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을 뻔 했다.

누군가의 컨디션을 궁금해했다가 도리어 내 컨디션이 엉망이었던 하루였다.
민망해서 물어보지도 못하고.

어제는 하루 건너 있을 과제를 이번에는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빠에 건너가기 전에 공부를 해두고.
빠에 다녀와서 늦기는 했어도 과제를 시작했다.

밤샘에 가까운 작업을 하고는 마지막에 눈이 감겼더랬다.
나래 말마따라 나이가 들어서일까.
이제는 밤샘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미라지는 알람 프로그램을 먹통으로 먹혀버렸고.
나는 집에서 나설 예정이었던 시간에 눈을 떴다.

서둘러 준비를 하고 나가 총총 걸음으로 걸었고.
신발은 새신이라고 해도 왼쪽 발 꿈치가 너무도 아팠다.

그리곤 정류장까지 절반 쯤 닿았을때.
사물함 열쇠를 놓고 와버렸단 걸 알았지.

다시 집에 돌아와 신발을 구신으로 바꾸고.
열쇠를 챙기고.
익숙함에 원래의 내 속도를 되찾아.
정류장으로 향했다.

수업을 듣고는 생각보다 지쳤구나 싶어 독서실에서 잠을 청할까 싶다가.
아침도 스치고는 점심도 스쳐선 안되겠지 싶어.
점심을 먹고는.
아는 동생 녀석에게 부탁하여 공업수학의 진도를 챙겨갔다.


나: 그러니까 나는 아이젠벡터와 아이젠밸류를 왜 구하는지 대체 모르겠어. 이유가 뭐지?

아는 동생: 음.. 그러게요. 근데, 그거 꼭 알아야해요? 몰라도 구할 수는 있는데.

나: 뭐, 몰라도 되기야 하지.. 그래도 알아야..


공대생의 로망 따윈 애초부터 없었다.


다시 수업을 듣고는 학교에서 떠나 집에 오는 길.
멍하니 버스 창 밖을 보다가.
이럴 때가 아니지 싶어 생명의 일을 알려주는 책을 집어들어 읽어내려갔다.

집에는 11시 무렵에 도달해.
집에 들어가면 침대에 몸부터 기대야겠다라면서 꾸역꾸역 오다가.
문득, 아이팟이 떠올랐다.

아, 오늘은 아이팟의 하드디스크가 오는 날이지.


다시 총총걸음으로 달려와 택배 박스를 조심히 뜯어냈다.
내 손바닥 삼분의 일만한 하드디스크.

자, 해보자. :)



2009.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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