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하늘공원을 다녀왔다.

하늘공원을 간 것은 첫번째, 그 동안의 어렴풋한 생각을 정리해보기 위함이었고.
두번째는 사진에 대한 열정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세번째는 노코멘트.


위 이유들 중, 두번째, 사진에 대한 열정을 정말 확인해보고 싶었다.
사진의 매력을 알았던 것은 고2 시절로 올라가서 07년도에까지였는데.
처음에는 큰 욕심을 내면서 나중에 필히 DSLR을 사겠다고 마음 먹었으나.
어차피 누구 보여주려는 사진도 아니고, 아마추어 사진가조차 될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은 계속해서 잘 찍고팠고, 뭐가 이렇게 나를 움직이게 하는가에 대해 고민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내가 만족해하는 사진을 찍자는 것으로 결론지어였다.
그래서 그 때 이후로 큰 욕심은 내지 않고, 이 구도는 어떨까, 저 구도는 어떨까..라며, 구도 흉내만 내면서 이 사진 괜찮다..라는 생각이 들면, 거기서 멈추었다.


고3 말 무렵에 갖고 있던 시디피들을 팔고, 꾸역꾸역 모으고 모아서 중고 W1을 구입했고, 그렇게 구입한 녀석은 08년도 1월달에 자전거 여행을 하다가 배터리 주입구의 고리가 부숴지면서 쓰기에는 좀 난해하게 되었다.
뭐, 배터리 주입구를 테이프로 막고 쓰면 되는데, 08년도에는 사진 찍을 일도 그닥 있지 않았기 때문에 디카의 필요성에 둔감했더랬다.

고등학교 시절에 W1을 들고 요리조리 조리개의 변화에 따른 결과물 등의 사진 지식을 알아가면서 욕심만 많아서는 이것저것 들추어봤던 기억이 난다.
W1은 고작 똑딱이에서의 한계가 있어 그렇지 못했는데, 이 속에서 해보겠다고 그리 난리였던게다.
그래도 사진에 대한 열정은 그 때가 최고이지 않았나 싶다.
나중에 어머니께 사진 책이 들통나 크게 꾸중을 받았더랬지만, 야자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W1을 꺼내어 요령껏 찍어보았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다만, 밤중에 뭐가 찍히려다만은 여하튼 그 속에서 그래도 뭔가 해보려고 발버둥을 쳤던게다.
때문에 지금도 생각나는 것은 가방에 맨날 W1을 넣고 다니자 반친구 녀석들이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왜 디카를 맨날 갖고 다니느냐..찍지도 않으면서..내가 애들 찍는다..등등.
난 인물 사진은 그닥 좋아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러하다.

가방에 W1이 항상 들어 있었던 건 07년도에도 그러했다.
몸에 맞지 않는 큰 옆가방에 다른 들어있는 것들도 많았지만, W1도 그 중 하나였더랬다.
핑계는 당시 갖고 다니던 휴대폰인 레이져가 택도 안되는 100만화소를 갖고 있어 그 대안으로 W1을 챙겼던 것이었는데, 하나하나 모두 기록하고픈 마음에서이기도 했다.


여담이 길다.
여하튼, 그런 과정 속에서 W1이 큰 한계를 갖고 있었지만, 그 녀석만의 독특한 색감과 DSLR로 가거든 잘 찍어야만 한다는 생각 속에서 그럭저럭 되는대로 사진 연습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한계는 분명해서 아쉬운 적도 많았고.


그리고 드디어 나는 마음만 먹으면 들고 갈 수 있는 DSLR이 생겨버렸다.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DSLR.
비록 아버지의 것이긴 하지만, 언제든 손에 쥘 수 있게 되기는 했으니까.
사실 지금은 DSLR보다 LX3와 같은 그립이 없는 고급형 하이엔드를 바라고 있지만, 여하튼.
기기 자체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게 되지 않았나.

그러나 막상 DSLR이 손에 오니, 큰 감흥이 있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당장에 달려가 사진을 찍었을텐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
마음 먹고 출사를 나가지 않아서 일꺼라 생각하고, 하늘공원에 의심 반, 믿음 반으로 다녀온 것이었는데.

역시나 옛날에 W1을 들던 그 맛이 아니었다.
W1으로 힘겹게 촬영하던 때를 떠올리며, 같은 장소에서 같은 구도의 사진을 찍어보려 했지만, 셔터를 연속으로 누르자 W1으로 찍기 어려웠던 사진들이 손쉽게 찍을 수 있었다.
본문 상단의 사진은 바로 2년 전에 같은 곳에서 찍었던 사진이었다.

http://blackturtle.tistory.com/711150

새가 날아가는 사진도 W1으론 셔터 속도조차 나오지 않던 것이었는데, 데세랄로는 손으로 따라가면서 셔터를 연속으로 눌러도 손떨림 방지 기능까지 있어 전혀 떨리지 않았고, 연속으로 셔터를 누르면서 심지어(당연히) 광학줌도 가능했다.
굳이 A모드, S모드를 사용해가며, 찍을 필요조차 없었다.
W1에서는 제한적인 M모드를 겨우 사용해가며, 찍었던 것인데..

허무함이 들었다.
뿌듯함 혹은 즐거움이 들 것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는 W1이 그리워졌다.
손때 묻은 그 녀석이 그리워진게지.
왜일까.

그 녀석은 38mm로 광각은 택도 없고, 망원도 고작해봐야 광학 3배줌 뿐인데다가 결정적으로 A모드, S모드를 전혀 지원하지 않고 있고..
더군다나 수전증 비슷하게 손을 떠는 나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손떨림 방지 기능조차 탑재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고 최신 똑딱이들처럼 얇지도 않고, 두껍고 투박하고.
그 녀석의 장점이라면, 빠른 셧투셧 속도인데, 그것도 최근 똑딱이들은 모두 갖고 있는, 심지어 소니 말고 다른 제조사들도 따라오는 속도인데.
근데도 그 녀석이 그리웠다.




