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원소
감독 뤽 베송 (1997 / 프랑스)
출연 브루스 윌리스, 게리 올드만, 이안 홈, 밀라 요보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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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원소.

1. 기대, 기대. 그리고 기대.
 예전부터 정말 보고픈 영화였으나 우선순위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구찮다는 이유로 뒤로 미루어 놓다가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중학교 시절에 이 영화의 포스터를 보았던 것 같은데, 높디 높은 건물 사이로 날아다니는 자동차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바로 앞에는 경찰차에 경찰이 폼을 잡고 있는 포스터였다.
여하튼, 나는 예전부터 이 영화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고, 내 SF영화 목록의 정점을 찍어주길 기대했다.


2. 기대가 너무 커서 실망이 너무 큰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커서였을까.
'제5원소'는 내가 바라던 그리고 즐겨보던 영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제5원소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코믹 SF영화'라는 표현이 맞지 않을까.
SF영화가 항상 진지하고 철학적인 내용을 담으라는 법은 없지만, 그 적당함을 지켜주는 영화이길 바랬는데, 제5원소는 그렇지 못했다.
'스페이스 오디세이'나 '공각기동대'처럼 너무 무거운 영화도 그닥 좋은 영화라 할 수 없지만, '스타워즈'나 '매트릭스'와 같이 가볍게 볼 수 있으면서도 무겁고 깊이가 있는 영화.
난 제5원소가 그런 영화라 생각했는데, 너무 배경지식이 없었나보다.
코믹 SF영화가 적절하다.
제5원소의 프랑스 감독 '뤽 베송'도 그 목적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코믹 SF영화를 원한 것이 아니었기에 보는 내내 찜찜했고, 실망했다는 표현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나에게만 해당되는지도 모르겠다.


3. 주제가 뭘까?
 코믹SF영화를 원하지 않았더라도 불만인지 아쉬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불만은 여전하다.
대체 이 영화의 주제가 뭘까?
현대 사회에 필요한 것은 '사랑'이라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걸까?
그러기엔 내용 전개에 불필요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고.
설사 그 메세지가 주제라면 이 영화의 구성력은 좀 아쉬운 부분이 되겠다.

단지 구성만 보더라도 아쉬움이 많은데, 예를 들어 '리루'가 왜 제5원소인지, 무엇이 대단해서 5개의 원소 중 하나였는지를 영화에선 전혀 설명해주지 않았다.
설마 팔목에 새겨진 타투때문?
다른 하나는 부루스 윌리스가 역할했던 '코벤 소령'이 왜 이렇게 강한 것인지 의문이다.
뭐, SF영화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본 영화에서는 코벤 소령에게 특별한 기술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무기도 없었다.
'007'엔 특별한 무기가 있고, '스타워즈'엔 광선검과 '포스'가 있지 않나.
그게 아니라면, 멋진 액션이라도 있어야 할텐데, 코벤 소령이 너무 강해서였는지 긴장감 조성조차 되지 않았다.
(누군가의 댓글에 의하면, '똥줄' 타들어가지 않았다.; )

그러나 만약 이 영화가 단순 코믹영화를 지향했다면, 위에 적은 것들은 허사가 된다.


4. 1997년작.
 나는 이 영화를 보고, 혹시 이 영화 80년대작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코믹 영화라고는 중간쯤에 가서 눈치를 챘는데, 어디서 웃어야 하는지 시무룩하게 바라보는 내 모습이 민망할 정도였다.
그래서 80년대작이고, 프랑스 영화여서 공감이 가지 않나보다..싶었는데, 97년작이란다. ;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보면서 놀랬던 것은 그 영화가 68년작이라는 부분이었다.
만약 그 영화가 21세기에 나왔다면, 터미네이터를 더 높히 쳐주어야했을테지만,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68년.
인간이 달에 발바닥을 찍기도 전.
무려 유인 우주선을 발사했을 뿐인 그 때에.
우주를 정확히 그려냈고, 더군다나 컴퓨터가 인간 위에 군림한다는 시나리오.
그 때문에 그 영화를 으뜸으로 쳤던 것이다.

