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트 역시, 저번 휴가 때에 포스팅하려던 것인데, 늦어졌다.
여하튼.

IBM PC인 ThinkCentre를 구입했다.
아니, IBM이 PC 사업에서 손을 떼어낸 지가 언제인데, IBM PC라니? 라는 생각이 들 수 있으나, 나는 늘 그래왔듯이(!), 어김없이(!), 당연히(!) 중고를 구입했다. (...)

왜 구입했느냐.
그 동안, 거진 20년 가까이 조립PC만을 이용해왔고, 집에는 PC 부품들이 쌓여 있었더랬다.
모 회사에서 재고처리를 하듯, 늘 처분하고 처분했지만, 쌓여 있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저것 불안정한 부품으로 조립한 PC들은 늘 불안정했으며, 그 불안정성은 윈도우즈에 대한 타박으로 이어지곤 했다.
물론 그렇게 PC 생활을 했던 것은 내 가난한 재정 상황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보고자 했던 것이고, 실제로 덕분에 정말 저렴한 비용으로 나는 수년간 컴퓨팅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다 문득, 상병이 되었을 즈음에 지난 1년간의 생활을 돌아보다가, 알고는 있었지만 매 외박 때마다 PC를 정비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매번 짜증이 나고, 화가 날 때도 있었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더랬다.
PC를 즐기고 싶은데, 만족스럽지 못하니 말이다.
그렇다고 새 PC를 덜컥 구입하자니, 잠깐 휴가 때마다 만자는 PC일 뿐이고, 후에 필히 맥북을 구입할 터인데, 쓸떼없는 비용 낭비라 생각했다.

그래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고민하다가 어느새 나는 다나와 중고 장터를 들락거리기 시작했고, 요 IBM 데스크탑 중고를 발견하였다.
동시에 '아, 저건 IBM이잖아!'라는 생각과 '안.정.성'이라는 단어가 일치되었다. ;;
게다가 10장에 가능한 가격까지.
10장이라면, 지금 갖고 있는 모든 PC 부품을 팔고도 남는 가격이다.

직접 들고 올 것을 걱정하던 터에 판매자분께서 스타렉스를 타고, 정말 집 앞까지 갖고 오셨고, 나는 열장을 드리는 것과 요 녀석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것 뿐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 지금은 PC 구입에 대한 개념이 조금 달라져 있는 상황.
PC는 절대 조립이라는 생각을 져버리고, 안정성을 위해 보장된 브랜드PC를 구입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다라는 것과.
운영체제를 선택할 자유가 없는 이 나라에서 제대로 된 라이센스 없이 윈도우즈를 사용하곤 했는데, 브랜드PC에는 대부분 윈도우즈XP 라이센스가 붙어 있으니, 이제 마음 든든하게 컴퓨팅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 동안은 늘 무언가 찜찜하곤 했다.)
사실, 속 이야기를 하자면, 윈도우즈XP를 DSP 버전이라도 구입할 돈을 마련했는데, 그 타이밍에 윈도우즈7이 출시되어서 조금 당황스러웠고, 그리고 시간이 흘러버렸다.. (...)



요로코롬 사용하게 되었다.
모니터는 언젠가 휴가 때에 모니터 거치대를 교체하는 열정을 퍼부어 책상에 거의 닿을 듯 말 듯 하게 세팅하였고, 키보드와 마우스, 드디어 데스크탑까지 IBM 세팅이 완성되었다. :)
키보드는 내 영원한 자부심인 IBM '울트라나브(UltraNav)'.
마우스는 일명, '푸르딩딩'이라 불리우는 IBM 노트북용 마우스.
데스크탑은 IBM의 성공적인 ThinkPad를 이어 그 중심의 센터 역할을 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우던 'ThinkCentre'.
('ThinkCenter'가 아니다. :) )

하지만, 이 때를 대비하여 보관해두었던 일명, 푸르딩딩은 노트북용 마우스여서 그런지 감도가 최악인지라 내 손을 마우스는 따라오지 못했다.
그래서 아숩지만, 마우스는 DELL로 교체. (-_ㅠ;; )
대신 푸르딩딩은 무슨 인테리어인양 PC 근처에 걸어두었다. ;

혹자는 대단하지도 않은 것 같은 IBM 제품들을 이리도 신성시(?)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IBM이 있었기에 우리는 놀랍게도 PC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을 들고 생활할 수 있는 것이다.
IBM은 인간 최고의 발명품인 컴퓨터를 만든 장본인과도 같기 때문이다. b



DELL 마우스와 IBM 마우스.



