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야식이란 주제로 엄마와 야식을 먹고 와서 그 후일담을 적고 있었는데, 이 울트라나브의 단점인 방향키 위의 작은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글이 몽땅 날아가고 말았다.
오랜만에 쓰는 장문이어서 그 충격이 작지 않았으나 뭐, 어쩌겠는가.
하염없이 글쓰기 버튼을 누르며 임시보관함에서 불러올까요? 라고 물어보면 예를 클릭하지만, 돌아오는 건 야식이라고 써있는 제목일 뿐.
똑똑한 티스토리는 하필 모두 날아갔을 때의 글을 임시저장했더랬다.
상실감이 커서 블로그 하지 말까..(-_ㅡ;;)
..라고 생각했다가 이런 멍청한 녀석이 다 있나 싶어서 다시 붓을.. 아니, 키보드를 들었.. 아니, 키보드 위에 손을 얹었다.
글은 글이고, 글은 글이다. (?)

야식이란 주제의 글은 다음에 한번 끄적거려 보기로 하자.
어차피 야식은 늘 먹는 것이니, ..
아니다. 지금 써봐야겠다.


두번째 제목: 야식.

오케이.
야식.
어제는 집에 돌아와 친구 녀석에게 낑낑거리며 자전거를 빌려주는터라 11시 쯔음이 되서야 책상에 앉을 수 있었고, 12시 40분 쯔음에 다시 집 밖에 나갔다가 돌아온 것은 1시 쯔음이 되서였다.
어제 집에 가서 무엇을 했느냐고 물으셨는데, 뭐했는지 깜빡해서 말을 못했다.
(죄송해요. 제 기억력이란..:) ㅋ')

이래서 글은 써야한다.
글을 써야 기억이 그나마 1초라도 더 가고, 묘한 뒤돌아보기가 되니, 그 또한 나쁘지 않다.
오랜만에 써서 그런가.
글이 죄다 두서가 없다. 논리도 없고. ;

여하튼.
엄마는 점주 그러니까 사장을 맡으시게 되면서부터 오전 출근을 잘 하시지 않게 되었다.
더군다나 이번 알바생이 아들이 초등학생이니 오후 출근은 못 한다고 도장을 박아두었기에 엄마는 오후 출근 뿐이 하시지 못한다.
오후 출근이라 하믄 1시 쯔음에 나가셔서 12시 쯔음에 들어오시는 것을 말한다.
어제 같은 경우엔 마감이니까 12시 20분 퇴근하셔서 1시 쯔음에 들어오셨고.

엄마는 다리가 아프다.
그래서 그 30만원짜리 신발도 샀더라셨지만, 그 또한 한계가 있는 법.
그 30만원짜리 엠..무슨 신발이 훨씬 도움이 되기야 하고, 나도 의류 고가는 인정 불가 딱지를 붙이고 살지만, 그 신발은 엄마에게 당연히 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밀어붙여서 구입한 그런 것이었다.
여하튼, 그래도 다리는 아프다.
10시간 정도 서 있다고 생각하믄 그건 좀 아니다.
아니, 이건 생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직접 해보믄 알지.
게다가 엄마의 매장은 내도 가보아서 안다만 그 마트의 독과점 횡포로 규모가 굉장히 작다.
이제는 그래도 의자를 놓을 공간이 생겼으나 의자에 앉은 것이 피엠에게 걸리믄 그 날로 그.. 반성문 비슷한 거..(아무래도 기억력이 더 떨어진 것 같다; ) 하여튼, 그걸 쓴다.
그냥 의자는 한쪽 다리라도 올려놓기 위해 있는 것.
의자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완전히 다르니까.
게다가 엄마는 승부욕이 있어 매장을 떠나지 아니하시고, 또 지금은 집안이 그나마 안정이 되었으나 한참 동안은 집안의 자금줄 역할을 하셨기에 그 압박감으로 매장을 거의 떠나지 않으신다고 알고 있다.
내 엄마가 집에 돌아오거든 그래도 시간이 되면 잠깐 커피 마시는 곳에 앉았다가 오라고 하지만, 엄마는 오늘도 그 때마다 손님이 있노라고 나의 말문을 막아버리신다.

