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구입했던 새로텍 외장하드를 팔기 위해 다나와 장터에 올려두었더랬다.
위즈플랫 말고 회색빛 외장하드.

전화와 문자를 주고 받으면서 아저씨로 보이시는 분인데, 인터넷 거래에 굉장히 미숙하신 것 같았다.
당연히 신뢰를 잘 하지 못하시는 것 같았고.

여하튼, 이러이러해서 거래를 하기로 예약했는데, 계좌번호를 불러줬더니, 입금은 커녕 예약 취소한다는 문자를 땡그러니 보내셔서 역시나 그렇구나 하고 다른 일을 하고 있었는데, 30분 후 전화가 왔다.
그러고선 하는 말이 내 이름이 더치트(사기피해사이트)에 올라와 있어서 동명이인이겠지만, 불안하다나 뭐라나.

놀란 건 내 쪽이었다.
네트에 몸을 담그면서 중고거래만 아마 수 십여건 이상했더랬을텐데, 그 중 좋았으면 좋았지, 더치트에 올라갈 턱이 없으니.

여하튼, 그러면서 선택배후입금이라는 판매자가 당황할만한 카드를 내걸길래 세이프유라는 중간거래 사이트를 이용하자고 제시했고, 그 쪽에서 조금 후에 다시 전화를 하겠노라고 했다.
난 바로 더치트에 검색했는데..
뭐, 이름이 있기는 했다.
헌데 내 이름이 흔한 이름인지라 당연히 동명이인이었고, 내 계좌번호는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조금 후에 문자로 아이디를 알려주어서 중간거래 입금을 마친 상태이고, 나는 내일 우체국 택배로 보내주겠다고 약속.
오늘은 시간이 모자라서 안된다고 했더니, 대뜸 우체국이 6시까지 하지 않냐라는 근거 없는 얘기를.. (...)


그런데, 세이프유가 언제 수수료 1500원이 되었는지 다른 중간거래 사이트는 없는지 시코에 들어가 검색을 하다가 사기 사례들을 발견했다.

시코 - 사기 당한 것 같습니다................(치밀한......-_-)
: 본문 중.
 "오늘 택배받았는데
안에 카푸치노 3600원짜리가 있네요
"

...

더치트 - 위와 같은 사람으로 보이는 사기 피해
: 본문 중.
"물건받아보니 생강차 한통 들어있내요.."

...

시코 - 중고거래 하는데 입금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합니다.
: 댓글 중.
"저같은 경우는 그냥 쿨(?)하게 물품사진에 판매자분 성함 적힌 종이 확인하고 무통장입금합니다... 그냥 간편하고 좋네요... 지금까지 사기당한적은 없구요. "

"돈날리고 후회말자"


시코 - 장터거래후기...주저리 잡담입니다.
: 댓글 중.
"저도 판매시엔 안전거래안하고
물론 구매시에도 안전거래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판매자가 먼저 해준다고 하지 않는 이상에야

물론 선입금 거래시엔 그만큼 확실하게 인증샷을 요구하죠
예를 들면 기기뒷면에 흰종이에 제 전번 뒷번호를 적어서 같이
올린다든지 해서욤
"

"정말 거래하다보면 문자한통에 대충 그사람의 나이와 인격이 보이더라구요.."


...



나도 중고거래 수십번해보았지만, 안전거래는 잘 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뭐, 운이 좋았던 것인지는 몰라도 판매자의 목소리를 들으면 대충 감이 오는 정도는 있다.
물론 당연히 나도 사기 당할 뻔한 적이야 있는 것이고.

예를 들어, 내가 구매자일 때, 안전거래를 하자고 제안할 때 흔쾌이 오케이 사인을 날리면 나는 알겠다고 하고 수수료 귀찮으니 그냥 거래하자고 다시 제시하는 편.
이 때, 망설이는 흔적이 있으면 의심부터 하고, 하나하나 상세히 물어보는 편.

