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골목의 등불.



여기저기 들어가 내 흔적을 남기다보니, 시간이 이래 되었다.
역시 블로깅은 한가할 때나 하는건가?
 . . . (-_ㅡ;; )



생각과 생각에 잠길 듯 말듯하던 하루였다.
묘한 하루였단게지.

아침에 물리치료를 받고, 쓸떼없이 시간 낭비를 다소 했다가 일정을 처리하고, 고3 녀석들 몇을 만났다.
저번주부터 계속 하루 걸러서 알코올이 들어가나 싶다.
아, 내과 의사 왈, 술 먹지 말라했던 것 같은데. ;;
블로깅하다가 생각이 나네. ;;
여하튼.

내과 의사가 무슨 약을 주었는진 몰라도 목이 아프다.
식도염이 의심되어 약을 주었다고 하니, 아픈건가?

여하튼, 그 동안 만나지 않았던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알코올은 그 중 필수 아닌 필수가 되었다.
뭐, 어차피 다행히 술을 아예 못하거나 하는 건 아니니까 무리는 아니다.
오히려 짠을 하면서 눈빛 한번 바꿔보는 것이 매력적일 때가 있다.
하지만, 술 먹고 당구는 영 아니올시다이다. ;



오늘은 고2 시절부터 작년에 이르기까지 자주 가던 아파트 골목에 잠깐 가보았다.
음악을 듣던 그 때에 집에 가는 중에 음악이 끊기는 것이 싫어 죽치고 앉아서 음반을 한바퀴 돌리기도 하고, 집에 들어가기 싫을 때에도 자주 그곳에 들르곤 했다.
시간대가 중요한데, 어정쩡한 시간대면 다른 고등학생들이 담배를 피우거나 커플들이 있거나..
아니면, 껄렁한 척 하는 학생들이 있어서 시간대를 잘 맞추어야 했다.
물론, 나는 혼자 있어야 했기에 내가 있다가도 그들이 오면, 다른 곳을 찾아 헤매였고, 누군가가 있으면 들어가지 않았다.

여하튼, 그런 곳.
지금이야 가로등을 형광등 빛인 하이얀 색으로 바꾸었지만, 그 전에는 백열전구 같은 누런 주황색 빛이였더랬다.
고거이 볼 때면, 뭔가 달을 보는 듯한 묘한 느낌도 들고, QUEEN을 들을 때면, 그 묘한 불빛에 사로잡혀 프레디 머큐리의 음성을 듣는 것만 같았더랬다.

여하튼, 그런 곳.

오늘은 언니네 이발관 5집을 듣다가 마지막곡 '산들산들'이 왔는데, 1분 쯔음 남겨두고 끊기 애매모호해 하고 있다가 여기가 보여서 한번 마음 가다듬고 들어와봤다.
그리고 다시 나갈 때, 찰칵.



그닥 할 얘기는 없다.
그냥 아, 그랬더랬지..라는 생각이 들 뿐.


아, 저기 지금은 하이얗지만, 옛날엔 누런 주황색 불빛이었지.
그 불빛 보면서 무릎 꿇고 소원도 빌어봤지.
울어도 보았더랬고.
귀에는 이어폰이 꼽아져 있던 적도 있었고, 없던 적도 있었고.
그냥 그러다가 의자에 가방을 베개 삼아서 누워 음악을 듣던 적도 있었지.
그 등불이 보는 의자에서 말이지.
그리고 그 등불 아래에서 보고픈 사람들에게 전화하던 적도 많았지.
전화하기 전에 목소리를 가다듬던 곳도 저기이고.
전화를 끊고 답답해하던 곳도 저기이고.
뭐, 그랬던 적도 저기이고.

내 방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곳이었다면.
저 곳은 세상 밖에서 가장 편한 곳이었다.
내 방이 아무리 편하다해봐야 결국 '우리집' 안에 있는 내 방일뿐인 걸.
그래서 제약이란 있는 것인걸.
그래서 춥거나 덥거나 저기 누워서 음악을 들을 때에도 참 편했던 것 같다.



뭐, 그냥 그랬더라고.
적어보고파서 적어봤다.
사실 딱히 저기가 무슨 곳인지 적은 적이 없던 것 같아서.
아마 이전 블로그에 사진 몇 방은 있을꺼야.



2008.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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