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함께..

주말을 정신없이 보내는 통에 이제서야 한가닥 한가닥 글 쓸 여유가 난 듯 하다.
뭐, 물론 얼른 쓰고 다른 커뮤니티에 가서 인사를 해야하긴 한데, 블로깅부터 하고파서 먼저.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새벽녁까지.

화이팅대디의 작은 공연이 있는 날이었으나 그 전에 스윙의 중요성도 그에 못지 않아서 일단 공연에 살짝 늦는 것을 기약하고, 스윙 정모에 나가 살짝 연습을 한뒤, 바로 신촌행 지하철을 탔더랬다.
다만, 신촌에서 살짝 헤매이는 통에 정작 내가 봤어야 할 화이팅대디 공연은 보지 못했고, 뮤즈에로스의 공연이 시작할 때 쯤 나는 자리에 앉았다.

전무님과 순창님과는 두번째 만남이어서 어색한 감은 없었던 것 같고.
다만, 클럽 공연이란 건 어색해서 살짝 갸우뚱거렸지만, 이내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사하는 통에 정신이 없었다.
화이팅대디의 나머지 멤버분들과 인사를 하고, 팬이라고 하시던 누님분들과도 인사를 하고.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이 이상한 건지 어딜가도 막내인건 그리 좋지만은 않다.

화이팅대디와의 인연이 전무님께서 이전 블로그에서 읽으셨던 내 글 때문이어서인지는 몰라도 팬분들과 어색한 감도 없었고, 화이팅대디 멤버들과도 금새 친해졌다.
요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시간을 보니, 막차가 이미 끊길 시간.
조금 더 음악 얘기도 하고프고, 다른 얘기도 하고파서 그냥 눌러 앉았다.

화이팅대디 멤버분들의 생각을 잠깐이라도 알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았다.
그리고 요런저런 내 얘기들을 하다보니, 내 나이에 맞지 않는 말이어서 그런가 역시 '애늙은이' 같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뭐, 이젠 어색하지도 않다.

순창님께서 QUEEN의 진명곡은 ''39'이라고 하실 때 정말 놀라긴 했다.
나도 사실, 다른 곡은 몰라도 그 곡의 가사에 너무 반해서 반주 없어도 노래를 부를만큼 중얼거리기도 했더랬다.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새로운 행성을 찾아나선 그들.
멋진 새로운 행성을 찾아내 고향으로 돌아와 소식을 전하고 그 행성으로 돌아가려던 차.
빛의 속도로 여행했던 그들은 늙지 않았지만.
나의 짝궁은 늙어버려 같이 갈 수 없음을.
아.. 그 누가 그 안타까움.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한 편의 소설같은 그 곡은 정말 노래는 '음악을 붙인 시'라는 내 주장에 정말이지 적합하다.
그리고 그런 곡을 애달프면서도 아름다운 음악과 궁합을 이뤄낸 퀸이 멋졌고.



그러고는 2시 쯔음 되어서 공연 앞마당에 나갔더랬다.
술이래봐야 맥주 몇 먹기는 했는데, 그 전날에도, 그 전날에도 알코올이 들어가 괜찮을까라는 걱정을 했지만..
아무렇지도 않았다. ;;
오히려 살짝 몽롱한 듯 아닌 듯한 기분이 음악 듣기에는 딱이었더랬다.

정식 공연은 11시 30분 쯤에 뮤즈에로즈 공연이 끝나면서 막을 내렸더랬는데, 구석에서 멤버들과 팬분들과 있을 때엔 누군가가 통기타로 우리의 담소를 아름답게 꾸며주더니, 이번엔 누군가가 기타 연주를 하려는 듯 해보였다.
조용히 앉아 귀를 기울이다..


기타 두개와 드럼.
그 조화가 한 편의 영화인냥 눈과 귀에 들어왔다.
너무 조화로와서 두번째 정식 공연인가? 하고 갸우뚱거렸다.
한참의 연주를 듣다가 화이팅대디 멤버, 희원님께서 즉흥 연주라는 소리에 깜짝. ;

그리고 그 기타리스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노랫 가사들..


그 아름다움에 젖어들어갔던 것 같다.
몽환적인 듯한 조명과 오른쪽의 500cc 맥주와 함께.
그렇게..

조용한 듯, 아닌 듯.
기타 소리가 락인듯, 아닌 듯.
그리고 노랫 가사는 심금을 울리는 듯, 세상을 놀리는 듯.


정말 멋졌던 것 같다.
희원님께서 무대의 요청으로 베이스를 들고 나가셔서 그 조화를 한층 더 끌어올릴 때엔 더욱 멋진 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름다워라.


즉흥 연주에.
즉흥 가사.

게다가 그들은 반주를 맞춰본 것도 아니고.
서로 잘 아는 사이도 아니고.
그냥 눈빛 교환만으로 그 아름다운 조화가 나올 수 있다니.

게다가 그 가사.
아..
그는 진정 기타치는 시인이었을거다. :)




동시에 나는 예전의 내가 또 한번 떠올랐다.

맥주를 들었고.
시간을 보았고.
앞에서 은은히 밝히고 있는 빛을 보았고.
그리고 기타 위에서 움직이는 그들의 손을 보았다.
그 가사와 함께.


정확히 1년 전의 나는.

캔맥주를 들었고.
시간은 새벽 3시 쯔음이었고.
방 안을 어둑하게 밝히고 있는 형광등 아래서 빛을 보았고.
그리고 들리기만 하는 기타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 가사와 함께.

무너져 갔다.


그게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사실 정말 좋지는 않았다.
맨날 듣는 소리를 듣는 건 누구나 좋은 일이 아닐테지.
그래도 하루 중 반드시 단 10분이라도 그리 해야만 했음을.


난 그 블루버드 클럽에서 이 20년 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보냈다.
그것도 즉흥 연주의 라이브 앞에서.
난 그저 박수를 치고, 손을 들면 그만이었지. :)



많은 생각이 든다.
예전의 나는 이런 곳에 올 용기도 없었고, 오고 싶지도 않았고, 다른 소리는 듣고 싶지도 않았다.
늘 같은 소리 앞에서 익숙함에 젖어 취해가는 것이 그저 일상일 뿐.



오늘, 길을 걸으면서 언니네이발관과 장기하 그들의 소리를 들었다.
W의 음반도 들어보고.

아.. 음악을 듣는다는 건 참 아름다운 일이라는 생각도 들고.
앞으로 내 작은 열정을 담을 수 있는 수많은 음악들과 음악인들이 있다는 것도 행복하고.
그리고 이제 추억 속에 간직할 퀸과 자우림의 소리들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고.
뭐, 또 그러면서 종종 들어보게 될거고.



뭐, 앞으로 더 행복할 날이 있을테지만.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행복한 것이 무엇인지 알았으니.
이제 정말 죽어도 여한이 없다.

이전까지는 심지어 죽고 싶을 적에도 죽으면 억울할 거 같다는 생각이 같이 들곤 했는데.
지금은 그래도 웃으면서 죽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앞으로 더 많은 음악을 들어야할테니 죽고 싶단 말은 절대 아니다. :)
감히 그럴 수야 없지.
그리고 앞으로 더 큰 행복함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
아님, 마는 거고.



오늘 사실 또 그런 생각도 들었는데.
음악을 몰랐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

몰라.
답이 없다. :)



아래는 클럽 블루버드에서 새벽 3시경에 촬영한 사진.









2008.12.22


+ Recent posts