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

PC에서 폴더 정리를 하다가 블로그에 적는 글 같이 이상한 글들을 쭉 모아두었는데, 그런 이상한 문서들을 모아놓은 폴더명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하던 참이었다.
'수필'이라고 하기에는 난 그럴만한 위인이 아니고.
'글'이라고 하기에는 더더욱이 하찮은 종이 쪼가리일 뿐이다.
그렇다고 이런 종류의 글을 '일기'라 함은 그것도 이상하고.

고민을 하다가. (이 역시 수많은 쓸떼없음 중에 하나였지만.)
아마 수필, 일기 따위로 검색을 하다가 알아낸 단어일 것이다.
그것은 '신변잡기'

다음 사전에 의하면.
신변잡기는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을 적은 수필체의 글.'라고 정의되어 있다.
딱이지 않칸?
여하튼, 그렇다 이거지.





크라잉넛에 취하다.
제목을 그냥 신변잡기라 하고, 끝내려 했는데, 못 참겠다.

다시 크라잉넛에 취했다.
벌써 까먹었나?
문자를 하다보니, 어느새 스물스물해졌다. :)


그렇다 뭐.
녀석 말대로 나는 또 한번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근데, 또 한편으로 나는 또 남의 말에 휘둘리고 있는게다.
아니지.

내가 좋아졌다 하믄 좋아진거라.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몰라.' 라는 생각 따위 집어치우자.
'나는 그럴 자격이 없는데, 내가 감히 그럴 수는 없지.'라는 생각도 같이 끝내버리자.
나도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받을 자격이 있고, 내 의견과 주장을 말할 권리가 있다.
또한.
내가 20년 동안 바라온 '나'란 존재를.
내가 가장 잘 알지 대체 누가 더 잘 알겠나?
내가 헛구역질하면서 토했던 거.
내 주변 사람 중에 아무도 모르지 않았던가?
내가 칼 들고 이걸로 찌르면 아플까? 라고 생각하고 진짜 칼을 들어봤던 거.
아무도 모르잖나.
내가 음반 부여잡고 울었던 거.
아무도 모르잖나.

여하튼 이제 와서 다 해결된 것 같아서 얘기하는데.
아는 것처럼 '그렇게 생각해서 그럴 수도 있어.'라고 하면.
나로서는 답이 없다.
그래. 뭐, 이것조차 쉽게 흔들리는 내 잘못이다마는.


얼마 전에 찜질방을 갔더랬다.
혼자갔지무얼.
난 전국에 찜질방을 다니면서도 생각처럼 뜨거운 곳은 거의 보지 못했더랬는데.

얼마 전에 가서야 알았다.
아, 여행 도중에도 나는 나를 고치고 있던 게 아니었음을.
하지만, 고거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었음을.

여하튼.
40도씨 온탕에 옛날에는 수영하던 녀석이.
소금방 후끈후끈 하던 곳에서 2시간씩 잠을 자고 나오던 녀석이.

지금에 와서는 오, 이건 진짜 뜨겁다 라는 반응을 하는 나를 보면서 나는 단번에 예전의 나에게 이질감을 느꼈고, 또 다른 내가 들어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고2 때의 망상에 살짝 빠질 뻔하닥 헤어나왔다.
그건 내 안에 또 다른 자아가 있는 거이 아니고, 내가 변했다라는 거지.
긍정적으로 말야.

여하튼, 다행이지.
내가 속사정 바뀐 걸 내가 잘 알고 있는데, 이걸 누구한테 말해도 사실 말하기도 어려운 거고, 이해하기도 도무지 쉽지 않은기라.
음악 들으면서 가사 부여잡고 울어본 사람이랑 대화해야 이해할라나?
나도 잘 모른다.

겉으론 변한 거이 하나도 없어서.
엄마가 나를 답답해 한다는 것에 지금도 내일도 어제도 나는 수 많은 죄책감에 또 시달린다.
난 불효자가 되었어 라면서.
어쩌면 나는 마음에서 우러러 나와서 엄마에게 야식을 차려주고, 가방을 들어드리고, 부르면 얼른 뛰쳐나가 커피를 타는 것이 아닐지도 몰라.
죄의식에 그럴 수도 있는기지.
나도 그런 생각 쯔음 다 해봤다.

근데, 답은 아니다.


친구 녀석이 오늘 나에게 그러했다.
'생각의 노예'.
훗.

생각의 노예라.
아, 난 정말 싫은 단어드라.
생각의 노예.

