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따뚜이
감독 브래드 버드 (2007 / 미국)
출연 패튼 오스왈트, 루 로마노, 브라이언 데니, 브래드 가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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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따뚜이.

1. 요즘 같이 쥐 얘기를 많이 듣는 때가 있을까.
  요즘 저작권법(?)이 강화되어서 노코멘트. ;


2. 무언가 열정이 있는 자들은.. 멋지다.
 어쩌면, 고작 쥐 한마리.
하지만 '라따뚜이'에서 '쥐'라는 설정은 정말 탁월했다.
만약 다른 동물을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고양이? 개?

하수구에서 쓰레기나 주워먹어야 할 쥐가 위생의 극에 달하는 프랑스의 레스토랑의 주방에서 일을 한다는 설정.
멋지고, 멋졌다.

"사람들한텐 뭔가 특별한 게 있어요.
사람들은 그냥 사는 게 아니라 발견하고 창조해가며 살더라구요."

주인공 '래미'가 영화 초반부에 했던 대사.
이 대사.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
취미와 열정이 사라진 지금의 수많은 대한민국 20대들이 들었으면 더더욱이 좋겠다.
역시 나를 포함해서.
발견과 창조. 열정. 관심.

인간과 '로봇'이 확연히 구분될 수 있는건 바로 '창조'라는 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란 건 언젠간 로봇도 할 수 있게 되겠지만, 창조는 인간만의 전유물이 되길 바란다.
아니, 될 것이고.


3. 상상 속의 구스또와 얘기하는 래미.
 '구스또'는 이 영화의 주축이 되는 인물.
래미가 '요리'라는 것에 열정을 부울 수 있었던 것은 구스또의 '누구든지 요리를 할 수 있다'라는 말 때문이었다.
여기서 이 '누구든지'와 '할 수 있다'가 아마 이 영화의 주제가 아닐까.
그리고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누구든지'.
그 누구든지가 하필 쥐일 줄이야.
게다가 전혀 요리에 어울리지 않는 쥐라니.
픽사의 아이디어는 탁월했다.

어쨌든, 래미는 요리를 좋아하는 유일한 쥐로써 홀로 자신의 여정을 시작한다.
여정의 동반자는 바로 상상 속의 구스또.
그런 구스또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조언을 요구하기도 하기도 하지만, 결국 상상 속의 인물이어서 그것이 곧 래미의 생각이기도 했다.
래미는 우왕좌왕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성격이지만, 이 구스또와의 대화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간다.
그것이 곧 래미의 성격이었고, 결단이었다.

비록 래미가 혼잣말을 했는지도 모르고, 정신 분열증으로 인해 상상 속의 인물과 대화를 한지도.. (...)
여하튼, 그러던 말던 래미는 늘 탁월한 선택을 했다.
배고픔 속에서도 음식을 먹지 않고, 음식을 찾아다니다가 자신이 있는 곳이 '파리'임을 깨달았고, 구스또의 레스토랑을 찾아냈다.
아마 래미 속의 구스또가 아니었다면, 래미의 여정이 시작될 수 있었을까?


4. 부럽고 배우고픈 래미 이야기.
  래미가 자신과 가족 소개를 하며, 아버지와 자신이 문제를 보는 기준이 다르다는 얘기를 했을 때.
사실 아버지가 아니고, 래미를 제외한 모든 쥐라는 표현이 정확하겠지만, 여하튼 그 부분을 유쾌하게 설명하는 래미가 참 멋져 보였다.
홀로 외로울 수 있는 것을 유쾌하고 멋지게 그러면서 홀로 여정을 겪어나가는 래미에겐 본 받을 모습들이 많았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특이하다, 다르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못내 아쉬워하고 평범해졌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더랬다.
특히 또래 녀석들과 얘기를 하던 통에 가치관과 생각의 차이로 툭하면 생기는 마찰로 내 기준이 틀린 것인지 고민하는 때도 많았더랬다.
인터넷으로 겉 도는 것도 그러했고.
왜 그 때에 래미처럼 즐거운 경험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걸까.
또한 지금은 어떠한가.

아직, 나는 래미에게 배울 점이 많다 생각한다.


5. 인상적인 장면들.
 첫번째, 래미와 형 '에밀'이 번개를 맞아 털이 솟아있을 때.
그리고 그 뒤에 바람과 공기의 영향으로 살며시 휘날리는 털 모양을 보았을 때.
픽사의 섬세함을 느꼈다.

두번째, 래미가 링귀니의 집에서 맞은 첫 아침에 계란 후라이를 만들 때.
쥐의 직립보행을 저렇게 멋지게 표현하다니.

세번째, 래미와 콜렛의 키스 장면.
콜렛이 처음 등장할 때부터 상당히 이쁘게 그렸다라고 생각했지만, 키스 장면에선 감탄을 했다. :)

네번째, 이고의 평을 들을 때.
저런 글을 쓰고 싶었다.

그 밖에 모든 장면이 인상적이었지만, 이 쯤에서.



* 결론.
 라따뚜이 역시 애니메이션이 아닌 '영화'라 칭할만 하다.
시나리오, 주제, 구성.
모두 굉장했다.
'쥐'라는 소재 때문에 역하다는 사람도 있고, 특히 '쥐떼'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보기 싫었다고 하시는 분도 보았는데, 라따뚜이에서는 쥐 아니면.
특히, '래미'라는 쥐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는 만들어지기 어려웠을 거라 생각한다.
아니, 이 감상문 역시 만들어지지 못했을테지.

"애니원 캔 쿡."

라따뚜이에서 구스또가 외쳤던.
그리고 래미가 이를 몸소 실현했던.
그 대사.
그 주제.

어쩌면, 픽사는 이 말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애니원 캔 드림."

멋진 영화를 보여준 픽사에게 박수.


* 여담
: 라따뚜이에서 1초도 등장하지 않았던 강아지 그림자로 픽사의 차기작이 거론되고 있단다.
과연 강아지, 개라는 소재로 픽사는 어떤 영화를 우리에게 보여줄까?
(관련 링크: http://sogmi.com/1694 )


끝.


2008.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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