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팅대디의 '사랑이 떠난 날' 민트 버전을 들어보면, 첫 부분에.
 
"사랑이 떠난 날"이라는 애기 목소리가 들리고는.
아이러니하게도 보컬의 '후~'하는 한숨과도 같은 소리가 들린다.

이 부분을 아이러니하다고 표현한 것은 이 소리가 마치 애연가가 담배를 피고 내뿜는 소리와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아기의 목소리와 그 다음 바로 이어지는 담배의 연기 소리.

의도였을까?




담배.

어제도 그러했다.
고1 녀석들이 모였음에 나와 한 녀석 빼고는 죄다 담배를 피워대는 통에 집에 와서 웃옷을 벗는 나에게조차 담배 연기들이 뿜어져 나오는 듯 냄새들이 진동했다.
이 녀석들 그 잠깐 나를 본 순간에도 두갑을 노래방에 버리고 나오는 것을 보았으니 결코 적은 양은 아니었다.


담배.

엊그저께도 그러했다.
어른들과의 만남에서 나는 드립다 담배 내연들을 맡으며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역시 이 날도 집에 와서는 어깨 부분에 얼굴을 살짝 대고 있으면 그곳에서 연기가 나오는 듯 했다.


담배.

그저께는 이로 인해 심지어 담배를 피는 꿈까지 꾸었다.
블로그에 따로 포스팅을 하려다가 그냥 지워버렸는데, 여전히 꿈이 생생하다.
호기심에 기웃거리던 내가 친구의 권유로 한번 피우게 되었는데, 갑자기 온갖 생각들이 꿈 속에서 휘리릭 지나가다가 그 자책감에 사로잡혀 어쩔 줄을 몰라하다가 헐레벌떡 잠에서 깨어나버렸다.
그 자책감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자책감이었을까?
나는 왜 그 꿈을 꾼 것일까?
전날의 담배 냄새에 너무 시달려서인가?



담배.

이제 내 주변에는 몇 사람을 제외하곤 안피우는 녀석이 없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나도 모르게 눈 한번 감았다가 떠 보니, 안피우는 녀석을 고르는 게 빠른 듯 많이들 피우고 있었다.

덕분에 중간 과정에서 친구 녀석들과 담배라는 소재로 티격태격 싸우기도 했고, 비흡연자에게 흡연자는 최소한의 매너가 있어야한다는 둥의 주장을 하기도 했다.
다 쓸모 없는 일이었지만.

어쨌든, 나는 지금까지 호기심에라도 단 한번도 입에 대어본 적이 없다.
단언코 말하건데, 손에 담배를 끼워서 흉내를 내어본 적조차 없다.

그게 약속 때문이든 아니면 주변에서 하는 경고 때문이든 친구 녀석이 진솔하게 해준 조언 때문이든.
내 의지 때문이든.
여하튼 간에.



담배.

사실 어쩌면, 호기심에라도 한번쯤은 피워볼 수도 있는 것이다.
뭐, 나란 인간이라고 졸업하기 전까지 술 한번 입에 대어보지 않으면서 궁금해하지도 않았을라고.
마찬가지로 담배로 궁금하긴 하다.
냄새만 맡아도 이 정도인데, 실로 폐까지 들어갔다 나오면 어떤 묘한 기분일까.
애연가들이 말하는 황홀하다는 기분은.
술과 커피와 담배의 궁합이 맞았을 때의 그 황홀하다는 기분은.
마치 자우림 2집에 쩌들어 듣는 것과 같은 기분일까?


그러나 나는 입에는 커녕 손에조차 쥐어보지 않았다.
못된 친구 녀석 덕분에 궁금한데 한번 피워봐라라는 권유 아닌 권유에 한번 쥐어볼 뻔 했더랬고, 나도 그 순간에 약 2초 정도 멍해 있었지만, 이내 화를 내면서 너란 녀석이 친구가 맞냐면서 버럭했던 것도 기억이 난다.

나는 안다.
얼마 전, 군에 있는 친구 녀석이 전화로 그랬던 것처럼 나란 녀석은 특히나 한번 잡으면 절대 놓지 못할 것이라는 걸 잘 알기에 처음부터 손 대면 안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음악에 중독되어 살아간 것도 그렇고.
처음에는 헛구역질에서 나는 입냄새 때문에 자일리톨을 씹었지만, 이후에는 그냥 불안하면 씹어야해 라면서 껌을 씹었던 것도 그렇고.
(아, 물론 자일리톨 중독의 시초는 학원의 친구 녀석 때문이었으나.; )
위장약인지 아닌지 한 약도 스트레스 받으면 배가 아프니 먹어야 해. 라면서 먹은 것도 그렇고.

담배가 아닌 시덥지 않은 것들에조차도 저렇게 메달리며 살아왔는데, 담배는 오죽할라고.
심지어 작년의 나는 길가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으면, 남들은 죄다 피하고 있는데, 나는 그 옆에 서서 담배 내연을 맡기도 했다.
뭔가 속이 풀리는 기분인가 싶어서. -> 바보.

아, 어쨌든, 위에 적은 상당의 것들은 모두 해소되었다.




담배.

친구 녀석이 물었던 기억이 난다.

 "거북이는 고등학교 땐 졸업하면 담배를 피우고 싶다더니 왜 피지 않아? 피지 않는 이유가 뭐야?"

..라면서.

못된 녀석.

그래서 그랬다.
 "그냥. 안좋은 건데, 피우지 않기로 한 약속도 있고 하니까 좋잖아."

근데, 시간이 흘러서 또 물어보더라.
더 못된 녀석.

그래서 똑같이 대답했다.

 "그래. 약속 때문에 그런다. 이상해?"

그러자 그 녀석 말이 가관이었다.
피우고 싶으면 피우는 거지 약속에 속박될 이유가 있노냐고.


뭐, 좋은 거라고 저리 권했던 것인지. 끌끌.




그냥 담배를 한번 정의해보고 싶었다.
지독한 담배 때문에 나는 청바지를 한번 더 빨게 생겼다. 끙;


그리고 애연가들에게 부탁이 있는데.
던힐 이런거 말고 그나마 나은 에쎄를 펴주면 안되겠나.
얇으니까 피는 사람도 좋고, 피움을 당하는 사람도 그나마 나은데.

(...)



2008.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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