지금은 이렇게 책상 아래에 두었다. ;

요 IBM PC의 사양이라 함은 거창하게 설명하기에는 이제 이런 것에 지쳐버렸고, P4 3.2GHz CPU에 1GB 램에, VGA는 NVDIA Geforce 6200을 장착했다.
CD-RW가 되는 DVD롬도 있고, USB들도 이전 PC들과는 달리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요 녀석은 예상했다시피 매우 안정적이다.
마치 윈도우즈XP가 끌어낼 수 있는 안정성 능력의 최대치를 내는 것만 같다.
작업을 위해 VMWare도 돌리고, 토렌트도 같이 이용하지만, 딱히 눈에 거슬리는 다운이나 에러 현상은 보지 못했던 것 같다.
IBM이 대단하긴 했었지..라는 생각도 들기는 한다.

사양이 최근 PC에 비해서는 턱없이 낮다.
쿼드코어니, i뭐시기니가 나오는 세상에 P4, 원코어 펜티엄4라니.
하지만, 3.2GHz에 720p HD 영상을 보는 데에도 지장이 없고, 유튜브 영상도 조금은 부족할지 몰라도 그럭저럭 볼만큼 나온다.
국내 웹사이트 디자인 구성이 엉망이어서 그렇지, 웹서핑에도 그럴싸하게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우리 옛날엔 펜티엄3로도 이메일 쓰고, 웹서핑 쓰고 하지 않았간?
하려면,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수운 것이라면, 램은 조금 2GB가 되었으면 싶고, P4이다보니, 발열이 심해서 책상 위에 두었다가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고는 책상 아래에 두었더랬다. ;

요 PC는 후에 맥북을 구입하더라도 윈도우즈 작업 때에 쓸 수 있을 정도의 사양이어서 두고두고,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다.


끄적거린 김에 최근의 스크린샷도 올려본다.


배경화면은 KMUG에서 주워온 아이팟 2세대가 들어 있는 이미지를 쓰고 있고, 작업표시줄은 예전과는 다르게 주로 쓰는 프로그램 5개만 '빠른 실행'으로 넣어두었다.
이전과는 다르게 웹에서 정말 모든 것을 해결하다보니, 익스플로러와 크롬을 제외하고는 꺼낼 일이 많지 않다.
그래도 종종 사용하는 프로그램들의 빠른 실행을 위해서 사실은 '시작' 버튼 안에서 상단에 프로그램 바로가기들을 넣어두었다.
결코, 윈도우즈7을 의식한 것은 아닌데, 세팅하고 보니, 의식한 것도 같기는 하다. ;

아이팟 2세대(1세대인가?)를 배경화면으로 걸어둔 것은 영감을 얻기 위해서이다.
아이팟의 스크롤 휠은 거진 발표 10주년을 향해 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터페이스의 혁명이자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는 디바이스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아이팟 자체에서조차 수많은 영감들을 떠올릴 수 있기에 그 오리지널 격인 1세대(어느새 1세대라고 확신했다.;)를 배경화면으로 걸어두고, PC를 켤 때마다(매 휴가 때마다) 이를 보고, 영감을 받고 있다.

번외 이야기지만, 나는 아이폰에서 역시 수많은 영감과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서산에 있는 내 화일에는 신문에서 오려낸 아이폰 사진이 붙어 있다.
사람들의 생활을 보다 편리하게 하겠다는 단순한 개념에서 출발한 두 디바이스는 혁신과 혁명을 떠나서 나와 같은 평범한 학생들에게도 수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음이 분명하다.


어쨌든, 근래에는 요로코롬 컴퓨팅을 하고 있다.

포스팅 끝.


2010.09.29.W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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