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았다가 아니고, 보았나이다.
나도 잘은 모르겠어서.


마음이 뻥 뚫려버린 것 같은 공허함을 느꼈다.
이전과는 다른 그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

외로움?

아니, 그건 외로움이라 아닌걸.

여하튼, 공허함.


가슴이 뻥 뚫린 것을 메울 수는 없지만, 메운 것처럼은 할 수 있다.
그것은 음악.


버스에 올라 퀸의 음악을 듣기로 했다.
어떤 음반이 좋을까.

아이팟이 생기고 나서 생긴 버릇은 어떤 아티스트를 들을지, 어떤 음반을 들을지, 어떤 곡을 들을지 그냥 휠을 돌려가며 한참을 바라보는 것.
이전에는 머리 속에 곡이 싹 하고 떠오르면, 오히려 애삼천이의 로딩을 기다리며, 마음의 준비를 하곤 했는데, 이제는 아이팟이 나보다도 빨라 나를 두리번거리게 만든다.

퀸에서 어떤 음반을 들을까.
퀸의 음반은 너무나도 많다.
과연 이 중에 내가 정당하게 들을 수 있는 음반은 무어가 있을까.

그래.
Greatest Hits3가 좋겠다.
고등학교 시절에 기기를 사기 위해 갖고 있던 플래티넘 음반을 팔면서 나에게 그레이티스트 히츠3는 사라져 버렸다.
고작 몇 천원 때문에 그 땐 아둥바둥이었다.
다만, 동시에 기회가 되어 히츠1과 2는 손에 쥐었지만, 3는 그 해 안에 산다고 마음 먹기만 하고, 4년이 흘러버린 지금도 내 손에는 있지 않다.
다만, 네트에서 주워온 디지털 파일들만 있을 뿐.

3번 트랙, 'Too Much Love Kill You'을 잡았다.
투 머취 러브 킬 유.

그리고, 아이팟의 휠을 잔뜩 돌려 볼륨을 최대로 맞췄다.
오랜만에 듣는 퀴의 향연이 아닐까.

하지만, 공허함은 지속되어서 미라지로 네트를 돌아댕겼다.
실컷 웹서핑을 하다 오고선 버스에서도 네트질이라니 나도 좀 어색했지만, 그게 나았다.

댓글도 달고 하다가 아이팟의 볼륨을 내렸다.
아이팟의 출력은 그리 크지 않은데, 음색이 중고음 성향이어서 귀만 따가울 뿐이다.
애삼천이는 이럴 때에 중후한 중저음의 음색으로 나를 반겨주곤 했는데..
잠시 애삼천이를 그리워했다.
다시 돌아가는 건 어때.


오늘의 명곡은 8번 트랙, 'Las Palabras De Amor' 이다.
솔직히 이 노래 가사 모른다.


버스에서 내려 길을 걸으며, 지그시 눈을 감고, 들었다.
차디찬 바람이 살짝 내려오고, 기타 소리와 함께.
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드럼 소리와 함께 꿈에서 깨어나 방향을 튼다.
음악은 이런 것.
그리고 가사는 이럴 것.
이 사람의 하고픈 얘기는 과연 그것일 것.

오히려 퀸의 소리가 영어여서.
게다가 영국식 영어에 그들만의 은어까지 끼어 알 수 없는 영어여서.
오히려 나는 매력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포스팅 끝.




2009.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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