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에 계신 어무니께서 A/S 요청 전화를 하셨다.
한참 이전에 이야기했던 익스플로러 시작페이지 설정 문제였더랬다.

어무니 매장 랩탑에는 영문 주소를 외우기 힘드신 엄마를 위해 네이버 툴바를 설치해두었더랬는데.
(주소창에서 한글로 사이트 검색을 하면, 네이버가 사이트로 자동 이동 시켜주므로.)
얼마 전에 네이버 툴바가 업데이트 되면서 시작페이지를 멋대로 바꾸어 놓은 듯 했다.
물론 내 PC에는 네이버 툴바 따위 설치되어 있지 않지만, 어머니께서 집에서 쓰시는 안방PC에도 설치해두었는데, 나래가 이걸 업데이트시키다가 그냥 무조건 반사로(;;) '다음', '예'를 누르다보니, 발생했던 문제였기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엄마는 예전에 그러했듯이 네이트온에 접속하셔서 쪽지 하나를 보내오셨다.
요렇게.

 "재성아  다음이 앞으로 나오게  해줄래"

나는 대화창을 열어 원격제어를 요청했고, 이 부분은 예전에 약 20분을 거친 끝에 통과한 부분이었기에 쉽게 넘어갈 거라 생각했다.
물론 알다시피 내가 원격제어를 요청하면 엄마는 단지 '수락'을 클릭하면 되는 문제였다.

그러나 여기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엄마가 모르시는 것을 감지.)
나: 응답 동의해야해요.

엄마: 알트 씨가 어디있지.

나: 그냥 마우스로 파란색 글씨 눌러도 되요.
  (이 때, '수락'이라는 단어가 기억나지 않았으므로; )

엄마: 마우스 없어.

 . . . ????????


마우스가 없다니.

아, 엄마의 랩탑은 진짜 마우스가 없고, 터치패드로 손가락으로 휘젖고 다니신다.
그러니, 마우스가 없는 거이 맞기는 하지. ;
그런데, 엄마가 터치 패드라는 단어를 아실리 없고.
마우스 커서라는 단어는 더더욱이 아실리가 없고. ;


나: 엄마 그 터치로 손가락 이동해서.

엄마: 조금있다가 포장손님이.

나: 네.


그리고 접속 끊김.
왜 나가셨을까?
포장을 하려면 랩탑 뚜껑을 닫아야 하거든.
랩탑 뚜껑을 닫으면 윈도우즈는 자동으로 대기 상태로 들어간다.
당연히 네이트온은 로그아웃되지.

오케이.


(한참 후에)
엄마: 수락을 터치 ??????

나: 네.

나: 손가락으로 마우스 움직이잖아요. :)

엄마: 응.

나: 수락 클릭.

엄마: 움직일수는 있는데.....전화해.


결국 전화 상담 들어갔다.;
전화 내용은 이거였다.
마우스 움직이듯이 손가락으로 마우스(커서) 움직여서 수락이라고 되어 있는 파란 글씨를 누르세요.
오케이. 성공!


그리고 원격제어로 시작페이지를 해결했는데.
(단순히 익스플로러의 인터넷 설정에서 시작페이지를 바꾸니, 문제가 해결되었다. 툴바 업그레이드라면 이렇게 단순히 해결되지는 않는데 의외였다.; )

오랜만에 본 엄마 랩탑의 상태는..
뭐, 그냥 그랬다.
배경화면은 어쩐지 아이콘이 이상하게 배열되어 있고.
(내 컴퓨터가 아래에 있는; )
작업표시줄의 빠른 실행에는 익스플로러가 두개가 있고. (응?)
작업표시줄 오른쪽 시계부분에는 내가 설치하지 않았던 파일들이 수루룩.
(엄마 PC에 데몬이 왜 있는 건지..; )
뭐, 당연히 아바스트 업데이트는 되어 있을리 없었다.

원격제어로 만지기에는 한계가 있기에 아바스트 프로그램 업데이트와 울타리를 꺼버리는(이거 이제 쓸모가 그닥 없기에.) 정도로 끝을 냈다.




역시..

PC는 여전히 어렵다.
이제 다들 윈도우즈 정도는 설치할 수 있어 라고들 얘기하지만.
그리고 윈도우즈 비스타와 앞으로 나올 윈도우즈7의 설치 과정이 그렇게 쉽다고들 하지만.
분명히 PC는 티브이보다도 냉장고보다도 밥통보다도 ATM 현금인출기보다도 어려운 존재다.