그렇게 부르지 말고, 그냥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그래.
'자의식의 노예'라는 건 어떨까?


몰라.
지금도 모른다.
내 4년 동안 하던 헛구역질은 멈춘줄 알았더니, 여전하고.
흰머리는 나래가 말하길 더 늘어났다고 한다.

헛구역질은 진짜 병원을 한번 가봐야되는 건 아닐까 라는 고민을 하고 있는데, 일단 조금만 더 보자.





몰라.
문제의 원인은 분명하다.

여려.
너무 여리단 말야.

그게 문제 원인이고, 이걸 고치면 돼.
책 따위 읽으면 그게 무슨 소용이야.
책에서 그러드만.
원인을 알면 해결을 해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그 해결방법을 알려줘야 되는거 아냐?
하기야 내 욕심이 과하기는 하지.
그럼, 이 책이 나한테 무슨 소용이야.
그럼, 나는 신경정신과 찾아가서 상담 한번 받아보라는 게 해결방법인가?
나는 자책을 마이 하니까 신경증 환자인가?
아니면, 성격 장애를 다소 갖고 있는 신경증 환자?
아, 더 헷갈려 이런.


원인은 알지.
근데, 저거 어떻게 해결한담.

나는 감성적인 나도 싫고, 여린 나도 그닥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냥 나도 보통 남자 녀석들이 그러하듯 그냥 신가요나 들으면서 노래방 가서 띡띡 부르고 고음 올라가면 와~ 하고 놀라고 싶고, 코믹 영화 좋아하고, 사회, 정치가 어떻게 되든 나랑 상관없이 그냥 그렇게.
알바 해서 돈 들어오면 술 먹는 데에 쓰고, 담배 피는 데에 쓰고.
그러고선 친구 면회 갈 돈 없고, 여자 만나는 데에 쓰고.
나도 그냥 그렇게 보통이면 좋겠다야.
엄마가 날 답답해 한다는 거 잘 알지.
부모님이 이런 날 불안해하고, 일이라도 칠까 답답해 하신다는 거 잘 알지.
그냥 평범하게 다른 애들 그러하듯이 그냥 그랬으면 바라신다는 거 잘 알지.
잘 아는데, 난 안돼.
나도 그냥 원걸 노래나 듣고, 브아걸 노래 듣고, 빅뱅 노래나 들으면서 그냥 그렇게 살고프고,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든, 조중동을 집에서 구독하던 말던 한겨레가 뭐라고 하던 말던, 신경 따위야. 나도 싫다.
그게 나한테 뭐가 중요해.


아, 너무 셋다.
진정하고.

뭐, 여린 것도 나름대로 장점도 있고 하니까 좋긴 한데.
그게 남한테만 좋은걸.

아, 두서 없는 글.
세이브 미.




아마, 자우림과 퀸의 가장 큰 공통점은.
다른 것도 아니고, 다른 것도 아니고.
바로 가장 여린 존재들이었다는 점일꺼다.
그러면서 이들 노래의 가사들은 모두 강하다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는데.
실로 이 녀석들은 여린 것을 감추기 위해 강한 척을 하는 인간들일 뿐이다.
심지어는 그것에 대한 발악이 나오기도 하고.
그래서 나는 공감하고 듣고 살았는지도 몰라.
담배와 술을 멀리하라 했는데, 어찌 보면 나는 음악을 제일 멀리해야 했을지도 모르지.


여하튼.



크라잉넛에 오랜만에 취하며, 집에 돌아왔다.

크라잉넛 5집의 중간 트랙부터는 정말 취기가 세다.
내 작년에도 술에 취하거나 어지러웠던 적이 거의 있지 아니한데.
음악에 취했던 적은 수도 없이 많아서.
학교 가던 버스에서 음악에 취해 학교에서 내리지 못한 적도 많고.
집에 가는 길에 음악에 취해서 잠깐 공원에서 음악만 듣다 들어간 적도 많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다리는 휘청거리고, 머리는 어질어질하다.


오늘이 그러했다.
크라잉넛에 오랜만에 취한냥.

크라잉넛 5집의 6번트랙, '유원지의 밤'부터 마지막 '튼튼이의 모험'까지가 굉장한데.
어휴, 거기는 소주 2병 정도라고 생각한다. (뭐야; )
오늘은 다행히 '순이 우주로'에서 끝을 냈다.

그래도 지금은 옛날같지 않아서.
노래에 취해도 흥겹게 돌아왔더랬다.
흥겹게 취하면 그만아니겠어?

