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뱅킹을 위해 우리은행에 접속했다.
어김없이 엑티브엑스의 업데이트가 실행되었고, 당연히 설치를 시작했다.
순간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 설치를 위해 USB를 재설치한다는 메세지가 등장했다.
처음 보는 메세지에 당혹스러웠으나 아니오를 누르면 인터넷 뱅킹을 할 수 없기에 예를 누른다.
그리고..

이 녀석은 진짜 USB 재설치를 하고 말았다.
덕분에 내 USB 장치들은 모두 재설치되었다.

USB 메모리.
프린터.
외장 하드 두개.
미라지.
아이팟 5.5세대.
울트라나브 키보드.
마우스.

덕분에 내 울트라나브와 마우스는 먹통이 되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결국 재부팅을 하고 말았다.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채 말이지.

재부팅 후에 속에서 올라오는 열을 억누르며 인터넷 뱅킹을 하고, 내 사랑스런 불여우를 켜서 이 블로그에 글을 적는다.
지금 외출을 위해 확인할 겨를이 없지만.
다녀 와서 프린터가 안된다거나 아이튠즈와 아이팟이 서로 연동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길 바란다.


차라리 몰랐다면 어땠을까.
차라리 엑티브엑스가 아니어도 인터넷 뱅킹이 전세계에서 대한민국을 제외하곤 모두 된다라는 사실을.
윈도우가 아닌 다른 운영체제도 해외에서는 많이 사용된다는 사실을.
해외에서는 아이폰과 같은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다른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지 않고도 인터넷 뱅킹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엑티브엑스는 마소에서도 꺼려하고 있는 기술이라는 사실을.
오로지 대한민국만, 자칭 IT강국의 대한민국만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차라리.
차라리 몰랐다면.
그래도 속이라도 편했을텐데.

하지만, 아쉬움 따위는 없다.
부지런히 내 주변 사람에게라도 이 말도 안되는 비표준화 정책에 글씨 하나라도 알고 잘못된 것임을 알도록 틈이 날 때마다 언급하는 수밖에.
이 초라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웹표준화 운동에 서명하고 주변 지인들에게 알리는 방법밖에 없다.

그래서 대한민국이 변할 날이 온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게이버의 웹 독점 체제로 수많은 중소기업, 벤처기업들이 떠내려 가는 것을 보았고.
수많은 블로거들과 네티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횡포당하고 있음을.

언젠가 바뀌겠지.
언젠간.


2008.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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