윤아의 다른 Single 음반이 있는 것을 보고, 이 음반도 팔고 있나..싶어서 뒤적거리다가 쥐마켓에 갔고.
쥐마켓에서 옛적에 방송했던 '김윤아의 뮤직웨이브'라는 방송의 스페셜 DVD가 판매되고 있었다.
 - 쥐마켓 링크: http://durl.me/2re4y
그 안에 리스트를 보다 이수영의 '그리움만 쌓이네'라는 부분을 보았고, 참을 수 없어 구글링을 했는데, 의외로 쉽게 영상을 발견했다.






그리고 때는 2010년 8월 23일 월요일.
시간은 오후 5시경.
평소처럼 운전대를 잡고 근무를 나가다 시간을 보고는 라디오를 돌렸다.
오후 4~6시는 SBS 파워 FM에서 '이수영의 뮤직쇼'가 하는 시간이다.

방송이 흘러나올 때에 이름이 가물가물하지만, 여하튼 누군가 게시트로 나와 이 경사를 어찌해야하냐며, 축하한다는 둥...
그리고 난 어리둥절하다가 멍..하니, 근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몸은 충격에 휩싸인 것이 분명해 보였고, 머리와 눈은 멍..할 뿐이었다.


이수영을 알았던 건, 거슬러 올라가 2002년 가을 무렵이었다.
조금씩 세상에 눈을 뜨던 나는 TV의 모 개그 프로그램에 나온 이수영을 보았다.
제목이 생각나지 않지만, 그 모 개그 프로그램의 마지막 코너에 나와 게스트가 방청객들에게 인생 강의 따위를 하는 시간이었고, 이수영은 그 자리에서 '바르게 살자.'라는 글씨를 화이트 보드에 쓰고는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렇게 살기가 어려운 것이라며, 방송을 마쳤다.
그리고 바로 PC로 이수영을 검색해 음악을 들었고, 나는 그 때서야 사람들이 왜 음악을 듣는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이수영 덕분에 그에 대한 최초의 답을 얻은 셈이었다.

그리고 당시 내가 갈 수 있던 유일한 음반점이었던 중학교 근처의 음반점에 들어가 만원의 음반을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다 집어 들고 나왔더랬다.
그 음반이 이수영 4집, 'My Stay in Sendai'이었더랬다.
내 인생 최초의 구입 음반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는 이수영이 걸어온 1,2,3집을 듣게 되고, 처음 음악을 들을 때에는 불법 mp3 파일들을 사용했지만, 이 정도의 감동은 음반 가격의 값어치가 있다!라고 판단해 이수영의 음반을 총 3년에 걸쳐 모두 구입하고야 말았다.
음반을 구입한다는 건 말이 쉽지, 학생 신분으로 돈 만원을 무언가에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이수영의 음반은 4집의 성공 이후, 기획사 갈등의 문제와 상업성으로 인해 4.5집, 5.5집, 6.5집 등의 스페셜 음반들이 쏟아져 나와, 가난했던 나의 청소년기를 힘들게 했다. ;;


그리고 나는 군대에 왔고, 첫번째 외박을 나와, 이수영 음반들을 차분히 들으며, 위로 받았고 나란 녀석이 생각했던 것들보다 이수영을 마이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이전에도 몰랐던 건 아니다.
아듀 콘서트 때에 이수영은 팬들에게 한동안 활동을 그만두는 것이 미안하다며, 무대에서 내려와 악수를 청했는데, 나는 그것으로 멍해져서 세번째 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가지 아니했다.
그런 때가 있었다.


결혼 소식을 듣고, 이수영이 싫어졌다거나 반감이 생긴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조금 아수울 뿐이다.

나는 사실, 자우림의 김윤아도 무척 좋아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음악 또한 나를 성숙하게 만드는 것들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결혼 소식도 몇 년 전에 익히 들었더랬고, 지금은 결혼 후의 음악들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수영과는 달랐다.
이수영은 늘 줄기차게 팬들에게 솔로라며 이야기했더랬고, 최근 진행하고 있는 라디오에서조차 커플들의 사연이 올라오면, 그것이 결국 재미와 위트를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자신은 솔로라고, 굳이 고대로 이야기하곤 했다.
그런 상황에 난데 없이 터진 결혼 소식은 무언가 아수움을 남긴다.
무언가 팬으로서 신뢰와 믿음이 깨져버렸다라고 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결혼 소식 발표 후, 조금의 시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 거부감이 들었더랬다.
그래서 지금은 4시와 6시 사이에 SBS Power FM 채널에 주파수를 놓지 않는다.
그녀가 하는 말들이 이제는 무엇이든 믿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헌데, 그녀의 음악과도 한동안 멀어져 있었더랬거늘, 금방 다시 음악을 찾고 있었다.
그러기 싫었지만, 이미 아이팟의 휠을 돌려, 이수영을 클릭하고 있었다.
또 한번, 마이 좋아하는구나.. 싶기도 했고, '위로'라는 건 이런 건가.. 싶기도 했고.
이건 좀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지만, 이제는 연애를 해야할 때인가..싶기도 했다. ;


덧붙임.
1. 사실 그리움만 쌓이네 영상과 그 관련 글은 저번 휴가 때인 7월 경에 올리려던 것인데, 뭔가 이상하게 되었다. 그 때는 미쳐 이수영의 결혼 소식에 대한 생각이 덧붙여질지 정말 몰랐지.
나는 몰랐네.

2. 글을 업로드하고, 유튜브 영상을 다시 보는데, 정말이지 정말이지..
나는 이수영의 창법에 이끌렸다고 말하곤 하는데, 이제는 창법 때문인지 예뻐서.. 아니, 아름다우서 이끌리는지 알 수가 없다. :(

2010.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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