근데, '순이 우주로'가 나의 발목을 잡았다.
아니, 웃기기도 하지.
어떻게 집 앞에서 딱 순이 우주로가 재생될 수 있는지.

따 다다 다다다 따 다다 다다다...


'순이 우주로'

크라잉넛 5집을 처음 들었을 땐 왜이리 가볍나 하면서 멀리 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후에 시간이 흘러 들었을 때.
그리고 그 이후로.
내 크라잉넛 중에 가장 좋아하는 음반은 5집 'OK 목장의 젓소'가 되어버렸다.

그 중 '순이 우주로'.
아니, 노래는 다 좋지.
아니, 좋아할 수 밖에 없던건가?
아, 또 쓸떼없는 고민을.

여하튼, 순이 우주로.
이 곡은 지금 들어도 어떻게 주체할 수 없는 곡이어서 조심스레 재생 버튼을 누르곤 한다.
그래도 이전까지는 이 곡만 나오면 가슴이 미워 터지는 것이 눈에선 그냥 눈물이 쏟아질 듯 말 듯 하고, 소주 한잔 시작되는 가사부터 노래를 차마 따라부르지 못하고 주저 앉았던 기억도 많다.
그거 알지.
그, 얼굴을 웃으면서 행복에 젖어있는데, 머리는 미쳐버릴 것 같으면서 가슴은 메워와서 답답함에 헤어나오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다가 목이 메어 주저 앉아 땅을 치면서 노래를 들어버리는.
그리고 차마 또 한번 재생 버튼은 누르지 못하는.
(마치 잘 생각해보면, 저건 사람이 취할 때나 나오는 신체적 반응 아닌가?;; )

하긴, 어차피 크라잉넛도 그걸 알았는지 다음 곡은 황당하게도 '오줌싸개 Generation'이라는 이상한 가사의 노래다.
거기서 잠깐 쉬고나면 또 한번 '한낮의 꿈'으로 폭풍이 몰려오지만, 여기선 순이 우주로 얘기만 하는 거니까.

그 멜로디..라면서 노래가 끝날 적엔 힘이 주욱 빠지면서 허망한 얼굴을 하게 된다.

이런 적이 한두번이 아니고, 들을 때마다 또 다른 감정이 솓구쳤기 때문에 선명히 기억나고 있지만.


지금은 그냥 아릿한 추억 정도로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까 엘레베이터에서 노래를 멈추고 집에 들어올 수 있었지.
예전 같으면 차마 발을 떼지 못하고 아파트 옆 의자에 가서 이 음반을 한 바퀴 돌리고 나왔을꺼야.

나도 조금은 신기했다.
엘리베이터에서 재생/일시정지 버튼을 띡 누르는 내 모습이 말이지.



그렇게 하루가 또 가버렸다.
정신없이.
나는 또 생각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원인은 알고 답은 모른채 이렇게 빠져나와 버렸지.
그래도 다행 아니겠나.
빠져나왔으니까.


크라잉넛의 5집을 몽땅 올리고 싶지만, 그럴 여력은 되지 않고, 순이 우주로만 살짝 올리고 그만 접어야겠다.
종이가 모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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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잉넛 - '순이 우주로'
[저작권법 강화로 음악 재생 플레이어를 삭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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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8



(추가 - '순이 우주로' 가사)
순이 우주로
 
 
    Crying Nut
   
 
 
    나는정말 미쳤나봐
오늘밤도 빙빙도는 이세상
미쳐가는 나는 이제
저 우주로 떠나간다 영원히 (바이바이)

자꾸 멀어지는 우리집앞 꽃배란다
저하늘의 별들 깜빡이는 여긴어디야
꿈에서본 네 모습

소주한잔 물면 귀에 들려오는
네가 좋아하던 멜로디
못찾겠다 꾀꼬릴 불러봐도 대답없는
외로운 난 술래니

그언젠가 나를위해
꽃다발을 건네주던 내모습 (잊엊나)
저우주로 날아가던
그녀모습 볼수없네 어디에 (숨었나)

자꾸 멀어지는 내가슴속 꽃베란다
어딜봐도 미로 깜깜한걸 여긴어디야
꿈에서깬 내 모습

소주한잔 물면 귀에 들려오는
네가 좋아하던 멜로디
못찾겠다 꾀꼬릴 불러봐도 대답없는
외로운 난 술래니

윈피스를 입고 춤을추며
날아가면 팬티 보일라
기억한다 그날 너의곁에 앉아
콧노래를 부르던날

그 멜로디
   

2008.12.08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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