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거북이.

이제, 못 만났던 사람들도 만나고.
못 다녔던 동호회, 커뮤니티에도 가고.

하다보니, 역시 닉네임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뭐, 덕분에 나도 한번쯤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어 여기에 끄적거려본다.


이 닉네임을 정하는 데에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닉네임은 네트를 돌아다니는데, 사람들에게 나를 어필할 수 있는 첫번째 간판이었으므로 처음부터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중학생 때 만들었던 어설픈 닉네임 따위는 버리고자 싶었고, 한번 정하면 여기저기 커뮤니티에서 바꾸기 구찮거나 어렵다는 걸 알았기에 신중해야 했다.

우선 까만거북이 이전에 한동안 쓰던 닉네임은 '까만네모'였다.
역시 앞의 '까만'은 검은색을 좋아하기 때문이었고, 뒤의 '네모' 역시 사각형의 각진 모습을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허나 이때도 까만네모가 끝이 아니고, 둥글고 둥근 사람이 되고자 싶었다.


잠깐 저 닉네임을 쓰다가 친구 녀석들에게 뒤의 '네모'라는 부분으로 농담을 주고 받다가 저건 아니다 싶었다.
그래서 다시 고심에 들어가 고등학교 졸업 후 고심 끝에 까만거북이로 정했더랬다.


원래는 '검은거북이', '검정거북이', '까만거북', '느린거북이' 등의 고심을 하다가 주변에 물어보니, 까만거북이라는 닉네임이 '젊어보인다'라는 평으로 정하게 되었더랬다. ;;

이런 고심 끝에 고른 닉네임은 사용하다보니, 여기저기서 재미있는 반응을 보곤 했다.
커뮤니티에서..
"닉네임이 재밌어서 쪽지 보내봅니다."
..라는 대책없는 쪽지도 받아보았고.
"닉네임 센스가 굉장하네요. 저도 까만뭐라고 지어야겠네요."
"까만거북이, 뭔가 귀여워 보이네요."
..라는 쪽지도 수 없이 받아보았다. ;

게임을 자주 했던 것은 아니지만, 서든어택이라는 FPS류 게임을 조금 했더랬는데, 게임을 할 때에도 대화창에 그런 메세지를 자주 보곤 했다.
"까만거북이 닉네임 웃겨요."
"왜 까만거북인가요?"
이런 류의 메세지.




닉네임을 까만거북이로 지은 이유는 꽤 많다.
많은 고심을 했었는데, 닉네임을 지을 때 가장 먼저 고려했던 건, 순한글로 만들기.

많은 사람들이 닉네임을 영어로 만드는 경우가 많고, 자기만 알아볼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해 어필하려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영어로 만들더라도 기억하기 어렵게 만드는 등 자신을 어필하려는 건지 그냥 자기만족을 위해 닉네임을 만든 건지 헷갈릴 때가 있더랬다.

나는 그냥 한글로 만들고픈 욕심이 생기기도 했고, 또 한글로 만들어야 사람들이 쉽게 기억할거란 생각에서 무조건 순한글로만 어휘들을 뽑아내었더랬다.
뭐, 비슷한 이유로 나는 내 본명이 한자로 만들어져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래는 한글 이름인데. (...)


글자수도 꽤 오랜 고민이 필요했다.
통상 기억하기 쉬우려면 세글자 혹은 5글자 정도가 적당한데, 세글자로 만들면 평범한 닉네임이 될 것 같고, 다섯글자를 하자니 너무 긴 것 같고..
여하튼 앞에 꾸미는 단어를 붙이고 뒤에 명사를 붙이기로 결정.


그 다음은 나의 이미지 넣기.
'까만거북이'의 앞의 '까만'은 검은색을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표면적인 이유가 그렇다는 것이고, 원래는 '나쁜', '악한'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통상 검은색은 '악'의 이미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어색하지 않다 싶었고, 그 이유로 사실 닉네임의 가려진 부분을 열면.

'하얀색이 되고픈 까만거북이'.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착해지고픈 악한 거북이..정도로 표현이 가능할까?

또한, 참 아이러니하게도 검은색은 많은 경우에 '프리미엄'이나 '고급'의 이미지도 담고 있다.
어둡고 나쁜 이미지에서 고급의 이미지란 걸 깨우쳤을 때, 그 묘한 느낌은 참 알송달송 했더랬다.

여하튼.
그리고 뒤의 '거북이'.
이건 뭐, 느린 이미지 어휘를 찾다보니, 찾은 것이 거북이였더랬다.
안그래도 동물 이름을 넣으면 조금 더 친근하고, 부르기 쉽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했는데, 마침 떠올라 거침없이 바로 거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어쨌든, 이러이러한 이유과 과정으로 현닉네임에 이르렀다.
이 블로그를 하기 전에 잠깐 까만거북이라는 닉네임이 마음에 안들었던 적이 있어서 바꾸려 해봤지만, 마땅치 않아서 이 닉네임을 유지하기로. (...)

더 적을 얘기가 있던 것 같은데, 전화를 장시간 하는 통에 맥이 끊어졌다. 흑;



2008.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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