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던 중에 지나가는 친구 녀석을 발견했다.
냉큼 전화해 맥주 한잔을 마셨더랬다.
한잔에 조금 센티해지는 것이 이상했지만,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그리고 나래에게 전화가 왔다.
그냥 왜 집에 안오느냐는 전화인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고, 프린터가 안된다나.


나래: 프린트가 안돼.

나: 왜 안돼. 오빠가 학교 가기 전에도 프린트 한번 하고 갔는데. 아빠 계시지? 프린터 E120으로 잡으라고 말씀드려. D530에 E120이라고.

나래: 아빠, D530이래.

나:  E120도.

나래: 그게 아니고, E120이래.

나: (-_ㅡ;;)

나래: 그래도 안된다시는데?

나: 근데, D530 아니, 랩탑.. 아니, 노트북은 켰어? (...)

나래: 응. 켰어. 근데, 안돼.

나: 그냥 안된다고 하면 어떻게 해. 설명을 해줘야지.

나래: 프린터 눌렀는데, 안돼.

나: 아빠 받으시라고 해.. (-_ㅡ*)

아빠: 그냥 E120으로 잡았는데도 안된다.

나: D530으로 묶여 있어요. 알아보기 쉽게 그리 했는데요.

아빠: 아니, 지금 노트북 앞이야.

나: 이나래. (-_ㅡ;;)


하지만, 여전히 해결하지 못했고, 나는 이상하다 싶으면서 바탕화면에 파일 빼놓으면 새벽에 해주겠다고 했다.

집에 돌아와보니, 프린터 앞의 내 화일들과 자료들이 엉망진창이 되어 있고, 내 랩탑은 슝슝하며, CPU 팬을 돌리고 있더랬다.
순간 기분 좀 안좋아져서 눈을 한번 지긋이 감았다가 떠서 감정을 억누르고, 정리를 했다.
나는 누구든지 멋대로 내 물건 만지는 건 싫어한단 말이다.

그리고 랩탑에는 나래의 글씨로 "오빠, 내일 아침에 할꺼니까 프린트하지마~"라고 적혀 있었다.
그래도 문제는 알아야하니까 프린트 시도.

위윙.

잘 되잖아. (-_ㅡ;;)



이렇게 독서실에서 타이핑하고 있는데, 나래 전화가 왔다.


나래: 오빠, 프린터 안돼?

나: 프린터 돼.. 지 않지. 오빠가 지금 랩탑 아니, 노트북 가져왔어.

나래: 그럼, 프린트 못해?

나: 노트북을 가져왔으니.. 음.. 되기는 하는데, 그걸.. 무슨 프린트인데?

나래: 오빠, 언제와? 늦게 와?

나: 오늘도 늦게 가려고 계획중야.

나래: 10시?

나: 아니, 더 늦게.

나래: 아휴, 안되는데.

나: 프린트 뭔데.

나래: 과외 숙제인데, 내일 아침까지 해야해서 10시 이전에 프린트 해야해.

나: 지금 집이야?

나래: 응.

나: 그럼, 프린트해보자. 조금 까다로와서 그렇지 할 수는 있어.

나래: 컴퓨터 켜?

나: 응. 컴퓨터 켜면, 앞에 까만 모니터 있는데, 그거 말고 오른쪽에 작은 모니터가 켜질꺼야. 안켜지면, 모니터 켜고. 모니터 켜는건 오른쪽 버튼 중 가장 상단에. 그리고 회색 삼성 마우스하고 키보드 있지?

나래: 응.

나: 그게 걔 컴퓨터 마우스하고 키보드야. 헷갈리지 말고. 켰어?

나래: 응.

나: 그럼, 까만 모니터 왼쪽 아래에 보면, USB들 모여 있지? 거기서 뒤에 있는 USB 포트들 중에 가장 왼쪽의 USB, 하얀 USB 케이블이 프린터야. 아마 메모로 오빠가 써두었을꺼야.

나래: 없는데?

나: 뒤에서 가장 왼쪽 하얀색 USB 봐봐.

나래: 음.. 아, 찾았다. 리막크 E120이라고 썼네.

나: 없다며. 하여튼, 그게 프린터인데, 컴퓨터랑 연결하기에는 매우 짧지?

나래: 응. 그럼 못하겠네.

나: 못하면 시작도 안했지. 왼쪽 두번째 서랍 열어서 USB 연장 케이블을 찾아. 없으면 가장 아래 서랍. 연장 케이블이란건 USB 꽂는 부분하고 똑같은 것이 반대편에 또 있으면 돼. 찾기 어렵지 않아.

나래: 어휴, 난 모르겠네.

