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블로그에서 댓글.



본 블로그를 혼자 끄적거리는 공간으로 사용중이지만, 예전의 블로그도 잊지 않고, 종종 들어가본다.
이전 블로그를 관리하지 않으면서도 계속 들어가보는 것은 그 곳에 여전히 많은 방문객(2009.03.16 817명 기록.)이 방문하고 있으며, 종종 달리는 댓글에 답을 달기 위해서이다.
또한, 적어도 나에게는 소중하고도 가치 있는 그 동안에 끄적거린 글들 덕분에 또 다른 내가 그 곳엔 존재하고, 나의 영혼이 작게나마 숨을 쉬고 있는 공간이다.

그럼, 왜 그 블로그에서 블로깅을 하지 않고, 이 공간을 만들었는가.
앞서 말했듯이 새로운 공간으로 와 새로운 마음 가짐으로 새로운 글들을 끄적거려 보고파졌다.
이전 블로그는 블로깅 첫 타의 블로그였기에 정체성이 모호한, 누구를 위한 글인지 나만의 글인지 알 수 없는 블로그 모양새였고, 나는 그것이 싫었다.
때문에 새로운 곳에서 확실하게 지극히 개인적인 블로그를 만들어 RSS 구독자가 몇명이건 북마크를 해둔 사람이 몇명이건 신경쓰지 않고 싶었다.
또한, 그 블로그에서 디자인과 스킨을 바꾸어 계속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 블로그의 디자인으로써의 분위기와 품위를 잃어가며, 이전 글들의 가치를 훼손하고 싶지 않았다.
여하튼, 그랬다.


오늘도 이전 블로그를 들어가보니, 새로운 댓글이 끄적거려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확인해보니, 이 무슨 모양새의 댓글인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혹시 전화번호로 자신의 자취를 남기고 싶었던 걸까 싶어 내 아웃룩으로 연락처를 조회해봤으나 마땅한 연락처가 없었고.
구글에서 검색하자니, 너무 정보가 부족하고.
그냥 삭제..

하려다가 바로 위의 댓글을 보았다.
본 글은 여행 일정보다도 길었던 내 자전거 여행기 글의 마지막 글인데, 누군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자취를 남기고 싶지 않았는지 익명 댓글을 남기고 도망갔다.
저런 모양새를 하고 댓글을 남기면, 나중에 누군지 알아도 전혀 고맙지 않다.
블로그의 생명이란 소통의 힘인데, 일방적 소통이라니.


헌데, 그러고 남긴 내 답변도 참 재밌다.


"이런 모양의 익명 댓글은 희망적이지 않습니다."


응. 희망적이지 않지.



2009.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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