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부러운 사람.


얼마 전, 문자 메시지 한통이 왔다.

"피아노학원 끊었다..
나중에 피아노에모든걸 전수해주마"


형은 여러여러 상황이 여차여차하게 되어.

여하튼, 결론적으로 피아노를 배우게 되었다.
인생에 있어 꼭 한번 해보고 죽겠다고 이전부터 말했더랬는데, 그 시점이 지금이 되었다.
그리고 주중에 2번씩 나가 레슨을 받고, 주중 아무 때나 나가서 연습이 가능하단다.

문자 메시지를 받고는 바로 전화를 걸어보니, 3만원짜리 중고 디지털 피아노를 건졌단다.
3만원짜리.

우리집엔 당시 백만원을 호가하던 피아노가 지금도 있는데 말이지.


여하튼, 형은 피아노를 시작했다.

비록, 음악엔 까막눈이어서.
어린 애들 배우는 책자로 도레미를 그리고 있다지만.
바이엘도 들어가지 못했지만.

지금 가장 부러운 이는 그런 피아노를 배우는 형이다.


내일 아침이 되거든, 오랜만에 피아노 앞에 앉아봐야겠다.
비록, 손이 굳어 명곡집에 있는 눈에 띄는 곡 뿐이 치지 못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내가 가장 해보고픈 것들 중 하나는 피아노였다.

어린 시절에 배울 땐, 그리 하고픈 것인지도 몰랐고.
단지, 엄마가 보내주는 태권도와 웅변 학원이 싫어서 선택했던 것 뿐인데.
결국, 나는 보통의 남자 녀석들과는 달리 지금에 와서도 무도 따위는 배우고 싶지도 않고.
손은 작고 아담하고, 거칠지 않고 부드럽다.
그닥 마음에 들진 않지만, 여하튼 내가 하고픈 건 피아노를 다시 배워보고픈 것.
차라리 이렇게 여려질 것 같았으면, 하기 싫었어도 태권도도 다녀보고, 검도도 다녀보고 그랬어야 했을 걸..


피아노.

그럼 다시 배워보지 그래?
..라고 말하면, 딱히 할 말도 없다.
내가 배우려면, 재즈 피아노 레벨로 가야할텐데.
학원비를 어찌 감당하는가 싶기도 하고.
무슨처럼 동호회가 있어 저렴하게 어울리면서 배울 수 있는 거리도 아니고..
(동호회 비슷한게 있긴 하던데, 홍대 거리 쪽에나 있더라. :( )

그래 뭐.
핑계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



2009.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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