엄마는 다리가 아프다.
그래서 아빠는 퇴근 후 집에서 대기중이시다가 엄마의 호출 전화가 오면 시간에 맞추어 지하철역 앞에까지 차를 대기시켜 놓고 기다리셨다가 엄마가 올라오시거든 차에 태우어 집에 모시고 오신다.
아빠도 최근처럼 일이 많으실 때엔 인천에서 강남 출퇴근은 짧은 거리가 아니기에 항상 잠이 모자르신다.
때문에 엄마의 호출 전화가 오기 전까지 짬잠을 청하시지.

하지만, 여느 대한민국의 회사원이라면 그렇듯 저녁에 술 한잔은 기본 중 기본이다.
내 느낌으로는 일감이 많으면 많을수록 술의 양은 많아지는 것으로 알고 있고, 막노동 일터에서 술김으로 일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얘기 왜 하고 있남. ;; )

여하튼, 아부지께서 그렇게 약주를 한잔이라도 하시고 오신 날은 운전을 충분히 하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와 함께 동행하신다.
아부지의 철칙은 너무나도 완벽한 편인데, 이것도 그 중 하나라면 하나겠다.
또 다른 것은 잠은 절대 집에서 잔다 라든지.
사실 위에서도 썼지만, 인천-강남 출퇴근 거리는 상당히 먼 거리이고, 아침 5분이 출근 1시간을 좌우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수도권의 교통량이 출퇴근길을 더욱 힘들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부지는 새벽 1시에 퇴근을 하더라도 9500번 막차라도 붙잡고 타고 오셔서 2시 쯔음이 되서 집에 오시고는 3시간을 주무시고, 다시 출근을 하신다.
그냥 근처 찜질방이든 주무시고 오는 편이 훨씬 나으실텐데, 엄마 말에 의하면 출장 때 빼고는 단 한번도 집 밖에서 주무시고 오신 적이 없다고. (아들과 비교하시면서..;; )

여하튼, 그래서 나는 어제 아빠와 동행하여 차를 몰고 엄마를 모시고 돌아왔다.
시간은 1시 쯔음.

엄마는 씻을 준비를 하시고, 나는 엄마에게 늘 "뭐, 들어야지요."라는 같은 마디를 던지고, 엄마는 늘 "응. 뭐, 들어야지."라시면서 손으로 물건을 드는 흉내를 내시면서 농담 아닌 농담을 하신다.
그리고 나는 피식 웃고는 야식거리를 준비하고 엄마가 식고 나오실 때 쯔음에는 상을 거실에 갔다 놓고 엄마가 오시면 기계에 다리를 올려놓고 바로 마사지를 하실 수 있도록 세팅해둔다.

야식거리 거진 90%는 고기류.
어제는 바베큐였더랬고, 그 전에는 족발이, 그 전에는 다른 모냥의 바베큐, 그 전에는 삼겹살, 그 전에도 삼겹살, 그 전에는 불고기.
(진짜 다 고기일줄이야; )

엄마는 내가 배 속에 있을 때부터 고기를 와장창 좋아하셨더랬고, 덕분에 나 역시 태어나서 가장 땡기는 건 고기다.
그냥 고기면 된다.
소, 돼지, 닭 그런거 안가린다.
더군다나 엄마는 다른 걸 드시고 주무시면 다음날 얼굴이 부으셔서 고민이지만, 고기는 얼굴이 붓지 않으셔서 더 고민 대상이 아니다.
당연히 고기라는 말이다.
어느 누가 12시 1시에 고기로 야식을 먹는다하믄 믿지 않으려 할거고, 믿는다 해도 이상한 사람으로 볼게다.
근데, 진짜 먹는다. ;
나도 엄마의 넋두리를 듣다보믄, 그냥 듣는 건 이상해서 옆에서 야금야금 하기도 한다.

원래 옆에서 술거리를 같이 하기도 하고, 캔맥주도 자주 하고 그랬더랬는데, 최근에는 내가 술을 먹으면 어지러워서 나는 그만 두었다.
언젠가는 캔맥주가 그리도 먹고프더만.
엄마는 넋두리를 풀어야 하니까 드시지만, 나는 그런 것도 아니지 않는가.
엄마의 주량을 분명히 세졌지만, 그것이 결코 좋은 것은 아니어서 엄마가 주량이 늘었다고 할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지금도 잘은 모르겠다.

여하튼, 그러면서 TV프로를 한가닥 튼다.
얼마 전에 이름이 바뀐 브로드앤TV가 있으므로 TV프로 걱정할 거리는 없다.
그래도 나는 볼거이가 정말 많은 것 같은데, 엄마는 볼거 다 봤다고 없단다.
다큐멘터리도 있고, 무료 영화도 몇 편 있고, 그런데.

