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널고 그냥 별 생각 없이 개다가 이 캐릭터는 이름이 뭘까 싶어 펼쳐보니.

승리?

승리를 하겠다는 의지의 양말인가?

..라고 2초 정도 생각했다가 위를 보니, 빅뱅이라고 써있는 것이 아닌가.


아.
가수의 빅뱅 이야기였군.
(의지의 양말 따윈 애초에 있지도 않았어. (...) )




안방 PC를 이용해 웹서핑을 하던 나래가 어느 블로그의 배경음악이 자동으로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서 짜증을 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노래가 빅뱅의 노래였다.


나래: 아, 또 빅뱅이야.


나는 신세대 가수인 빅뱅에 난색을 표하는 나래의 모습이 신기해 되물었다.


나: 왜? 빅뱅 좋지 않아?

나래: 응.

나: 왜?

나래: 하도 많이 들어서 지겹고, 유치해.

나: 오, 의외네. 사실은 오빠도 빅뱅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데, 나래의 생각과 유사해. 가사가 꽤 유치하고, 지겨운 레퍼토리를 지니고 있지.

나래: 응. 빅뱅이 왜 유명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나는 이해가 안돼.

나: 음. 그건 사람들의 취향 차이니까 이해는 해야지. 단, 비판할 점은 비판해야 마땅한 것이고. 다른 사람들을 내가 이해하지 못하면, 나조차도 비판하면서 내 의견을 어필할 자격이 없는거야.

나래: 여하튼, 나는 이해가 안돼. 그만 좀 나왔으면 좋겠어.


그리고 몇 주가 지난 후, 안방PC의 바탕화면이 빅뱅 사진으로 바뀌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나래는 빅뱅이 만든 자서전(?) 주문을 나한테 부탁했다.


나: 음.. 난 조금 이상하다.

나래: 응?

나: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래는 빅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도 못하겠다고 했었는데, 지금은 책까지 구입하려고 하네? 그리고 안방PC의 바탕화면은 빅뱅 사진으로 되어 있더군.

나래: 아.. 응..

나: 해명해야하지 않을까?

나래: 음.. 듣다보니, 나도 좋더라구. ;


그리고 나래는 주문한 책과 같이 온 브로마이드를 방 벽에 붙여두었고, 베스킨 라빈스 웹사이트에서 이벤트에 당첨되어 얻은 브로마이드도 같이 벽에 붙여 두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이면, 학교나 과외에서 다녀와 꽃남을 보던 때처럼 가방도 내려놓지 않고는 TV를 틀어 빅뱅이 나오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브로드앤TV로 뮤직뱅크와 같은 빅뱅이 등장하는 대중음악 TV프로그램을 모조리 시청했다. ;
그 외, 대성이 출연하는 예능 TV 프로그램도 모두는 아니더라도 대체로 챙겨보았고, 본인의 mp3p에는 빅뱅의 노래들이 가득했다.


나: (음악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나래에게) 빅뱅의 팬이 되었군.

나래: 아마도. (키득키득)

나: 지금은 사람들을 이해하겠네.

나래: 응. 이제는.

나: 그럼, 빅뱅의 매력 포인트는 뭐라고 생각해?

나래: 음.... 개성.

나: 그룹 자체의 개성인지 아니면, 그룹 내의 팀원들 각자의 개성인지?

나래: 팀원들 각자의 개성.

나: 오.. 대단하군.


나래가 머리가 커져서 이제 이유를 물어보면, 대체로 대답하는 편이다.
난 이유를 물어보고, 토론 형식의 대화 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하지만, 더 물어봤다가는 TV 보는데 방해한다고 소리 칠까봐 저기서 그만 두었다.


나: (빅뱅 책을 보고 있는 나래에게) 조금 있음, 음반도 사겠네?

나래: 그건 조금 생각해보고.

나: 혹시 가격때문에?

나래: 아무래도.

나: 하지만, 사고는 싶지? 아마, 그럴 때인 것 같은데. 보통의 가수 팬이 되고 있다면 말야.

나래: 응. 물론이지. ㅋㅋ

나: 하지만, 음악을 공짜로 듣는 데에 죄책감 따위는 없나? 아무래도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인데.

나래: 응. 없어.

나: 음.. 그럼,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을 사고 싶은 마음만 있는 것이로군. 브로마이드를 벽에 붙여두는 것처럼. 그럼, 혹시 오빠가 음반 사는 것이 이제는 조금은 이해가 가나?

나래: 응. ㅋ

나: 오케이.



내가 음반 사는 것에 대해 수년이 지나도록 이해 못하고 있는 나래이기에 조심스레 물어봤더랬는데, 그렇단다.
여전히 나의 가족들은 나만의 음반 구입 취미를 이해하지 못하거든.


어쨌든.

사실, 나도 빅뱅을 좋아한다.

가수 빅뱅이 아니고, 미드 빅뱅이론을.



2009.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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