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신규가입으로 신청하면서 청구서가 집으로 오는 불편함을 막기 위해, 이메일 청구서를 신청했다.
이메일 청구서는 어떤 모습일까라며 궁금하기도 하고, 설레이기도 하고.
속으론 깔끔한 청구서의 모습도 상상하며..


11월 20일에 개통하여 11월달 분 청구서가 날라왔다.
기대하며, 연 이메일 청구서는 보여야 하는 청구서는 보이질 않고, 광고 문구 한뭉텅이와 암호화 플러그인 다운로드, 인쇄 플러그인 다운로드라는 버튼과 이메일 청구서가 안보일 경우 해결방법 등 이상한 버튼들만 잔뜩 있었다.

아..
엑티브X인가..


깔끔할거란 설레임에 더 지쳐서였을까.
난 요금 확인도 해보지 않은채 그냥 쥐메일 창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멍..

이런 것이 한두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늘 이러면서도 참 답답하고 아쉽다.

그러던 것을 오늘 다시 쥐메일을 익스플로러에서 열어재치고는 다시 확인을 해보았다.
그런데, 익스플로러에서조차 보이질 않아.
...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암호화 플러그인과 인쇄 플러그인을 우선 설치했다.
그런데..
여전히 보이질 않아! /버럭/


이메일 청구서가 보이지 않을 경우 해결방법이란 링크를 눌러 살펴보니, 이메일 청구서 도움말이 나타났고, 그 중 5번째, '리눅스,매킨토시,유닉스를 사용하고 있어요!' 링크가 눈에 띄었다.


KTF의 e-Mail 청구서 도움말 캡쳐.



혹시 방법이 있을까 싶어 클릭해보니, 보안이 아닌 일반으로 이메일을 받는 방법이 있었다.
진작에 이렇게 보내주지 무슨 보안이라니라면서 바꾸려는데..

쇼 웹사이트 로그인 2번 실패 후, 바꾸는 페이지도 그냥 페이지가 아닌 플래시 완전 도배 페이지로 이건 국내 금융 웹사이트들보다도 심할 정도였다.
플래시로 도배되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사이트 로딩은 느렸고.
덕분에 나는 그 별 것도 아닌 설정을 바꾸는데, 엄청난 시간을 소비해야했다.
게다가 12월분 청구서를 다시 신청해야 일반으로 볼 수 있으므로 재신청을 하는 데에 또 시간 허비.
결국엔 불여우로 보는 데에 성공했지만, 찝찝하기만 하다.




왜 이렇게 어렵게 만드는걸까.
플래시가 아니어도 훌륭하게 만들수 있는데.
아니, 이런건 훌륭한 디자인 따윈 필요없고, 그냥 클릭, 클릭으로 끝내고 싶은데.
일관적이고, 단도직입적인 디자인으로 꾸밀 순 없는걸까?
아니, 많은 걸 바라지도 않고, 텍스트 지향 웹디자인으로 갈 수는 없는걸까?
도대체 언제쯤.

웹사이트 디자이너들이나 기획자들은 이것이 과연 정말 편리하다고 생각하거나 멋있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디자인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당장 PC를 좀 다루는 나조차도 이렇게 버벅대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오죽하려고.

디지털의 힘은 아날로그에서 하지 못하거나 불편했던 것을 보다 편리하고 쉽게 한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는 것인데, 국내 웹사이트나 윈도우즈용 프로그램들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것만 같아서 참 답답하다.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나처럼 요금 청구서가 보이지 않아 쓸떼없는 시간을 허비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테지.
플래시 도배로 KTF 쇼 웹사이트에서 헤매이고 있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농협과 우리은행 웹사이트에서 로그인은 어떻게 하는지 간단할 수 있는걸 어렵게 만든 그것때문에 헤매이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과거의 이 순간에도, 내일 이 순간에도, 내일 모레 이 순간에도 그런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 시간 하나하나 합하면, 현재 국내 웹사이트의 방식이나 디자인이 얼마나 큰 문제를 안고 있는지 눈에 보인다.


한 숨만 나올 뿐.



2008.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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