나: 그럼, 프린트하지 말던가.

나래: 아냐. 이건 핸드폰이고, 이건 이어폰이고. 아, 옛날에 쓰던 까만색 USB 4개짜리 있다.

나: 그걸 찾으란 건 아니었는데.. 뭐, 여하튼 그럼 그걸로 해. 자, 이제 책상 밑으로 들어가.

나래: 책상 밑?

나: 응. 책상 밑 오른쪽에 그 컴퓨터가 있잖아. 지금 윙윙하고 돌고 있을거야. 거기 보면, 앞에 USB 구멍 2개 있지.

나래: 응.

나: 거기에 지금 까만색 USB를 꽂아. 꽂으면 4개의 파란색 불빛이 들어와.

나래: 하나에만 꽂아?

나: 응? 하나에 밖에 못 꽂아.;

나래: 아, 그러네. 응. 꽂았어.

나: 파란색 4개의 불빛이 들어왔니?

나래: 응.

나: 응. 그러면 아까 찾은 프린터 USB 케이블을 끌어와서 4개의 구멍 중에 아무 곳에나 꽂아.

나래: 아휴, 복잡하네. 선이 왜이리 많아. 잠깐 기다려. 꽂았어.

나: 그러면 이제 모니터 봐봐. 모니터에서 무슨 메시지 뜨지?

나래: 엑스표 뜬다.

나: ?????? 아니아니, 오른쪽 하단에 메시지 안 떠?

나래: 무슨?

나: 아냐. 그럼, 시작의 설정에서 제어판이 아니고! 제어판 밑에 보면, 프린터 및 팩스 보이지? 거기에 마우스 올려놓고 있어봐.

나래: 프린터 및 팩스 눌렀는데?

나: 누르지 말고 올리라니까.. 여하튼, 지금 어떻게 되어 있어?

나래: 프린터 추가. 리막크 E120. 아, 렉스마크.

나: 어. (피식) 근데, 그게 왜 뜨냐..

나래: 체크되어 있다.

나: ????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줘야 오빠가 알지. 오빠 뜬구름 잡는 거 싫어하는 거 알지.

나래: 프린터에 체크되어 있어.

나: 그러니까 프린터 어디.

나래: 어? 프린터에서 지도 나왔다.

나: ... 무슨 지도야.

나래: 아냐아냐. 갑자기 프린터에서 지도가 나왔어.

나: 지도를 인쇄했다고?

나래: 어, 그런 것 같네. 프린터하고 컴퓨터하고 연결되었나봐.

나: (지도를 인쇄했는데, 그게 연결하고 무슨 상관이야.) 여하튼, 프린터 어디에 체크되어 있어. 프린터 아이콘에 체크되어 있다는 거야?

나래: 응.

나: 그럼, 진작에 그렇게 말을 해줘야지. 여하튼, 그럼 된거야. 지금 전화 끊을거잖아? 프린트할 때, E120 선택되어 있나 잘 확인하고.

나래: 응응. 알았어. 오빠, 안녕.

나: 안녕? 아, 그리고 나머지는 그냥 그대로 냅둬. 컴퓨터는 끄고. 단, 끄는데, 그냥 끄지 말고 최대절전모드로 끄는 것 잊지 말고.

나래: 응~



통화시간 7분 40초.

그리고 조금 후에 다시 전화.


나래: 오빠, 프린트가 안돼.

나: 그냥 안된다고 하지 말고, 설명을 해줘야 알지.

나래: 프린트 눌렀더니, 안돼.

나: (-_ㅡ;;)

나래: 아, 그러니까 인터넷에서 바로 인쇄하면 되는데, 열기하면 안돼. 어!?

나: ..??

나래: 프린트된다.

나: ...

나래: 아, 그러니까 한글2002에서 내가 양면으로 프린트할라구 홀수로 인쇄 누르면 안되고, 전체로 하면 인쇄가 돼. 근데, 지금 홀수로 했는데, 된다?

나: ..??
   (된다는거야 안된다는거야.)

나래: 음.. 어쨌든, 돼. 아, 그리고 한글2002에는 홀수로 인쇄하는게 아예 없어.

나: ...
   (좀 전에 홀수로 인쇄 눌렀다면서..)

나래: 어쨌든 되네.

나: 그러니까 요약하면, 홀수로 인쇄하면 프린트가 잘 안된다는 것이고, 전체로 하면 잘 된다는거지?

나래: 응.

나: 그래. 오빠도 전체로 프린트하는건 해봤는데, 홀수는 테스트해보지 못했네. 나중에 확인해볼게.

나래: 응. 오빠, 안녕.

나: 안녕.




내가 문젠가..


2009.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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