지금은 엄마께서 해결방법을 알고 계시지만, 이전에 몇번이고 반복했던 문제가 있었다.
바로 익스플로러 전체화면 모드였는데.

어느 날, 어무니께서 전화하시고는.
"아들, 인터넷에 별 표시가 안보여."
라고 뜬금 없으신거라.

별 표시?

약 2초간 생각하고 즐겨찾기 아이콘이라는 걸 알았다.
근데, 그게 왜 안보인담?

"아니다. 이게 작게 보여. 난 아무 짓도 안했어."

머리를 굴려도 저게 작게 보일리가 없거든.
설마 엄마가 보기 설정에서 아이콘 작게 보이게 했을리는 없고.

음..
아, 혹시 전체화면 모드?


아들: 엄마, 모니터 맨 밑에 시작은 보여요?

엄마: 시작? 시작이 뭐야.

아들: 아, 그럼.. 음.. 아, 오른쪽 밑에 시계는? 시계는 보여요?

엄마: 어? 이것도 없어졌다. 안보여 안보여.


오케이.
어쩌다가 엄마께서 F11 버튼을 누르셨겠지.
어쩌시다가 익스플로러 전체화면 모드로 가셨군.


아들: 엄마, F11 버튼 다시 누르면 원상태로 되요. 큰 문제 아니니까 눌러봐요.

엄마: F 하고 십일. 그대론데?


그대로??
왜 그대로지?
대체 왜!!

잠깐.
F하고 십일.
F하고 십일.
아..


아들: 엄마, F키 하고, 1키 두번 누른거에요?

엄마: 응. 그렇지. F11이니까.

아들: (;;) 그거 말고, 키보드에서 맨 위를 보면 F하고 숫자하고 붙어있는 키들 보여요?

엄마: 키보드 맨 위.. 어, 보인다. 응.

아들: 거기서 눈을 오른쪽으로 쭉 옮기면, F11이 있지요?

엄마: 응. 그거 눌러?

아들: 예.


그래서 문제 해결.

엄마가 어떻게 F11를 누르게 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이후에도 계속 같은 문제로 내 기억에만 4,5번은 전화 상담을 했던 것 같다.

후에 시간이 흘러 엄마는 퇴근 후 나에게 자랑 아닌 자랑을 하셨더랬다.
주변 가게에서 화면이 커졌다길래 가봤더니, 별표시가 없어져서 F11을 눌러주었더니, 문제가 해결되었다라고 하셨더랬나.
그리고 그 때 컴퓨터 잘 한다고 얘기 들었다고..
(...)



여전히 PC란 존재는 어려운 존재다.
그렇다고 우리 어무니께서 컴맹은 아니시다.
다른 많은 어머니 또래 아주머니분들이 TV를 취미로 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우리 어무니의 취미는 다음에서 연예 기사를 보는 거이 취미이시고, 다음 카페에서 산악 동호회에서 사진을 보시고, 댓글을 다시는 것이 취미이시다.
심지어 올해에 있었던 굉장히 컸던 연예인 사건을 나보다도 더 많은 정보를 아셔서 당황하기도 했더랬다.
(물론 나는 PC가 없었으므로. (...) )


그런데도 그 작은 부분에서 해결이 어려운 것이다.
나는 사실 가장 근본적인 시점으로 가서 컴퓨터의 인터페이스 자체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키보드와 마우스라는 인터페이스는 어렵기 짝이 없지 않나 생각된다.
인터페이스의 정점은 터치와 음성 인식.
어쩌면, 엄마가 마우스 커서라는 단어를 모르시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누가 좀 대안을 들고 와주면 안되겠나.
ATM 현금 인출기처럼 띡 누르면 영화 나오고, 띡 누르면 음악 나오고, 검색 되고, 사전 나오고 그런.
그게 아니라면, 지금 만드는 기기라도 조금 더 쉽게. 조금 더 편리하게.

우리가 알고 있는 기본이 누군가에겐 기본이 아닐 수 있음을.
현대의 많은 엔지니어들은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여담
: 이 글은 전날 오후에 썼던 글인데, 공개를 이제서야 눌러버렸다. ;

200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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