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에 긴장.혼란.자책.라는 글을 쓰면서, 본문에는 네가지 단어라고 했는데, 제목에는 세가지 단어만 적었더랬다.
사실은 뒤에 하나 더 붙였었는데,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서 어젠 대충 그렇게 마무리했더랬다.

그 남은 단어는 망각.

망각.

다음 사전에 의하면, 어떤 사실을 잊어버림. 이라고 기술되어 있다.
어떤 사실.




최근, 나름대로는 꽤 큰 변화의 물결에 부딪치고 있는데, 그럼으로써 가벼워짐을 느끼고 있다.
말과 행동. 글, 입 모두.

가벼워지고 있다.
절제가 아닌 자제력이 요구되는 때인데, 예전까지는 이를 위해 '자책'이라는 걸 사용했더랬다.
그게 틀렸다는 걸 알았으니까 스킵.


어제도 그러했고, 그 전에도, 그 전에도.
최근에 와서 친구 녀석에게조차 지적을 받을만큼 나는 가벼워지고 있다.
나도 알고는 있는데, 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고민만 거듭하고 있다.
세이브 미.



심각하다.
너무 가벼워졌음이 이제는 나 자신도 알만큼 가벼워졌다.
난 무거운 것이 좋은데 말이지.



그래.
돌아가는 거야 어렵지 않다.
원래 한번 해본 것은 어렵지 않다고, 지금도 만약 자전거 타고 어디 갔다와봐라 그럼, 가는 거야 어렵지도 않다.
눈 한번 딱 감고 갔다오면 그만이지무얼.

다시 돌아가는 거야 어렵지도 않다.
다시 자우림과 퀸 음악들을 무한 반복 시키고, 근래에 들었던 생각을 싹 다 지워버리고 가면 오히려 그것이 한결 마음이 편할거라 생각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게 어렵지는 않거든.
참는 게 어려운 것은 아니여.

내과를 가기 전에 어무니께 한참을 쓴소리를 들었더랬다.
멍청한 미련 곰탱이부터 시작해서 이런 아들이 내 속에서 왜 나왔냐는 것에 이르기까지.
하긴, 4년 동안 헛구역질 한 거이 자랑은 아니니까 할 말은 없다.
엄마는 그러셨더랬다.
참을만 한거면 심각한 거이 아니라고.
난 참을만 한거이가 아니라 참아야만 하는 줄 알았노랐고.
다른 사람들도 뒤돌아서서 헛구역질하고, 답답해하고 그러는 줄 알았다고.


어떻게 보면, 차라리 그게 마음 편하고 좋다.
그냥 겉으로는 그리고 속으로는 그냥 다 괜찮은 듯 넘어가고.
진짜 속으로는 깨어나지 못하도록 쥐어 짜버리면 그만이다.
땜빵은 음악으로의 황홀함 속에서.



가벼워지는 것.
그것으로 인해 변한 나는 좋아하는 이도 있을테고.
떠날 갈 이도 있을테다.
나는 잘 모르겠다.
적당함이라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인데, 도무지 그걸 모르겠단 말이지.
그래도 내와 함께 한 사람들은 같이 해주리라 믿었는데, 여의치 않은 걸까.



입을 닫는 것은 더 멍청하고, 글을 닫는 것은 더욱 멍청하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그러기엔 너무 입이 가벼워졌다.
좀 생각을 하고 말해야 하지 않겠나.

입을 열지 말아야해.
글도 신중히 하고.
어쩌면 누군가의 시선은 항상 있어야 나란 인간도 자리 잡히는지 모르지.
마치 이전 블로그에선 사람들의 시선을 알게 모르게 신경 쓰면서 가벼이 여기지 않았던 것처럼.

그러나 그것이 손으로 쓴 일기장까지 와서 묻혀버렸다는 걸.
친구 녀석이 작년에 쓴 내 일기장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이게 무슨 일기장이란다.
그 날 있었던 일을 쓰는 거이 아니고, 생각만 잔뜩 정리해두었다나 뭐라나.
지금의 내가 봐도 이 날 무슨 일이 있어서 그랬나 싶기도 한 글도 있었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횡설수설.
두서 없는 글은 딱 질색인데, 내가 그 모냥이다.

아주 최근에 들어 이런 가벼움을 깨닫고 주의를 해보려 하는데, 쉽지 않다.
게다가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부터 이런 생각에 빠져들어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거듭하고 있다.
심지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까까지.



혼란스럽다.
망각하지 않아야 한다.


세이브 미.
이런 얘기 속 시원히 할 곳이 없으려나.
또 음악을 기웃거리긴 이제 지긋지긋한데.


...


2008.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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