아이팟.
뒤늦게 아이팟 5.5세대를 구입해 요로코롬 들고 잘도 듣고 있지만, 지금에 들어 아쉬울 때가 많다.
벗어났다고는 해도, 음악은 내 삶의 중심축 역할을 하며, 빠져서는 절대 안될 것들 중 하나인데.
때문에 실외에서 음악에 빠져, 음악을 타고 있다가 보면, 아이팟이 아쉬운 경우가 많다.

여기서 쿵! 하고 울려줘야하는데..
이 쯤에서 프레디의 목소리를 올려줘야지..
이건 오페라 같이 퍼지는 소리인데..

..라면서 갑자기 A3000이 그리울 때가 있다.
이 녀석이었으면, 내가 생각지도 못한 소리를 내줘서 아쉽기는 커녕 놀라고 있을텐데..라면서.
그 녀석은 매번 같은 음악을 들을 때에도 생각지도 못했던 소리.
혹은 내가 잡지 못했던 소리를 내어주어서 눈이 휘둥그레질 때도 많았고, 덕분에 같은 음악을 새롭게 바라보는 때도 많았다.

비록 그 녀석도 W1과 같이 기기 상의 스펙은 아이팟을 절대 따라가지 못한다.
내가 아이팟의 최신형도 아니고, 무려 5.5세대임에도 불구하고, 빈약한 스펙은 참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초기 로딩은 30초가 넘게 걸리고, 음악 목록 로딩은 말할 것도 없으며, 컬러도 아닌데다가 단색 OLED 디스플레이를 지녔으면서 가사 지원도 안되며, 더군다나 아이팟보다 무겁고, 관리가 까다롭다.
근데도 이 녀석이 그리웠다.

재미있게도 A3000을 들을 적에는 HD3가 그리운 적도 있었고, D777을 들고 다니던 시절이 그리운 적도 있었더랬다.
물론 그 때는 그냥 그런 때도 있었지..라는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조금 다른 느낌이긴 하다.
여하튼, 이제와서 A3000이 그립다니,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미라지.

잘 쓰던 레이저를 구석에 넣고, 미라지를 구입한 지가 두달 쯤 되어가는 듯 하다.
지금도 블랙잭이 나왔을 때, 그렇게 설레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다만, MMS가 되지 않고, 터치가 되지 않는다는 말에 그 후속 제품을 기다렸고, 미라지 출시 소식에 드디어 때가 왔다며 설레여했다.
뭐, 아이폰이 한국에 출시되었다면, 어땠을지는 잘 모르겠다.
단지 미라지는 쿼티 키패드와 모바일 웹서핑에 기대를 했을 뿐이었다.

헌데, 레이저가 그립지는 않다만..
다이어리로 종이에 끄적거리는 때가 그립기도 하다.
비록 깔끔하거나 예쁘게 포장한 것은 아니었지만, 캘린더 부분을 펴서 약속을 확인하고, 가계부를 적고 하는 기억들이 새록새록하다.
서점에 가서 책 제목을 적거나 메모를 할 때에도 지금은 미라지를 펴서 사진을 찍거나 쿼티로 순식간에 메모를 하면서도.
그 찢어질 듯 말듯한 종이 메모지를 꺼내 펜으로 꾸역꾸역 메모를 했던 것이 그리워지기도 하다.

모바일 인터넷에 큰 환상을 품고 있던 나는 윈도우즈 모바일에서의 한계를 느끼고는 이것에 월 만원이나 투자할 가치가 있나 싶기도 하다.
길거리에서 지도를 보고, GPS로 자기 위치를 확인하고..
버스에서 네트를 돌아다니며, 글들을 살펴보고..
꿈만 같은 삶을 지금은 느끼고 있는데, GPS는 택도 없이 말을 거의 듣지 않고, 네트를 돌아다니면서 글들을 살펴보자니, PC의 모니터로 확인할 때보다 더욱 머리에 와닿지 않는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데, 내가 너무 큰 기대를 했었던건가 싶기도 하지만, 여하튼 지금은 그렇다.
아이폰은 가능할 지 모르겠지만, 현재까지는 내가 바라던 모바일 웹서핑의 길이 아직은 오지 않은 듯 싶다.

웃긴 얘기지만, 사실 나는 최근 들어 미라지를 되팔고, 예전의 생활로 돌아갈까 싶기도 하다.
아니면, 쿼티의 매력은 지금도 여전하니, 블랙잭으로 돌아갈까 싶기도 하고.



잘은 모르겠지만, 배고픔 속에서 느꼈던 것들이 추억으로 남는 것이긴 한가보다.
일본 한정 판매품인데다 출시 1년이 훨씬 지난 NW-A3000을 사기 위해, 그렇게 발버둥을 쳤던 기억과 그 박스를 뜯었던 기억들.
돈이 없으니, 새것은 사지 못하고, 중고 중에서 색감은 마음에 들었으니, 다른 건 보이지 않다가 운 좋게 좋은 중고품을 건졌던 W1.
게다가 내 모교, 갈산중에서 거래하면서 또 다른 추억거리가 떠올랐던 기억.

그러고보니, W1은 당시 자전거도 모르던 시절이었는데, 문득 자전거를 타고파서 갈산중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 판매자를 만났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는 3년이 지나 자전거 여행을 가서 깨먹어버렸고..

지금은 형에게 빌려주었는데, 당장에 가져와서 셔터를 눌러봐야겠다.

W1이 그리워지는 날인가보다.



2009.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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