안전거래가 확실한 방법이긴 한데, 판매자나 구매자 모두 귀찮은 방법이기에 나는 잘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만약 큰 건이 있으면 몰라도 어차피 내가 거래한 최대 금액이래봐야 20만원 정도 뿐이어서 10만원 안쪽이면 상황 봐가면서 조절하는 편이다.
게다가 음반 같은 돈 만원짜리를 안전거래하자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건 좀 답답하는 경우도 있다.
찜찜하면 안사면 그만이고.


사기 피해사례들을 찾아보려다가 인증샷 방법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사진이야 요구하는 편이지만, 그냥 이메일로 받고 고개 끄덕거리고 마는 편인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사진이 그 사람이 찍었다는 보장이 어디가 있나 그래.

그리고 마지막 링크에서 댓글 부분에 문자 한통에 대충 그 사람의 나이와 인격이라는데, 절대 공감한다.
판매자도 여러번, 구매자도 여러번 해보았지만, 할 때마다 많은 생각이 든다.
뭐, 나의 경우에도 문제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문자와 전화를 병행해서 확인 재차 확인하는 편이고, 그래서 상대방이 귀찮아하는 경우까지 있었고, 또 너무 세심하게 다가가서 여자인줄 알았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


중고거래는 새제품을 구입하기 전에 돈을 절약하려는 의도에서 많이 하게 된다.
단연 전자 제품 뿐만 아니라 자전거 여행을 하기 전에 물품들도 대부분 중고로 구입했고, 새것을 구입하는 것보다 거진 절반 가까이 저렴하게 구입했고, 때문에 부담도 없었다.

동시에 중고거래를 몇번 하다보니, 사람 만나는 재미가 또 쏠쏠했다.
처음에 중고거래를 할 때가 생각난다.
시디피 거래였는데, 내가 정말 구입하고픈 시디피를 찾고 찾다가 무려 1년 전 글을 찾아서 연락했더니, 그걸 어떻게 알았냐면서 어쨌든 올렸던 글이니 판매하겠다고 하셨더랬다.
처음 거래여서 택배가 뭔지도 모르던 시절이라 무턱대고 서울 올림픽 공원까지 직거래를 하러 갔는데, 판매자분께서 자기는 이제 시디피 생활을 하지 않는다면서 시디피 5개를 몽땅 주셨더랬다.
뭐, 그 중 제대로 된 것은 2개뿐이었지만, 그래도 덕분에 시디피 5개를 번갈아가면서 소리도 들어보고, 나중에 되팔아서 돈도 벌고.. (...)
뭐, 그랬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중고거래는 직거래가 제 맛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내 나이 또래에서는 하기 힘든 기기 얘기를 중고거래하는 잠깐이라도 하는 것이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정말 달콤했더랬다.

또 중고거래는 판매자가 사용하던 것이어서 애정이 있는 제품이면 이런저런 조언이나 충고도 들을 수 있었다.
이 시디피는 어떤 이어폰이랑 매칭이 잘 되고, 언제 생산되었고 중얼중얼..
뭐, 잠깐 만나는 거지만, 서로 갖고 있는 기기들을 바꾸어 들어보는 재미도 정말 그럴싸하다.
내 D-E01 이라는 유명한 시디피를 가져본 적은 없지만, 중고거래 할 때에 20분 정도를 들으면서 그 매력을 알았던 적이 있었고, 때문에 E990이라는 비슷한 소리를 내어주는 시디피를 장터에서 구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이야 열정이 살짝 식어서 나가기도 구찮고, 그냥 택배거래해야지 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그래도 추억은 제법 있는 편이어서 재미가 난다.
아, 이 기기는 이랬었지..라는 둥.

앞으로도 내가 직업을 갖게 되어 일정 이상의 월급을 타더라도 아마 중고거래는 꾸준히 할 것만 같다.
새 제품은 새 제품 나름대로.
중고는 중고 그 나름대로의 매력 때문에.

세상이 흉흉해서 늘 조심해야 하지만, 그 나름대로 쓸떼없이 쌓아온 장터 경력으로 무서울 건 없다. :)


2008.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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