드라마, '엄마는 뿔났다'와 '행복합니다'가 끝나믄서 엄마는 볼거리가 줄어들었고, 예능 쪽으로 눈을 돌리셨는데, 그나마도 '해피투게더'나 '세바퀴' 따위 몇가닥 하면 볼거리가 없다.
자꾸 볼거리가 없다고 투정하시길래 그럼, 다른 볼거리를 찾아보자 해서 내가 최근 단번에 발견한 것이 '명랑 히어로'다.
생전 장례식 체험을 하는데, 고거이 정말 재미나게 본다.

그러면서 엄마는 지하주차장을 나올 때부터 하셨던 마트 넋두리를 계속해서 하신다.
아빠는 이미 주무시러 들어가신지 오래고, 이 역할은 내 역할이 된지 오래다.
아마 내가 군대를 가거든 이 역할을 아부지뿐이 없는데, 잘은 모르겠다.

엄마와 아들은 대화를 자주.
아니, 자주는 아니고, 오~래 하는 편이어서, 자주 하지는 않는다.
엄마는 아들과 대화를 하려면 아주 날을 잡고 하시지.
아들과 대화하면 시간이 빨리 가신다면서 평소에는 얘기를 끊으신다.
난 가만히 있었을 뿐인 것 같은데 말이지.

그러다가 야식이 끝나믄 엄마가 '나 커피~'라고 하시믄 아들은 제깍 일어나 커피를 대령한다.
가끔 아빠도 같이 야식을 하실 때가 있는데, 그러믄 커피는 두 잔.
엄마는 늘 타던대로.
아빠는 숟가락으로 푸는 커피 한 스푼, 설탕 한 스푼. 물은 가득.
이렇게 두 잔을 타서 대령한다.

그리고 그렇게 넋두리를 한참 듣는다.
어제는 아부지 친가 쪽 불만에 대한 넋두리에 마트 넋두리가 조금 섞여 있었다.
엄마는 아들이 나중에 그럴까봐 불안하시단다.

그렇게 넋두리도 듣고 티브이도 보고 하다보면 시간은 곰방 2시를 한참 넘어서 있다.
나는 그러다가 괜찮다 싶으믄 자리에 일어나서 내 방 피시에 앉는다.
난 피시로 할 일이 더 있으니까.
그러다 거실에 나가믄 엄마는 눈을 감고 계시고, 나는 엄마의 두 손을 번뜩 잡아 안에 들어가서 주무세요 라면서 뒤를 쫓아간다.
넘어지시지 말아야지.
그러곤 티브이를 끄고, 야식거리를 치우고, 쓰레기 분리수거에 음식물 쓰레기 분리에 그릇은 물에 담그고 나면 대충 나의 임무 아닌 임무는 끝이 난다.
나는 또 그냥 잠에 들긴 뭐해서 PC 앞에 앉아 끄적거리다가 나도 졸리니 잠에 드는게지.


늘 이런 루트는 반복, 반복된다.
여느 날은 엄마가 찌지도 않는 살을 빼야겠다면서 드시지 않으신 적도 있지만, 내 통계상 3일 이상은 가지 않는다.
건강을 위해 드시지 않으신 적도 있지만, 그것 역시 이틀 이상을 가지 않는다.
어쨌든, 야식은 늘 있는 편.

지금 시각이 11시 11분.
아빠께서 늦으시는 걸 보아하니, 아마 집으로 엄마의 호출이 오거든 오늘은 내가 조심스레 차를 끌고 갈 듯 싶다.
여전히 아부지는 불안해 하시지만(그리고 나도 불안하지만) 엄마의 다리가 우선이기에 끌고 가지.
더군다나 나도 이제 지하 주차장의 후진 주차도 할만큼 커서 그닥 나쁘진 않다.
게다가 한번 사고 더굽에 조심스레 하고 있고. (그래봐야 그렇겠다만.)




어제의 포스팅이 날아갈 거라 생각했는데, 다행히 머리 속에 저장되어 있어서 다행이다.
기억력이 나쁘지만, 요런 데에는 쓰여서 다행인가 싶다.
그럼, 다음 포스팅 주제는 무엇을.. :)


2008.11.27


(추가)

아부지께서 시간에 맞추어 오셔서 내는 나가지 않았다. :)

2008.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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