허나 제5원소는 97년작.
전세계에 1가정 1PC였던 시대.
그 시대에 이 정도의 CG만 보여주다니..라는 생각과 위에서 쓴 것처럼 어디가 개그 포인트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혹시 서양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내가 포인트를 잡지 못해 개그 포인트를 놓쳤다면, 그건 본 영화에게 미안할 뿐이다. :(


5. 하지만, 미래를 그려낸 모습은 일품. 그리고 '밀라 요보비치'.
 이렇게 쓰고보니, 내가 비평가도 아니고, 악평만 줄줄이 한 것 같은데, 인상 깊은 장면도 꽤나 있었다.
미래 SF영화를 보면서 자동차가 날아다니는 영화는 줄곧 보아왔지만, 날아다니는 모양새는 모두 다르지 않았나싶다.
단순히 떠 다니는 건 예외로 치자면, 제5원소의 자동차 디자인은 일품이었다.
지금도 미래에 자동차가 실제로 날아다니면 길이 있을까? 라는 것이 굉장히 궁금한데, 제5원소를 보면 그럴싸하긴 하다.
날아다니면서 맥도널드에서 맥드라이브 서비스를 받는다라..
집밖에 나가지 않고, 포장마차를 베란다로 부른다라..
다만, 아쉬웠다면 제5원소에서 자동차 부분을 너무 짧게 그려주었다라는 것.
포스터에서 나온 자동차의 모습이 전부였다는 것.

그 외에는 그닥 감흥 있지 않았다.
누구 말마따라 공각기동대를 보고나면 다른 SF가 재미없어진다는데, 그런 것도 같고..
실제로 제5원소에서도 공각기동대에서 따낸 듯한 영상이 몇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리루역을 맡았던 '밀라 요보비치'.
난 배우 이름에는 약해서 얼굴을 많이 본 것 같은데..라고 생각해보니, 이 영화에 출연한 후, 상승하는 인기로 많은 작품들을 찍어낸 것 같다.
브루스 윌리스도 자연스러운 연기로 멋진 모습이었지만, 밀라 요보비치가 이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고생한 배우가 아닐까싶다.
그러면서도 당황하거나 자신감 없는 연기가 아니었고.
이름을 기억해보고 싶다.
밀라 요보비치.
(이름이 어렵지만.. (...) )


6.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지..
 제5원소를 보고, 멍하니 있다가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이리 실망을 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전문가들의 리뷰도 보고 싶어 네트를 돌아다녔다.
아래 댓글은 씨네21의 제5원소 네티즌 20자평에서 따온 것들.
물론 내 느낌과 공감가는 댓글들만 퍼왔고 그 아래에 내 코멘트를 붙여본다.

"도시를 날아다니니 재밌네"
: 그 부분은 으뜸. :)

"결국 우리에게 남은건 사랑이야??"
: 우리에겐 남은 것도 사랑이고, 필요한 것도 사랑.

"2시간동안 뭘봤는지 멍해지는 영화.."
: 나도 멍..
감독이 무얼 전달하고 싶었는지 알고 싶다.
그럼, 더 속 시원하지 않을까.
너무 깊어서 이해하지 못한걸까 아니면, 너무 얕아서 이해했는데, 아니라고 생각하는 걸까.

"차라리 좀 더 거대했다면 낫지 않았을까."
: 차라리 스케일이 컸다면..
그래, 그것도 더 나았을 것 같기는 하다.
우주를 그려놓고는 너무 오밀조밀하게 그린 것만 같다.
97년이면 CG 기술이 옛날보다 훨씬 대단했을 때이고, 스타워즈도 슬슬 신작이 나올 때였는데..

"기대만 키워놨던 뤽베송의 썰렁한 잔치"
"너무 어설퍼..."
: 기대와 썰렁.

"공각기동대를 먼저 본 탓에 김 확 샜다. 뤽 베송, 유치해!"
: 사실 공각기동대와 제5원소는 내용상 거리가 꽤나 있는 영화지만, 미래를 그렸다는 점과 제5원소의 감독 역시 공각기동대를 먼저 보고, 제5원소를 그렸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많은 생각이 드는.. (...)

"非골수 S/F 팬들을 위한 S/F"
: 오케이.

"어디서 본 듯한 설정의 연속이나 볼만한. 마지막은 너무해."
: 아, 마지막.


네이버나 다음 등의 유명 포털에서도 비슷한 반응들을 찾아냈으나 공감가는 내용들은 적었다.
위 댓글 중에서도 있듯이 심오한 SF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딱 알맞는 SF영화가 아닐까 싶다.
비골수SF팬들을 위한 SF영화.
정답.


*결론
 심오하거나 깊이 있는 SF를 아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제5원소는 좀 더 맛있게 그릴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든다.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다면, 그 부분에 조금 더 그릴 수도 있는 것이고, 미래를 그리고 싶으면 그 부분을 그리면 되는 것인데, 이도저도 안되다가 여기저기 가져온 것으로 코믹과 SF를 구겨넣은 듯한 모양새가 되어 아쉽다.
혹시 내가 영화를 보고 오해한 점이 있다면, 다음에 기회가 되어 제5원소를 다시 보게 되거든 그 때에 다른 부분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쉽다. 제5원소.


끝.



2008.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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