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팟 5.5세대_잠자기 기능.



아이팟 5.5세대를 구입하고 요 녀석을 친구 녀석에게 보여주었더랬다.
한참을 요리조리 보던 녀석이 어떻게 끄냐고 묻더라.


나: "그냥 냅두면 꺼져."

친구: "그래도 끄는 거."

나: "그냥 꺼지는데, 뭣하러 꺼. 그리고 그게 정상인거야. 그냥 냅두면 꺼지는 거. 왜 사람이 기계 꺼지는 걸 신경쓰니."

친구: "배터리가 있으니까 그렇지."

나: "정 그러면 재우시든가요."

친구: "재워?"

나: "메뉴 누르고 있음 잠자기 버튼 있어. 고거이 눌러."

친구: "엥? 잠자기? 풋."


이 녀석은 내가 기계를 자주 의인화시키다보니, 이번에도 그냥 농삼아서 얘기한 줄 알았나보더라.
진짜 아이팟에 잠자기 버튼이 있는 것을 보더니 잠시 멍해지길래 내가 한마디 더 했다.

"거봐. 진짜 자잖아."

그래.
우리는 굉장한 착각 속에서 구시대적 발상 속에 살고 있던 것이다.

우리는 늘 아무렇지도 않게 기계와 인간의 사이를 뚝 잘라 나누어 버리는 경향이 있다.
기계는 곧 인간이 만든 것인데, 이상하게도 기계와 어울리려는 것이 아니고, 기계와 인간 사이에 이상한 기류가 흐르는 듯 하면서 기계는 어려워. 기계와 인간은 달라라는 등의 벽을 쌓아두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물론 이는 지금까지 기계를 그렇게 만들고 그렇게 보이게 했던 세상 엔지니어들의 잘못 아닌 잘못이다.
기계는 인간과 어울릴 수 있는 물건이라는 것.
왜 연필은 친근해하면서 기계와는 장벽을 두는가.
연필은 그냥 들고 쓰면 되서?
기계도 그냥 들고 쓰면 되는거다.
단지 그 기계를 누가 만들었느냐의 차이일뿐.

보통 기기들은 인간이 접하는 것인데도 인간에게는 없는 '종료' 혹은 '전원'이라는 버튼이 존재한다.
그런데 가만.
그게 꼭 있어야 할까?
꼭 필요한 건가?
그냥 사용자는 음악을 듣기 위함인데, 전원 버튼이 꼭?
그렇지 않다는 거다.
하지만, 전원 버튼은 기계의 특성상, 밥을 먹이거나 호흡을 할 수 없는 기계의 특성상 필요하다.
그리고 인간에게도 전원 버튼은 필요하다.
그래서?
인간은 잠을 자지 않냐.
그러면 기계도 잠을 자게 하면 되지.
그래서 잠자기 기능.


내가 보기엔 이것이 정상이라고 본다.
왜 인간이 듣도보도 못한 전원이라는 단어를 알아야 하고, 종료라는 단어를 알아야 하나?
잠을 잔다라는 명쾌한 문장이 있는데.
잠이라는 명쾌한 단어가 있는데.


내 미라지(SPH-M4800)에는 전원 버튼이 세개다.
무려 세개.
하나는 휴대폰 상단에 위치하고 윈도우즈 모바일을 완전히 종료할 수 있는 전원 버튼.
다른 하나는 액정 하단에 위치하고 있는 빨간색의 종료버튼이고, 프로그램을 임시 종료할 수 있는 버튼. (PC 윈도우의 최소화 기능과 같다고 생각하면 됨.)
나머지 하나는 위의 기능과 약간의 차이가 있는 듯 없는 듯한 종료 버튼(이 역시 최소화라고 보는 것이 간단함.)

...

이게 뭔가.
왜 종료버튼이 세개씩이나 있어야 하고, 사용자는 무얼 눌러야하는지 고민해야하느냔 말이지.

내가 보기엔 이건 비정상 하고도 한참을 비정상이다.



그냥 아이팟 잠자기 기능을 보고 생각이 났다. :)


2008.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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